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가 촛불을 집어삼켰다는 착각"

검토 완료

박성환(wave115)등록 2017.02.14 11:01
 국회 탄핵 의결 이후, 촛불집회 참가자 수가 양적으로 줄어든 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태극기 진영의 세가 불어나 탄핵 찬성 여론을 역전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무려 210만명(?)이 모였다는 태극기 집회" 그 신빙성을 의심받고 있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 수를 가지고 마치 촛불집회와 세가 대등한 것 마냥 ‘일대일 투샷 화면’으로 보도하는 언론행태는 문제가 있다. 한편 지난 11일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주최측 탄기국은 자체 추산 210만명여의 인파가 몰렸다고 주장했다. ⓒ 뉴시스


어차피 80%를 웃도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지지율과 5%도 안 되는 현 정부 지지율은 변함이 없다. 촛불 집회 참가자 수가 다소 감소한 이유는 촛불여론이 시들해져서가 아니라 촛불진영이 탄핵 의결이라는 '1차적 성과'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촛불을 들었던 다수의 국민들은 이제 여유롭게 헌법 재판소의 사법 판단을 주시하면서 향방을 지켜보고 있다. 따라서 촛불집회는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처참한 상황에서 '범국민적 촛불여론'은 탄핵 심판 과정 및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다시 재점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촉박해 보이는 쪽은 태극기 진영이다. 이들의 실질적인 결집 및 단체 행동은 국회의 탄핵 의결이 확정되고 헌재의 탄핵 심판 절차가 가시화되면서 뒤늦게 표출되었다.

더구나 현재 박근혜 변호인단은 차마 법조인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질 낮은 변론과 시간끌기 전술로 일관하면서 제대로 된 변호는커녕 헌재 재판관들의 심기만 건드리고 있다.

이런 변호인단의 소위 '뻘짓'으로 초조하고 불안한 것은 촛불진영이 아니라 태극기 진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자신들의 집회 참가 수 불리기'에만 집착하는 것을 보면 한편으론 매우 안쓰럽다.

앞서 설명한 여러 불리한 정황은 고려하지 않고 단지 '촛불 집회 참가자 수의 양적 하락'에 뿌듯해하고 있으니 말이다.

100만 촛불집회 달성 이후, '해당 집회에 나오지 않은 시민들의 여론'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던 게 태극기 진영 아니었던가? 이제야 촛불집회 참가자 수를 깎아내리는 꼴은 결국 자신들의 혀놀림에 자승자박당한 것을 방증할 뿐이다.

“자유민주주의와 헌정이 무슨 뜻인지는 알고 외치는 걸까?” 헌정질서를 지킨다면서 헌정을 무너뜨린 박정희의 쿠데타를 찬양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면서 대의제를 무시한 권력의 사적 남용을 외면하는 ‘태극기 진영의 웃지 못 할 자기모순’은 연구 대상임에 틀림없다. ⓒ 뉴시스


국회 탄핵 의결이 이미 확정되고 변호인단조차 부실한 논리와 시간끌기로 방어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태극기 진영의 수가 더 많다고 억측하는 것은 더 이상 탄핵 사법 절차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임을 분명히 인식하길 바란다.

그러니 태극기 진영은 탄핵 반대 여론이 탄핵 찬성 여론을 집어삼켰다고 착각하지 마시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부지런히 초침을 움직이고 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