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축구]돈과 명예,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상식축구]돈과 명예,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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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sang495)등록 2016.12.29 15:10

(오스카는 거액의 연봉을 받고 중국의 상하이 상강에 입단했다. 상하이 상강 공식 홈페이지 제공) ⓒ 이상훈


오스카의 중국 진출. 그는 어마어마한 주급 연봉을 받으며 축구 선수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오스카와 더불어 테베즈까지 중국으로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직 확정이진 않지만 거의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테베즈까지 중국 리그에 합류하게 된다면 유럽 리그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이 중국에 모이는 속도를 가속화하게 하는 기폭점이 될 수 있다. K리그 클래식 팀에게도 밀리는 중국 리그는 어떻게 해서든 아시아 축구를 제패하고 세계 축구에까지 영향을 미치려고 발버둥 치는 중이다.

오스카는 첼시에서 주급 9만 파운드(1억 3천만 원)를 받고 있었다. 상하이 상강에 입단하면서 그가 받게 될 주급은 약 5억 8천만 원 정도로 보도되고 있다. 무려 4억 5천만원을 더 받게 됐다.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게다가 골, 도움, 출장 등 부수의 보너스 금액도 지급받을 것이다. 이번 시즌 오스카는 첼시의 주전 라인업에서 밀려났고 결국 그는 첼시가 아닌 중국행을 택했다.

테베즈 역시 상하이 선화와의 강력한 이적설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주급 9억 원 정도의 제안을 받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는 메시가 받는 주급보다 약 2배 정도 많은 수준이라고 한다. 그는 1984년생으로 2016년 기준 32살이다. 축구 인생에서 전성기는 지났고 기량이 점차 노쇠 하는 시점인데 그런 테베즈를 중국의 상하이 선화는 강력히 원하고 있다.

중국 축구계는 헐크, 제르비뉴, 하미레스, 뎀바 바, 라베찌, 펠레 등 각종 유럽 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을 중국 리그로 영입하면서 중국 리그의 세계화, 중국 축구 수준의 질적 성장을 도모했다. 하지만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거액의 연봉으로 유혹하며 데리고 오는 것에 대해 비판을 면치 못했다. 선수들을 너무 상업적인 이득만 추구하게끔 축구 문화계를 뒤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구단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기도 하다. 본인들이 갖고 있는 재정을 통해 뛰어난 선수를 영입하는, 자유시장의 원칙하에 이적을 감행한 것인데 그것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들도 충분히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선수들이 세계 축구의 중심에서 벗어나 중국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통해 과연 축구 선수는 상업적 프로인지 가치적 프로인지 갈림길에 놓여 있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축구 선수로서 돈을 택할 것인지, 명예를 택할 것인지 어디에 더 가치를 두어야 할까. 각종 유형을 놓고 그에 해당하는 선수들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 돈에서 명예를 택하다

돈에서 명예를 택한 사례들은 대표적으로 한 팀에서 오랫동안 뛴, 레전드 급의 선수들을 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첼시의 존 테리와 같은 경우다. 존 테리의 축구 절정의 시기와 지금은 확연히 다르다. 그의 나이는 이제 36살이다. 그럼에도 그가 받고 있는 주급은 현재 약 1억 7천만 원 정도다. 사실, 감독의 입장에선 예전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에게 이렇게 고액의 주급을 주는 것은 아까운 일일 수 있다. 그럼에도 선수를 데리고 있는 것은 그가 경기장 안이 아니라 밖에서, 훈련장에서 선수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모범과 경험들이 있기에 데리고 있는 경우다. 그리고 선수 본인이 팀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도 있다.

과거 2007년 첼시가 한창 잘 나갈 당시, 존 테리의 주급은 약 2억 5천만 원 정도였다. 지금은 주급이 삭감됐지만 이유는 그의 나이로 인한 기량 저하에 있다. 사실 절정에서 내려올 때 선수들의 연봉은 삭감되기 시작한다. 그만큼의 값어치를 해주지 못한다는 사람들의 생각과 그에 대한 합의가 그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선수가 경기장에서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결과론적 사실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선수가 고액의 연봉을 받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선수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연봉이 높아지는데, 이것은 사회학적으로 봤을 때 연공서열의 개념이 도입될 수 있다. 연공서열이란, 사전적으로 근속 연수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지위가 올라가는 일을 뜻한다. 어느 정도 일치한다.

존 테리는 중국으로 진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첼시에 남고 있다. 그의 가치관이 어떠할 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의 가치관은 분명 첼시에 있고 첼시의 레전드, 원맨팀, 캡틴이라는 명예가 그를 붙잡고 있는 것이다. 과거 램파드와 제라드도 팀을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구단의 결정상 어쩔 수 없이 팀을 떠났다. 그들은 더 팀에 남고 싶어 했고 영원히 팀을 위해 헌신할 각오가 되어 있던 선수들이었다. 존 테리는 현재 리그 5경기 출장했고 콩테 감독의 3백 전술에는 포함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1월 5일 있었던 에버튼전 이후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재계약을 하는데 있어 항상 연봉 협상이 걸림돌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팀에 남아있는 존 테리의 결정은 다시 보더라도 팀의 헌신과 애정에 의해 첼시에 남아 있다. 앞으로 더 뛸 것인지 말 것인지는 본인의 결정이지만 36세라는 나이에 더 이상 프리미어리그 주전으로 뛰기엔 힘들지 않냐는 것이 많은 이들의 생각이고 중국이나 미국 진출 아니면 은퇴일 것이다. 그는 돈보다는 아직 명예를 택하고 있다.

