삼성은 왜 이승현을 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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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훈(john1na)등록 2016.12.23 14:28
  삼성의 선택은 결국 투수였다. 많은 선수들이 빠져나가서 전력이 많이 약화된 삼성이지만 그 중에서도 투수진은 삼성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라고 꼽히는 곳이었다. 엘지 트윈스의 2016년이 젊은 야수들이 크게 성장한 시즌이었음을 감안해 야수들을 많이 묶고 투수들은 꼭 필요한 선수들 위주로 명단에 포함시켜 보호선수 20인 명단을 짠 것으로 보인다. 보호선수 명단은 공개하지는 않지만 예상은 해볼 수 있다. 보호선수 20인 명단에서 왜 이승현이 제외되었으며, 삼성은 어떤 이유로 그를 선택한 것일까?

우선 보호선수 20인을 추측해보자. 엘지 트윈스는 보호선수 명단에 들어갈 필요가 없는 외국인 선수나 군보류선수와 올해 FA 선수, 그리고 FA로 영입한 차우찬과 보상선수로 영입한 최재원을 제외하고 20인 보호명단을 짜게 된다. 포수 유강남이나 정상호는 포수가 부족한 삼성의 지명을 대비해 명단에 넣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러면 이제 18명이 남게 되는데 2016시즌 좋은 성적을 내며 괄목한 성장을 보여주었던 유망주와 좋은 베테랑이 있는 야수 쪽에서 많이 묶는 시나리오를 짤 수 있다. 내야수 오지환, 양석환, 손주인 정도와 외야수 김용의, 문선재, 박용택, 서상우, 이천웅, 이형종, 임훈, 채은성, 안익훈을 묶으면 12명이다. 그러면 이제 6명이 남게 되는데 투수 쪽에서 캡틴 류제국과 김지용, 임정우, 진해수, 윤지웅, 임찬규(또는 유원상) 정도의 명단을 짤 수 있다.

투수 명단에서 이동현을 뺀 이유는 좋은 투수이기는 하나 1983년생으로 너무 나이가 많다. 정찬헌을 뺀 이유는 최근에 성범죄로 구설수에 오르는 선수라 삼성에서 영입을 꺼릴 거라는 계산으로 뺀 것이고 '임찬규(또는 유원상)'으로 표기한 이유는 임찬규가 사이드암 투수라 '이미 김대우, 심창민, 권오준 같은 잠수함 투수들이 여럿 있는 삼성에서 과연 임찬규를 뽑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유원상은 2017시즌이 끝나면 FA 선수가 되기 때문에 강제 리빌딩 중인 삼성에서 1년 쓰자고 택하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 정도로 보호선수 20인 예상 명단을 짰는데, 20인 외 나머지 선수들 중에서 삼성이 뽑을 만한 선수를 생각해보면 그리 많지는 않다. 삼성에서 야수는 최형우가 빠져나가 헐거워진 타선을 채워줄 거포 자원 아니면 관심 없을 거라 생각을 했고 상대적으로 좁은 홈구장을 생각하면 이병규를 뽑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결국 삼성은 이승현이라는 투수를 뽑았다. 그래서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을 해보다가 삼성 투수진의 약점을 발견했다. 전체적으로 젊은 투수들의 1군 경험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다. 이것이 삼성이 이승현을 선택한 이유로 보인다

삼성은 전통 강호이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정규시즌 5연패, 한국시리즈 4연패를 거머쥘 정도로 강력한 팀이었고, 타선도 좋았지만 특히 투수진이 아주 단단했다. 2015년에는 선발 전원 10승 이상이라는 대기록도 세운 팀. 불펜은 안지만-오승환, 그리고 오승환이 일본으로 진출한 뒤에는 안지만-임창용으로 이어지는 철벽 필승조가 존재했던 팀이었으며 심창민, 권혁(현 한화), 권오준 등의 불펜 투수들이 있었던 팀이었다. 2015시즌 불미스러운 원정 도박 사건으로 임창용이 팀에서 이탈했고 2016시즌 도박 사이트 투자로 안지만이 이탈하자 견고하던 삼성의 불펜이 무너져버렸다. 어린 투수들의 성장은 더뎠고 권오준, 심창민이 팀에 남아있었지만 그 외엔 믿고 쓸만한 좋은 불펜 투수가 없다. 설상가상으로 선발 투수도 무너졌다. 장원삼은 2년 연속으로 부진했고 윤성환, 지금은 엘지로 이적한 차우찬 외엔 10승 이상을 거둔 투수도 없었다. 외국인 투수 운도 없었다. 결국 2016시즌엔 9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고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으로 삼성을 이끌었던 류중일 감독은 김한수 감독으로 교체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스토브리그에서 차우찬도 엘지로 이적하며 선발투수에도 구멍이 생긴 것. 우규민을 엘지에서 데려오며 선발 자리 하나를 메우기는 했다지만 무게중심은 엘지로 쏠린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정도 1군 경험을 가진 젊은 투수가 필요했으리라. 하지만 엘지도 1군 경기 경험이 많은 투수가 그리 많지 않기에 그 와중에 두 시즌 정도 1군에서 뛴 이승현을 뽑은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삼성 라이온즈는 장원삼을 내년에 다시 선발 자리로 복귀시킬 듯 보인다. 외국인 투수 한 명은 영입했고 다른 외인 투수 한 명을 영입하면 윤성환에 우규민까지 5선발은 대충 구색이 맞춰지지만 문제는 불펜투수. 현재 불펜에서 어느 정도 1군 경험이 있는 선수는 권오준, 심창민, 박근홍, 신용운, 백정현, 정인욱 정도. 나머지 투수들은 거의 루키들이다. 아직 1군 경험이 아주 부족하거나 전무하다. 특히 이승현과 비슷한 20대 중후반 나잇대 선수들 중에서는 정인욱과 심창민 둘만 1군 출장 경험이 많다. 이승현을 엘지에서 데려옴으로써 삼성은 이케빈으로 이어지는 경험이 부족한 젊은 투수 라인에 디딤돌 한 개를 더 놓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이승현은 2010년 1차 2라운드 전체 16순위라는 상위 순번으로 엘지 유니폼을 입은 기대주였다. 군문제를 해결하고 2015년에 첫 1군 무대를 밟았고 그 후 많은 경기에 던지지는 않았지만 2015시즌에 15경기에 나와 15.1이닝, 2016시즌에는 좀 더 많은 38경기 41이닝을 던지며 조금씩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2017시즌 기대를 모으고 있는 우완 정통파 투수이다. 지금보다 패스트볼의 구속을 좀 더 올린다면, 김지용, 임정우 같은 필승조와 유원상, 이동현 등이 버티고 있고 신정락이 복귀하는 2017년의 엘지 트윈스보다는, 2017시즌 강제 리빌딩에 들어간 삼성 라이온즈에서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고 많이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과연 엘지의 이승현이 아닌, 삼성의 이승현은 어떤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줄까? 그가 꽃길을 걷길 바라본다.
'전체적으로 젊은 투수들의 1군 경험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다. 이것이 삼성이 이승현을 선택한 이유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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