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림학교 사업,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의 노예로 전락하지 않길

검토 완료

김태완(perfect95)등록 2017.03.19 18:56
Do Dream! 꿈을 실현하자는 캐치프레이즈
두드림! 기초학력 부진학생들이 꿈과 끼를 실현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고 그들의 닫힌 마음을 두드려 주자는 것, 정책 간 사업 칸막이를 두드리고 학교 구성원의 마음을 두드려 학생 중심의 다중 지원체제를 구축하자는 것을 염두에 둔 중의적 문구이다. 이를 테면 한 학생이 기초학력에 미치지 못함을 두고 학습 부진의 차원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정서행동장애나 돌봄 결여 차원에서도 관련 부서 간 다각도로 관심을 가져 공교육의 책무를 다하자는 것이다.

두드림사업의 본질은 합당하나 그 본질적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하위 기제는 다소 실망스럽게 작동한다. 기초학력 부진학생에 대한 공교육적 책임을 바탕으로 그들이 사회에서 생산적인 유기체로 활동하기를 바라는 진심에서 출발하기보다, 공동체의 기본 가치를 파괴하는 과열 경쟁의 구도를 조장하는 형태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이른바 '미달'인 학교가 두드림학교 사업에 인위적으로 배정되고, 그러한 학교들은 다음 학년도에 '불명예스런 인위적 배정'을 당하지 않기 위해 '융통성'이라는 이름으로 편법을 자행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성적이 좋지 않은 학교를 두드림학교 사업 대상교로 선정하는 것이 언뜻 보면 무리 없어 보인다. 하지만 '보통학력 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의 세 가지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학교알리미 서비스에 공개하여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것도 모자라,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든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비율을 낮추라는 시도교육청의 압박이 두드림학교 사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교육적 책무 속에 기초학력 부진의 늪에 빠진 아이들을 따뜻하게 돌봐주는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하는 것이지, 단위학교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의 수치가 이 제도의 시작과 끝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학교 단위가 달라질수록 또한 교육부에서 시도교육청, 시도교육청에서 학교 단위로 기관의 지침과 명령이 소위 '하달'될수록 두드림학교 사업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자를 낮추고 향상도를 끌어올리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다.

해당학교의 지역적 여건은 어떠한지, 학부모들이 교육공동체로서의 주체로 어떠한 역할을 가지고 있는지 등의 변인은 관심 밖이다. 체육 특기생이나 도움반(지적 장애학생 포함) 학생들이 많은 학교는 상대적으로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많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간과하고, 그러한 변인들을 명시하지 않은 자료의 눈은 맹목적으로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주목해 볼 일이다.

각 시도교육청에서 기초학력 미달학생이나 성적 향상도를 바탕으로 학교장의 책무 이행도나 성실도, 능력치를 일치시키며 옥죄는 과정이 공공연하게 펼져진다. 어떤 학교장들은 구조적 모순에 항거하기보다 주말 야간자율학습을 강행하거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대비하여 기출 문제를 풀이해 주기를 바라는 등 숫자의 마력에 굴복하는 모습들을 보이기도 한다.

학교 현장이 이러한 모습을 보일수록,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예속되지 않고, 기초학력 미달학생들이 나름의 길을 찾아가고 나름의 행복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도록 순수한 본질에 다가서는 프로그램을 만나고 싶다. 학업에 관심이 없었던 학생들이 '학교'라는 공간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더 '행복'이라는 단어와 관련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만나고 싶다.

김해영운고등학교, 일반계 고등학교로서는 드물게 두드림학교 사업에 교과 중심 사업보다 비교과중심사업을 많이 확보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대하는 예전의 인식을 버리고, 2015개정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공동체역량과 심미적감성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많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연극 관람을 넘어서서 연극 공연을 하며 감성 공유의 장을 마련해 주고,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여 '도전', '실패', '성공 경험'등의 키워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을 마련하는 등 일반계 고등학교로서는 다소 이색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두드림학교의 본질에 충실하자면 신선하지도, 파격적이지도 않지만,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라는 종속적 틀에서 벗어나 학력의 정의를 재정립하고 용감한 결단을 내린 부분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우리는 이 계획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훌륭한 감시견이 될 필요도 있고, 최고의 지지자가 될 필요도 있다.

거대담론의 진정성이 운영과정에서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훼손되지 않는 세상이 도래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