* 명예에서 명예를 택하다

맨유의 퍼거슨은 스포르팅에서 뛰고 있는 풋내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영입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이 선수가 뭘 할 수 있겠냐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나 역시 박지성이 맨유에 진출하고 자꾸 호날두에게 밀리고 호날두와 교체되 나가는 모습으로 인해 '저 선수 때문에 박지성이 뛰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고 한숨을 내쉰 적이 많았다. 그랬던 그는 현재 세계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했고 현 시대를 메시와 함께 평정하고 있다.

호날두는 맨유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와 준우승 2회를 기록했다. 프리미어리그 정상도 3차례나 차지했다. 득점왕도 한차례 차지했다. 앞으로 계속 맨유에서 뛰었다고 해도 역사적 기록을 계속해서 써내려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맨유의 생활을 접고 레알 마드리드로 떠났다. 새로운 리그, 더 명성 높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싶다는 욕망, 열망, 열정을 나타내며 팀을 옮긴 것이다.

영국 최고의, 세계적 구단인 맨유를 떠나고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정책을 따라 팀을 옮긴 것이 맨유팬들에겐 가슴 아픈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왜 레알 마드리드로 가는지 100% 동의할 수는 없다. 맨유 역시 세계 최고인데 왜 굳이 레알 마드리드일까 하는 의문이다. 레알 마드리드에도 많은, 유명한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올드 트래포트라는 꿈의 구장을 떠나고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어떤 기록들을 세울 수 있을지 아리송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날두는 어디서든 최고의 축구 선수라는 것을 입증했다. 현재 그는 세계 최고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그는 엄청난 기록들을 세우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로서 라리가 최다 득점자, 챔피언스리그 최다 득점자 기록 모두 갈아치웠다. 현재 그는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리그 247경기 270골, 챔피언스리그 81경기 80골을 기록 중이다. 어마어마한 기록이다. 레알 마드리드에 와서 발롱도르도 3번 수상했다. UEFA 최우수 선수도 2회 수상했다. 레알 마드리드로 와서 자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고 그의 나이 31세, 절정의 시기에 있다.

물론 그는 맨유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그는 명예에서 명예를 택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맨유라는 명예에서 레알 마드리드라는 명예로 옮겨 간 것이다. 도전이라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고 그 목표를 실현시킨 장본인이다. 앞으로 그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그는 계속 레알 마드리드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고 발언했고 레알 마드리드에서 은퇴하고 싶다고 입장 표명했다. 결국 레알 마드리드라는 명예를 택하고 앞으로 끝까지 그 명예를 지키겠다는 것이 그의 결단이다.

* 명예에서 돈을 택하다

명예에서 돈을 택한 선수는 많이 있다. 하위권 팀에서 상위권 팀으로 이적할 때, 현재 받고 있는 연봉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이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것은 하위권에서 상위권 팀이 아니라 상위권에서 하위권, 상위 리그에서 하위 리그로의 이적을 말하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현재 축구 이적 시장을 주름 잡고 있는 중국 리그로의 진출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유럽에서 난다 긴다 했던 선수들을 데리고 오는 행태를 말한다.

포체티노 감독은 돈을 택하며 중국으로 팀을 옮기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돈만 보고 중국행을 택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소신 발언 했다. 이것은 오스카의 사례를 보고 말한 것이다. 오스카는 25살 밖에 되지 않았다. 그의 나이는 이제 전성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유럽에서 제대로 된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중국으로 떠나는 것은 아쉬운 결정이 아닌가 싶다. 첼시에서 주전으로 나오지 못한다고 한다면 다른 유명 팀으로의 이적을 계획해도 될 법 한데, 그는 오히려 돈을 천문학적으로 많이 주는 중국을 택했다.

중국 축구 리그를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돈 때문에 이적하는 것조차 비판하고 싶지 않다. 아니, 어쩌면 비판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모든 이적은 선수 본인의 개인적 견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은 개인의 결정에 대해,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평가하고 나무라는 것이 되어 버릴 수 있다. 우리는 그저 주위의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그저 그의 결정이 아쉬울 따름이다.

유명 선수들이 중국 리그로 가서 중국 축구가 성장하게 된다면 그것은 축구계 전체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인 일이 될 수 있다. 중국이라는 나라도 세계 축구 흐름 안에 뛰어듦으로 인해서 축구 사회가 더욱 발전하고, 시장이 커지고 경쟁력이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돈'이다. 돈으로 선수를 사지만 그것이 너무 무분별하게, 터무니없이, 거품이 잔뜩 낀 이적료 문화를 만들어버리면 정말 구단에서 필요하는 선수를 영입하려 해도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경매 시장에서 처음 보는 돈 많은 부자가 문을 박차고 들어와 엄청난 액수를 부르며 경매 품을 구매해 그 문화를 뒤흔드는 것과 같다.

무엇을 택할지는 선수 본인에게 달려있다. 하지만 제 3자가 보기에 안타깝고 조금은 더 도전해도 되는데, 최고 리그에서 뛰면서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라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뛰면서, 2012-2013 시즌, 32강 1차전에서 유벤투스를 만나 첼시 홈에서 180도 회전 슈팅을 때려 골로 성공시킨 오스카의 중거리 슛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런 클래스를 보여주는 오스카도 중국의 쩐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돈이 다는 아니다. 그렇다면 축구 선수는 상업적 이득을 위해 사는 사람일까 아니면 축구가 주는 명예, 역사적 가치를 마음속에 새기며 사는 사람일까. 만약 당신이라면 돈을 택할 것인가 명예를 택할 것인가. 돈을 바라보고 팀을 옮기는 선수는 나쁜 것일까 개인의 생각으로 인정해줘야 하는 것일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상훈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sang495)와 <빙글>, '아이라이크 사커', 'Fanther', '유어슈닷컴'에도 중복 게재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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