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무모함의 이중성

청춘은 정말 아름답기만 할까?

검토 완료

현지민(wlals523)등록 2017.02.17 15:48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진행중인 youth사진전을 다녀왔다. 전시를 좋아해서 어떤 주제든 갈 생각은 있었지만 '청춘'이란 단어에 더 끌려서 가게됐다.

그곳엔 자연스러운 사진이 많았다. 꾸미지 않은 모습 그대로 나온 사진들. 물론 연기를 한 건지, 그냥 순간을 포착한 건지는 나도 잘 모른다. 연기든 실제이든 사진에 드러난 순간의 그 감정은 사실인 게 분명해보였다. 아주 사소하고 가벼워보이는 것에도 그들의 감정이 있었고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었다. 의미가 없는 게 의미가 되기도 했다. 의미없는 것들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게 청춘이었다.

조금 더 돌다보면 제작자의 인터뷰 영상도 볼 수 있는데, 이런 말을 한다. '청춘엔 편견이 없어요. 우리는 모두 순수하던 때로 돌아가야합니다.' 물론 반짝거리고 빛나는 게 청춘은 맞지만 편견이 없고 순수한 것이니 다시 돌아가야할만큼 좋기만 한 것인지는 몇 번 더 생각해 보고 싶어졌다.

여러 생각을 해보니 떠오르는 말들이 많았다. 청춘, 젊음, 뜨거움, 열정, 모험, 순수함, 그리고 무모함. 이상하게 무모함이란 단어가 자꾸 맴돌았다. 무모함의 뜻은 '앞뒤를 잘 헤아려 깊이 생각하는 신중성이나 꾀가 없다.' 라고 하더라. 이 뜻을 보고 더 놓지 않고 생각한 것 같기도 하다.

무모함에는 두 가지의 다른 뜻이 함께 있다. 신중함과 꾀. (신중함은 보통 긍정적인 의미로, 꾀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인다.) 청춘에는 순수함이 있는 반면 신중함은 없고 사려깊지 않은 반면 음흉함은 없다. 청춘은 적어도 내겐 완벽하게 좋은 모습도 완벽하게 나쁜 모습도 아니었다. 무모함은 예쁘지도 추하지도 않았다. 내게 청춘은 왜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닌지.

어른이 돼가는 과정 중에 있어서 그런 것일까. 예전엔 앞 뒤 생각 없이 부딪혔던 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젠 하나 둘씩 생각하는 것이 늘어났다. 그 생각이 행동에 어느정도 제약을 거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젠 생각을 많이 한 후 행동하는 것이 싫지만은 않아졌다. 꾀가 늘었다고 해도 신중함을 포기할 순 없다. 슬프지만 돌아가고싶진 않다. 무모함이 가진 이중적인 의미처럼 이중적인 마음이었다. 무모했던 시절의 아름다움은 굳이 필요하지 않은 비싼 장신구가 돼버렸다.

후회는, 가끔 한다.

그럼에도 요즘은 참 무모해지기 힘든 것 같다. 무모하려면 돈과 시간이 드니까. 어찌 어찌 잘 골라서 돈이 안 드는 무모함을 택한다해도 시간은 무조건 들기 마련이고 그 말은 곧 '돈 벌 시간'이 줄어든다는 의미가 된다. 우리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그대로 정지해있는 듯 싶지만 비교를 제 옷처럼 입고 있는 이 사회에서 나이는 가장 손쉬운 비교의 수단이 돼버린다. 그리고 곧 나이는 돈을 얼만큼 벌었는지, 얼만큼 모았는지, 그리고 얼만큼 쓰는지를 가늠하는 비교 정도의 지표가 되기도한다. 그렇게 보면 왠지 청춘은 점점 우리와 반대로 흘러가버리는 것 같다. 전시된 사진 앞에 '만지지 말고 눈으로만 보세요.' 라고 써있는 팻말을 보고 한 발 물러나게 됐던 것처럼.

조금씩 어른이 되는 우린 각자의 세계를 완전히 벗어날 순 없다. 그냥 본인과 다른 세계를 먼 발치서 바라볼 뿐이다. (좋게 말하면 인정해주는거고 객관적으로 말하면 무심한거다.) 어른이 되면서 무모함의 댓가를 알게되는 사건들을 겪고 본인이 그만큼을 이겨낼 능력이 없는 사람임을 인정하고 난 뒤 나이에 맞지 않는 어색한 겁을 먹는다. 다시는 그런 도전이나 모험을 감수한 후 드러나는 무능력을 마주하고 싶지 않기때문이다.

그냥 묵묵히 자신이 선택한 길을 집중하며 걸어가다보면 또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제나, 늘'인 순간은 없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겨울이 지나 입춘이 왔다. 우리에게 또 다른 봄이 찾아온 것처럼, 어차피 흘러갈 유행가가 바보같이 매년 나오는 것처럼 겁쟁이가 된 우리의 길에도 변화는 분명 온다. 그냥 난 어제의 나와도 비교 없이 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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