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국민에 대해 봉사하고 책임지고 있는가.

검토 완료

조현진(1001dongan)등록 2016.12.29 11:42
시골 공무원의 무능, 복지부동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근래 뉴스에는 큰 사건에 연루된 중앙정부 공무원들의 이름이 많이 나옵니다. 이렇게 큰 비리에 관련된 공무원은 뉴스에서나 보이지 대부분의 시민들은 평생 직접 관계될 일이 없습니다. 저도 도시에서 살 때는 등초본 뗄 때 동사무소나 가봤지 구청 직원이 어떤지 시청 직원이 어떤지 알 일이 없었습니다.


시골에 오니 동네가 좁아 각종 소문을 듣게 됩니다. 도시와 달리 농수축산업이나 그의 가공과 관련된 지원사업이 많다 보니 누구는 무슨 사업을 딸 때 공무원에게 얼마를 줬다더라 하는 소문이 많고, 지원사업에 관심 있는 이들은 관련 공무원들과 어울려 술 대접도 하고 친하게 지내야 사업을 따기 쉽다는 조언을 듣기도 합니다.


저희 부부는 농사 관련 지원사업에 관심조차 없어서 그런 경험을 하진 않았지만 귀농 지원사업 중 하나를 신청할 때 담당 공무원이 관련 업무를 잘 몰라서 직접 공부한 후 설명해줬던 경험, 신청 서류 하나를 만들기 위해 몇 번이나 면사무소로 불려갔던 경험, 장흥군청에 민원을 넣었더니 마을 어르신이 전화로 내용을 물어오신 경험은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 공무원들이 자신의 업무를 파악하고 있지 못하니 원하는 민원업무를 본인이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매뉴얼에 없는 작업은 되게 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으니 민원인이 직접 상위기관에 문의하여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은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부부가 경험한 어이없는 사건




저희 부부는 어떤 토지에 집을 짓는 것과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어 찾아보던 중 '토지이용 인ㆍ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별법'이라는 것이 있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개발행위 허가, 「건축법」에 따른 건축허가,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장설립 승인 등에 대해 일일이 관련 부서를 방문해 알아봐야 하는 것을 하나의 창구에서 한 번에 사전상담받거나 사전심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상담을 메일로만 받을 수 있는 걸로 잘못 보아서 군청 내 본 업무 담당자의 메일 주소를 물어보기 위해 지난 11월 22일 장흥군청 열린민원과 부동산관리 담당자 자리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받은 부동산관리 담당 공무원에게 '토지이용 인ㆍ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별법'에 대해 문의하려 한다고 하니 그 법의 이름조차 제대로 따라 하지 못 하며 주변에 이리저리 물어보았고, 그렇게 해서 전화를 넘겨받은 다른 부동산관리 담당자는 "간소화 서비스는 별도로 없다."라고 명확하게 얘기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저는 황당했습니다. 처음 전화를 받은 공무원이 주변에 물어보았다는 점, 그래서 다시 전화를 받은 공무원도 모른다는 정황으로 보아 부동산관리 담당자 5명 전원이 이 법을 모른다고 확신했고, 민원실 담당 직원들이 모르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장흥군청에서 이 법에 따른 민원업무가 아예 시행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장흥군청으로 찾아가 조목조목 따지면 제 민원업무야 볼 수 있겠지만 공무원이 자신의 업무를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은 직무태만이고, 따라서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 저희 부부는 장흥군청에 전자민원을 넣었고 이 민원은 장흥군청 기획감사실로 전달되었습니다.








무성의한 감사실 공무원의 '민원 회신'

장흥군청 기획감사실로부터 받은 '민원 회신' ⓒ 조현진


2016. 1. 21일자로 시행중인<토지이용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별법>은 국토교통부 소관 법률로
2016. 2. 2 전라남도(지역계획과) 로부터 통보받아 우리군 경제정책과(도시계획담당)에서는 열린민원과 등 관련 부서 담당자들에게 공람조치를 하였으나,
업무관련 외 직원들은 알지 못한 점과 관련 내용을 찾아보지 않고 전화를 연결하여 민원인께 불편을 끼쳐드린 점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기획감사실로부터 받은 민원회신 내용입니다.
이 글이 잘 이해가 되십니까?
저는 이해되지 않아 몇 번이나 읽어보아야 했습니다.


관련 부서라서 공람조치는 하였는데 전화를 받은 직원 2명은 그 부서이기는 하나 업무관련 외 직원이다?
부동산 관리 담당 직원 5명 중에 하필, 우연히, 그 부서이기는 하나 업무관련 외 직원 2명이 전화를 받았다?
업무관련 외 직원이라면 모르는 게 당연하니 사과할 필요가 없는데 업무관련 외 직원이 모른 점 사과한다?


