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이슬

공무원을 강요받는 사회에 발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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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우(kyeco)등록 2016.12.27 13:37

이슬 . ⓒ 남현우


이슬은 밤낮의 기온 차에 의해서 지표면의 수증기가 응결됨으로써 나타난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 이슬은 새벽에 맺힌다. 해 뜨기 직전 온도가 가장 낮기 때문이다. 일출을 기다리며 식물들은 조용히 흐느낀다. 태양을 기다리는 시간이 춥고 외롭기 때문이었을까. 알 길이 없다.

서울 동작구의 노량진 지명은 이슬과 관련이 있다. 수로가 중요 교통수단 이던 시절, 이  곳은 한강을 남북으로 잇는 수상 교통로의 요지였다. 당시 이름은 이슬의 의미를 지닌 '노진'으로 통행됐다. 특히, 정조가 수원을 행차하기 위해 '배등로'를 이용하면서 활기를 띄었다. 도진취락 이었던 그 곳은 현재 공무원 왕국으로 변했다. 나룻배가 몰려들 듯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였다.

한 일간지 보도에 의하면 노량진 공시생(공무원 준비생) 수는 '5만'명 이라고 한다. 9급 4120명을 뽑는데 '22만'명이 몰렸다. 스펙 경쟁에 지친 사람들은 삼삼오오 노량진으로 몰려든다. 불경기 속에서도 임금을 3.5% 인상한다는 정부 발표를 보면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은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수 없다. 공시생 대다수가 적성보다는 직업적 안정성 때문에 공무원을 준비한다. 사람이 직업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직업이 사람을 선택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한 날을 맞이하기 전의 하늘이 가장 어둡다고 한다. 공시생들은 해 뜰 날을 고대하며 어둠속에서 묵묵히 견뎌낸다. 잎사귀에 이슬이 맺히듯 그들의 눈가도 촉촉하다. 나뭇잎이 이슬을 품는 건 그들의 선택이 아니다. 외부적인 요건에 의해 생성된다. 본인이 선택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람들 눈에 맺힌 이슬도 그렇다. 개인 적성을 무시한 채 공무원 경쟁에 뛰어들게 하는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늘어나는 이슬이 홍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오후에는 해가 뜨더라도 이슬이 맺히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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