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시즌 포스트 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말 그대로 유격수 싸움이었다. 기아 타이거즈 김선빈과 LG 트윈스 오지환은 경기를 들었다 놨다 했고 실책싸움으로 1차전 승패가 갈렸다. 오지환이 1회와 4회에 실책을 범했고 4회에 나온 실책은 매우 결정적이었다. 두 점을 헌납하며 경기 분위기를 내주었고 결국 4:2로 패하고 만다.
수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다. 내, 외야 할 것 없이 모든 포지션에서 수비가 중요하지만 포수부터 중견수까지 이어지는 센터라인, 야구의 척추와 같은 그 곳에서 유격수는 내야 수비의 핵이라고 할 수 있다. 유격수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면서 몸값도 점점 오르고 있는 추세다. 한 시즌에 144경기를 치르는 구단들은 주전 유격수 뿐만 아니라 백업 유격수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각 구단들은 유격수 대란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 각 팀의 유격수들 왼쪽 위부터 김재호(두산), 오지환(LG), 하주석(한화), 김하성(넥센) ⓒ 두산, LG, 한화, 넥센
유격수 걱정이 없는 팀들
두산 베어스는 2015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취득한 오재원과 2016시즌이 끝나고 취득한 김재호와 각각 4년 38억과 50억에 계약하여 내야 센터라인을 지키며 V6를 위한 발걸음을 뗐다. 특히 2년 연속 골든 글러브 수상자 김재호는 유격수로는 역대 최고 금액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게다가 백업으로 들어오는 류지혁은 내야 전 포지션 수비가 가능하고 수비도 주전급이다. 타 팀이었다면 주전으로 활약했을 정도. 거기에 서예일도 호시탐탐 주전 자리를 엿보고 있다. 이렇게 백업도 튼튼한 두산 베어스는 2017시즌에도 유격수 전망은 밝다.
삼성은 강한울을 보상선수로 데려와서 한시름 덜었다. 김상수의 수비 범위가 그리 넓지 못한 점을 생각하면 강한울의 가세는 삼성으로써는 큰 힘이 될 것이다. 2017시즌 후 김상수가 FA가 되기는 하지만 그건 시즌이 끝나고 나중 문제다. 당장 문제는 없다. 강한울은 대학에 있을 때 2루수 출신으로 2루수로 쓸 수도 있다.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은 내야수이다. KT는 2017시즌에도 박기혁을 주전으로 넣고 심우준을 백업으로 넣는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박기혁의 나이가 많은만큼 점차 심우준을 선발 유격수로 많이 기용하려 하는 시즌이 될 것이다.
▲ KT WIZ의 주전과 백업 유격수 박기혁(左). 심우준(右) ⓒ KT WIZ
백업 유격수가 필요한 팀들
하지만 유격수 백업을 길러내야 하는 팀이 여럿 있다. 2위팀 NC 다이노스부터 시작해서 LG 트윈스, 기아 타이거즈 등이 주전 유격수의 뒤를 이을 선수를 빨리 구해야 한다.
NC다이노스 같은 경우 지석훈이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 백업이 가능하지만 1984년생으로 나이가 적지 않다. 현재 노진혁이 상무에 있기는 하지만 주전급 선수로 발전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포수를 포함해서 내야 선수 수급 문제가 심각해진 2017시즌의 NC 다이노스다.
LG 트윈스도 현재 오지환이 주전 유격수로 있지만 2017시즌을 마친 뒤 입대 예정이다. 백업 유격수로 황목치승이 있지만 수비는 안정적인 데 반해 공격력은 낮은 유격수. 아무리 유격수 포지션이 수비를 위주로 하는 포지션이라고 해도 공격력이 아예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기에 오지환이 떠난 자리를 황목치승으로 대체한다는 건 많이 부족해보이는 게 사실이다.
기아 타이거즈도 마찬가지로 김선빈의 백업 유격수를 찾아야 한다. 2014년 김선빈이 상무로 떠난 유격수 위치에서 강한울이 고군분투했고 2016시즌 후반부에 김선빈과 안치홍의 복귀로 내야가 탄탄해졌지만 백업으로 쓸만해진 강한울이 최형우의 보상선수로 삼성 라이온즈로 떠났다. 이제 좀 쓸만해졌다 싶으니 떠난 것. 물론 박찬호나 윤완주가 기아에 남아있다는 점은 위안거리. 2017시즌 동안 강한울을 대체할 유격수 백업을 길러내야 하는 것도 하나의 과제가 되었다.
주전 유격수가 없는 팀들
롯데 자이언츠나 SK 와이번스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롯데는 지금 정해진 주전 유격수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신본기와 문규현이 있지만 백업은 커녕 아직 누가 주전 유격수가 될 지 정해진 것이 없다. 2016시즌에도 시즌 내내 문규현이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으나 신본기가 복귀하자 신본기가 유격수로 들어갔고 2017시즌에도 아직 누가 주전 유격수로 들어갈 지 정해지지 않았다.
SK 와이번스는 2015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김성현의 뜬공 실책 끝내기 패배 이후 외국인 타자를 유격수로 데려오고 있고 아직까지 김성현을 주전 2루수와 백업 유격수로 번갈아가며 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시즌 데려왔던 고메즈는 어깨가 정말 강했지만 실책을 스무 개 이상을 했고 재계약에 실패했다.
2016시즌이 끝난 후 데려온 대니 워스도 마이너리그 기록들을 살펴 봤을 때 수비적인 측면에서 그리 좋아보이는 기록은 아니다. 2015시즌에 트리플A에서만 뛰었는데 2루에서 14경기에 나와 0개, 3루수로 1경기 나와 0개이지만 유격수로 88경기에 나와서 19개의 에러를 범했다. 시즌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불안해 보이는 기록인 것은 사실이다. 대니 워스가 유격수 대란을 겪는 SK에게 단비가 될 수 있을 지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백업 유격수 문제는 여전하다. 그리고 국내 선수 유격수를 키워내는 일도 분명히 필요하다. 외국인 선수는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해야 하고 혹시 잘한다고 해도 빅리그로 다시 떠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비 안정감이 없는 유격수들
넥센 히어로즈는 김하성이 주전 유격수이고 김지수가 백업으로 들어가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번 시즌 김하성의 에러가 2년 연속 21개를 기록했고 2016시즌 고메즈에 이어 2위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하루 빨리 김하성이 수비에서 안정감을 찾아야 한다. 이는 한화도 마찬가지다.
하주석이 주전 유격수이고 강경학이 백업으로 들어가지만 하주석의 에러가 19개로 수비 안정감이 떨어진다. 분명히 두 주전 유격수가 다 좋은 유격수로 클 재목이기는 하지만 하루 빨리 수비에서 안정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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