도무지 말도 안 되고, 앞뒤도 안 맞는 글 몇 줄을 답답해하는 민원인에게 회신이라고 보내면서
"어느 부서, 누구에게, 어떻게 연락하면 원하는 민원업무를 볼 수 있다."라는 안내 한 마디 없습니다.


사실 관계, 정확성 여부를 떠나 성의 없는 답변부터 기분이 나빠 담당 감사실 주무관에게 항의 전화를 걸었고, 통화하면서 사실을 알려준다기보다 변명하기 급급한 태도에 더 화가 나서 결국 감사원에까지 제보를 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감사원의 '감사요청사항 접수처리통보'도 무성의하기는 마찬가지

감사원 광주 국민, 기업 불편신고센터로부터 받은 '감사요청사항 접수처리 통보' ⓒ 조현진


처음 있었던 일부터 차근차근, 감사실 주무관의 통화시 발언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까지, 열린민원과 부동산관리 담당 직원들과 감사실 주무관을 무능, 직무태만으로 조사해 달라고 A4용지 4장에 달하는 긴 글을 오랜 시간에 걸쳐 작성하여 제보하고, 2주를 기다려 12월 22일에 받은 '감사요청사항 접수처리 통보'는 딱 세 문장입니다.



귀하께서 2016. 12. 12. 감사원에 제출하신 감사요청사항(분류번호 제2016-8891호)을 검토한 결과, 장흥군에서 귀하로부터 민원을 제출받아 조사 후 조치한 사항으로 이 과정에서 위법·부당한 사항을 발견할 수 없어 종결처리하오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중 본문은 딱 이 한 문장입니다.
이미 공무원 출신 지인으로부터 이 정도 일은 직무태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큰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답답함을 호소하는 민원인에게 딱 한 줄의 답은 너무하지 않습니까. 감사관은 이것이 감사할 내용인지를 판단하는 과정의 답변이라 그렇다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최소한 "이것은 이래서 무능에 해당하지 않고 저것은 저래서 직무태만에 해당하지 않아 종결한다." 정도는 적어야지 제보 내용과 상관도 없이 위법, 부당한 사항이 없어 종결한다는 한 문장의 답변은 민원인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 무성의한 답변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무원이 국민에 대한 봉사자임은 알고 있는가




저는 예상했던 답변이라 더 이상 화가 나지도 않았고 다만 왜 답변 내용을 제보 내용과 상관없이 보냈냐는 것이 궁금했고 지인에게 들었듯이 무능, 복지부동, 태만으로 인해 민원인에게 불편을 준 정도는 감사원에서도 제재할 규정이 없는 것인가를 물어보고 싶어 담당 감사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래서 통화하던 중 뜻밖의 말을 듣게 됩니다. 장흥군청 감사실 직원이 저에게 전화를 걸어 해결하지 못한 부동산 민원업무에 대한 안내를 해줬다고 명확하게 답변했다는 것입니다. 왜 한 쪽 말만 듣고 결론 내렸냐고, 저는 그런 전화를 받은 적 없으니 거짓말이라고 했지만 그것도 감사원 입장에서는 별 문제가 아닌지 그쪽에서 그렇게 답변해서 잘 해결된 것으로 판단했다는 말만 했습니다.


감사실 직원이 저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제가 통화 도중에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고 말했다는 것이 괘씸하지만 그 또한 뾰족한 해결 방법이 없습니다. 방법이 아직 하나 남아있기는 하지요, 전화기의 통화내역과 통화 녹음 파일을 첨부해서 감사원 감찰관실에 제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제가 학습한 게 있습니다, 그래봐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으면서 그런 사실을 학습하게 되면 사람들은 다음부터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지요. 그렇게 되는 것이 올바른 사회를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될 리 없습니다.




민원인은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민원 업무를 보지 못한 피해를 입었는데 그것이 직무태만에 의한 피해라는 심증만 있지 조사할 방법이 없고, 대신 조사해줄 감사실과 감사원에 민원 넣느라 시간 쓰고 답변을 기다리며 한 달여 마음고생을 했으나 결과는 허무합니다.


헌법 제7조에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되어있는데, 백번 양보해서 전화받은 열린민원과 부동산관리 담당 직원들이 업무관련 외 직원임은 믿어준다 치더라도 장흥군청 기획감사실의 엉터리 '민원회신'과 감사원의 한 줄짜리 '감사요청사항 접수처리 통보'를 보면서 지방 공무원부터 공무원을 감찰한다는 감사원까지, 공무원들이 과연 국민에 대해 봉사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책임지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두 곳에도 실립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