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구속, 증시에는 나쁘지 않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

검토 완료

여인택(ityeo)등록 2017.01.18 10:33
이재용 회장의 구속은 그 뉴스 자체로 예사롭지 않은 사건이다. 그룹회장의 구속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진 사건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다.

벌써 2년 전인 합병 당시를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큰 이슈가 되지는 못했던 기억이 있다.(당사자들에게는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합병의 목적이 이재용 회장의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라는 건 누가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지만 이를 반대하는 투자자가 늘어나서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 되었다.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하여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는 있었지만 적어도 내 기억에 국민연금이 국내 대기업의 경영활동에 대해 적극적인 자기목소리를 냈던 사례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합병은 이뤄질 것으로 보았다.

주변에서 이 문제에 대해 내게 질문을 하는 경우가 몇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단호하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해서는 안될일이지만 합병은 예정대로 될 것 같으니 주식이 있다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라고 조언했다.

이유는 오직 하나. 합병법인의 수익구조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합병된 삼성물산의 사업구조는 건설, 무역, 패션, 리조트, 급식/식자재유통, 바이오 등 6개이다.

연관성은 찾아볼 수 없는 별개의 사업구조를 지닌 기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사업부문별로도 무역부문은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 분야였고, 건설부문 역시 사업성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삼성이 그렇게 오랜기간 투자를 해도 뜨지않는 패션부문도 그러하고 바이오에 대한 투자는 당장에 이익이 나기 힘든 구조였다.

가장 최근의 실적인 2016년 3분기 삼성물산의 매출액은 20조원에 영업손실은 712억원 이었으며, 당기순손실 규모는 2,375억원에 달했다.

이번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른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의 합병을 승인한 것이 위법이라는 특검의 결론은 '미래가치', '가능성' 등의 단어를 목적어로 방어논리를 펼칠 경우 지리한 법리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제는 '계열사 리스크'라는 단어와 이별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국내 대기업들에게 참으로 오랜기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계열사 리스크'는 그 존재유무 만으로도 주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명제와 반대되는 행동이 의심되는 기업은 증시에서 싸늘한 외면을 받아왔다.

이번사건으로 사법처리를 받은 주체는 삼성과 국민연금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주식운용과 관련한 이슈로 사법처리가 된것은 아마도 처음이 아닐까 싶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국내증시 비중이 6.6%에 달하는 투자주체이다. KOSPI200  종목에 대해서는 지분율이10% 내외로 높다. 영향력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을 갖고 있음에도 이제까지 증시에서 국민연금이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국민연금의 투자에 대해서 법률적인 논쟁이 시작될 것이고 유무죄에 관계없이 국민연금의 증시에서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바꿔말해 보편적인 상식에 어긋나는 무리한 기업활동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자기목소리를 내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경희대학교 사회교육원 경영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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