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호에 대한 진단을 통한 방향 제시

42명의 한국에 대한 고찰 ‘한국의 논점 2017’ 출간 ... 정치, 경제, 문화 등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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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완(chogaci)등록 2017.01.02 15:36
'병신년'은 한국이라는 배가 얼마나 부실한 상황이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한해였다. 정치는 '제정일치' 시대인 원시부족국가와 다름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새로운 동력을 찾지 못한 경제는 빠른 속도로 뒷 걸음 치지만 누구하나 붙잡을 생각을 하지 못한다. '영혼을 잃어버린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한 행위에 대해 긍정도 부인도 못하면서 바짝 엎드려버렸다. 미국에서는 럭비공 같은 새로운 지도자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어 불확실성은 한층 더 확대됐다.

때문에 한국호는 태풍 앞에 선장없이 떠있는 배처럼 위험 천만한 상황이다.

한국의 논점 2017 표지 42명이 참여해 당대 문제를 파악하고, 내년을 전망했다 ⓒ 북바이북


이런 상황에서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기획한 '한국의 논점 2017'(북바이북)이 출간됐다. 윤태곤 등 42명이 필자로 참여한 이 기획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에서 지금의 상황을 점검하고, 다가올 한해를 물론이고 미래에 우리나라가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았다.

2017년의 10대 논점으로 개헌, 저출산 고령화, 언론개혁, 경제민주주의, 4대강, 중국, 사회적 트라우마, 불평등, 노후 원전, 가족 등을 꼽은 것이 눈에 띈다. 이 중 내 눈에 가장 강하게 들어온 말은 서용석 연구원의 인구 절벽에 대한 해석이다. "인구 감소, 고령사회의 도래가 불가피하다는 것은 전제로"라는 말이다. 물론 그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보겠지만 나는 이 인구절벽의 문제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는 전제를 두고 보고 싶기 때문이다.

손석춘 선배가 쓴 언론개혁 문제도 가장 의미심장한 내용이다. 필자가 꼽은 개혁과제로 공영방송을 공영방송답게 만드는 것, 종합편성채널의 정상화, 신문사와 통신사의 구조조정 등이다. 나열된 내용처럼 언론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은 글이다. 나 역시 매체비평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으니 이 과제를 누구보다 강하게 느낀다. 엄청난 공공재였던 공영방송이 쓰레기 같은 방송을 내보내 국민들에게 외면받는 것이 안타깝다. 그들이 해야할 것은 '자로'나 '미디어몽구', '뉴스타파' 같은 프리랜서 저널리스트가 담당하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또 내용 중에 눈이 가는 것은 김익중 교수의 노후 원전에 대한 이야기다. 후쿠시마의 이야기나 영화 '판도라'로 많은 이들이 노후 원전의 문제를 공감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부산권에서는 윤준호 더민주 대변인 같은 이들이 목놓아 고리 원전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사실 가정이지만 우리나라처럼 작은 나라에서 원전 사고는 국토 전체를 망가뜨리는 좌절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특히 원전의 경제적 효율성이나 친환경 에너지인 것처럼 조작하는 이들에게 선진국에서 진행되는 탈원전 시나리오는 정말 중요한 과제다.

사드 문제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가 썼다. 백해무익에 가까운 사드 도입에 관해 정확히 읽은 만큼 첨언이 필요없는 글이다. 그리스가 트로이를 무너뜨릴 때 결정적인 허점을 제공했던 트로이 목마로 사드를 비유한 것은 적절했다. 언론 조차도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공감할 수 있는 글이다. '경제/과학/환경'에서는 스웨덴 모델을 소개한 채진원 교수의 글이 눈에 들어온다. 구조적 문제에 빠진 한국으로서 가장 벤치마킹할 수 있는 모델이 북유럽 강소국들이다.

수년전부터 오연호 선배가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덴마크든, 히딩크로 풍미했던 네덜란드든 우리나라는 북유럽의 경제 모델과 교육, 복지 시스템을 궁리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채진원 교수가 소개한 스웨덴 모델도 충분히 공감한다. 그는 한국이 가진 부의 불균형을 분석하고, 스웨덴의 임금차별 해소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어서 차두원 연구위원이 소개한 4차 산업혁명도 이제 모두가 알아야할 중요한 컨셉이다. 나 역시 '4차 산업혁명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페이퍼로드 간)를 읽으면서 이 문제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몇 세미나를 통해 더 깊이 인식하기 시작했다.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넘어 Internet of Everything(IOE) 시대에 직면했지만 우리가 인지하는 내용은 극히 작다. 필자는 이제 기존 프레임들을 벗어나 이 모든 것은 인지해야 한다는 숙제를 말하고 있다. 어떻든 공부할 것이 너무 많다.

'사회/문화'에서는 성소수자 문제, 의료민영화 문제 등을 다룬다. 나 역시 이 부분에서 한류 문제를 다루었다. 사드 등 정치문제로 우리 미래 산업 중 하나인 문화산업이 어떻게 망가지는 가를 소개했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체제를 고집해야 하는 중국을 상대할 때 경쟁력이 있는 드문 분야가 문화산업임에도 정치라는 외부 요소로 무너지는 한류를 안타깝게 읽었다. '역사/교육' 부분에서는 교육개혁, 국정교과서 문제 등도 주요하게 다뤄진다.

한기호 소장과 장동석씨 등이 적지 않은 고생을 통해 기획한 만큼 이 책은 2017년 한국이 가질 문제의 전반을 잘 살핀다. 모든 상황을 차치하고, 2017년은 한국에게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다. 새로운 지도자 선출이라는 정치적 이벤트도 있지만, 이미 경쟁력을 잃어버린 산업 구조를 완전히 바꾸어야 하고, 집단 트라우마에 빠진 국민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소중한 한해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바로 지금을 점검하게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획이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블로그에도 같이 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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