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한국사회가 소수의 종교적 신념을 수용할 수 없는가

의사국가고시 시험 볼 수 없었던 수험생들을 국가인권위원회마저 외면하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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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섭(spaulso)등록 2017.01.25 10:35
2017년 1월6-7일, 의사국가고시 수험생 3명이, 종교적 신념과 양심을 지키기 위해 토요일은 종교적 성일(안식일)이므로 시험을 볼 수 없으니, "경찰 또는 감독관 통제하에 토요일 일몰후 시험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에 수개월 동안 요청했지만 거절당함으로써 결국 토요일 시험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했다. 국시원 관계자는 시험을 보고 선한일을 하면되는데 종교때문에 포기까지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문제있다고 오히려 비난하고 있다.

2016년 여름 국시원 앞에서 진행한 1인 시위 모습 2017년 1월7일 토요일(안식일)을 종교적 성일로 믿은 3명의 수험생이 의사국가고시 시험을 볼 수 없어 결시했다. 사진은 2016년 여름 국시원 앞에서 진행한 1인 시위 모습. ⓒ 김범태


의사국가고시 시험일정이 작년까지는 줄곧 평일이었으나 올해는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로 정해짐에 따라, 이들은 종교적 신념을 보호하고 종교차별 없이 시험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보건복지부와 국시원,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지난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민원 및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국시원을 상대로 행정심판도 청구했다. 그러나, 다른 종교적 신념도 고려해야 하는 형평성의 이유 등으로 국시원은 완강하게 거부했다.

여러해 동안 시험을 준비해온 젊은 의대생들, 자신들이 믿는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의사자격시험을 포기한 것이 일반 대중에게 매우 생소하거나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목숨과 같이 소중하게 여긴다. 정부행정 당국자들과 심지어 국가인권위원회까지도 지난해 7월부터 1인 시위를 비롯하여 6개월 동안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호소했던  이들의 청원을 모두 기각하며 외면해야 했던 이유는 진정 무엇이었을까?

이들 수험생들이 종교적 성일을 피해서 토요일로 시험일자 변경, 또는 변경이 어려우면 대체시험, 또는 일몰 후 시험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서를 수차례 제출했지만, 모두 기각당했다. 기각 사유는, "종교적 신념 보장을 위한 편의제공은 편의제공자로 하여금 그 재량 또는 의무범위를 과도하게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실현가능한 보장을 말하는 것이고, 대체시험을 실시할 수 없는  상황과 한국 사회가 대체시험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혀 없는 상황으로 국시원이 수용하기에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2017년 1월3일 오전, 수험생들이 국가인권위원회를 다시 찾아와, 시험일자 평일변경 및 대체시험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시험일정은 그대로 하면서, 토요일 시험장에서 경찰 및 감독관 통제하에 일몰후에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재량 범위내 있으므로 긴급구제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날 오후 국가인권위원회는 "방치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발생이 예상되므로 긴급구제 해달라"는 취지로 공문을 국시원에 신속하게 발송했다. 그러나, 다음날 국시원은 수용불가하다는 내용의 공문으로 회신했다. 그런데,  국가인권위원회는 1월5일 신속하게 위원회를 개최하여 긴급구제조치 대상이 아닌 일반사건으로 전환시키는 결정을 내렸고, 시험이 끝나고 1월 하순경에 최종 결정을 하기로 했다.

헌법 제11조 제2항에서 종교적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 제19조 양심의 자유, 제20조 종교의 자유의 권리 등이 보장된다고 명시되어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러한 기본적 인권들의 침해가 발생할 것을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시원으로부터 수용거부 통지를 받고 나서 구제조치 결정을 하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은 납득하기 매우 어렵다.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과, 홍콩, 일본, 필리핀 등 가까운 아시아 국가들, 그리고 남아공, 케냐, 르완다 등 아프리카지역의 다양한 나라들에서 종교적 신념 때문에 시험 볼 수 없는 수험생들을 위해 대체시험 등의 대책안을 시행한지 벌써 오래다. 이러한 외국의 많은 사례들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권위원회 조차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한국사회가 아직도 여전히 소수 개인들의 신앙적 양심에 대하여 편견을 가지고 있거나 또는 무관심과 냉대하고 있음을 절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의사국가고시를 포기한 수험생들의 종교적 신념에 대해 갑론을박을 하기보다는 당장 그들에게 발생한 국가적 개인적 의료인력 손실을 회복하도록 추가시험 또는 대체시험을 볼 수있게 국가기관이 마련해준다면, 한국도 다른 외국처럼 종교의 자유의 보장 또는 신앙적 양심을 존중해주는 성숙한 민주국가가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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