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U리그 개막특집 인터뷰] "우승 보다 경기력" 광운대 오승인 감독의 뚝심 있는 축구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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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환(seoch92)등록 2017.03.21 17:19

오승인 감독의 축구 철학은 '좋은 경기력'이다. ⓒ 광운대축구부 기자단(KWFM)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전설적인 명장으로 추앙받는 퍼거슨 감독은 무려 28년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끌었다. 현재 진행 중인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은 22년 동안 거너스와 생사고락을 함께하고 있다.

광운대 오승인 감독 역시 퍼거슨과 벵거 감독처럼 한 우물만 팠다. 현역 시절 광운대를 졸업하고 1988년 포항에서 프로 데뷔한 오 감독은 실업팀인 삼익악기를 거쳐 1991년 유공(現 제주 유나이티드)에 합류해 3년간 프로 생활을 누렸다. 당시 K리그에 패스 축구라는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니폼니시 감독의 제자로 있으면서 패스 축구의 진수를 느꼈다.

1994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오 감독은 2001년, 모교인 광운대 코치로 부임한다. 이후 그는 2007년 강기욱 광운대 전 감독의 뒤를 이어 뚝심 있게 비마 군단을 17년째 이끌고 있다. 2014시즌에는 단국대를 꺾고 U리그 왕중왕전 우승을 거두며 자신의 축구 철학을 꽃피웠다. 지도자로서 17번째 대학축구 시즌을 맞은 오승인 감독. 그를 만나 올 시즌 U리그에 임하는 소감을 들어봤다.

<춘계연맹전은 반전의 계기>

지난 2월, 광운대는 경남 통영에서 열린 '제53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으로 2017시즌의 닻을 올렸다. 광운대는 예선에서 한남대, 군장대, 예원예술대를 만나 1승 2무를 거두며 조 2위로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40강 길목에서 마주친 배재대를 상대로 4-1 대패해 일찌감치 짐을 쌓아야 했다. 매년 우승 후보로 꼽히는 광운대의 전력을 감안하면 40강 탈락은 이른 감이 있었다.

이에 오 감독은 "춘계연맹전은 U리그에 앞서 각 팀의 전력을 가늠할 수 있는 전초전이다. 40강에서 배재대를 만나 조기 탈락했지만, 우리 팀의 장·단점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의미 있는 대회였다"며 앞선 대회를 반전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강력한 수비와 전방 압박을 필두로 한 광운대는 실점을 적게 허용하는 팀으로 유명하다. 지난 시즌 3위로 마무리한 U리그 5권역에서 12실점(14경기)만 거두며 경기당 '0점대' 실점률을 기록했다. 이번 춘계연맹전 예선에서는 2실점 했다. 그중 한 골은 한남대와의 1차전에서 종료 직전 허용한 PK골이었다. 때문에 배재대와의 40강전에서 대량 실점을 허용한 광운대는 분명 낯설었다.

광운대 오승인 감독이 훈련 중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 광운대 축구부 기자단(KWFM)




배재대전에서 대량 실점을 허용한 점을 들어 아직 팀이 정상 궤도에 올라오지 못한 것 아니냐는 얄궂은 질문에 오 감독은 "그렇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얼마 전 열린 FC 바르셀로나와 파리 생제르망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경기를 예로 들었다.

"1차전에서 PSG가 바르샤를 4-0으로 눌렀지만, 반대로 2차전에서 바르샤에게 6실점이나 허용하며 탈락했다. PSG가 그렇게 떨어질지 누가 알았는가. 아무리 강팀이라도 대량 실점은 있기 마련이다. 이런 게 축구의 매력이다. 오히려 팀 완성도는 작년보다 낫다. 지난 시즌 주전으로 활약한 4학년 선수들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응집력이 좋다. U리그가 시작되면 훨씬 더 좋아질 거로 본다."

그러나 오 감독은 "수비적인 움직임은 확실히 개선이 필요하다"며 선수들에게 분발을 촉구했다.

"실점을 많이 허용한 것보다 우리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게 더 중요하다. 그간 우리 팀은 주로 빌드업을 바탕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경기를 펼쳤다. 문제는 이번 춘계연맹전에서 만난 팀들이 우리의 색깔을 간파했다는 것이다. 실점 장면 대부분이 선수비 후역습에서 나왔다. 경기를 주도하면 라인이 올라가기 마련인데, 상대 역습을 대비하는 수비 움직임이 아쉬웠다."  

<우승보다는 경기력>

지난 시즌 광운대는 U리그 5권역에서 8승 4무 2패를 거둬 조3위로 왕중왕전 진출에 성공했다. 고려대, 숭실대, 성균관대 같은 우승권 팀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보였다. 이번 춘계연맹전 우승팀인 숭실대를 상대로는 리그에서 2승을 챙기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올해 광운대는 U리그 3권역에 배정됐다. 역시 만만찮다. 지난해 같은 권역에 속한 고려대를 다시 만났다. 아주대, 한양대, 예원예술대 등 대학축구 강호들과도 자웅을 겨뤄야 한다.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심심찮게 하는 디지털대학 팀들도 쉬이 넘길 수 없다. 오 감독 역시 "쉽지 않은 일정이 될 것 같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지난 시즌 서울시장기대회에서 우승을 거둔 오승인 감독 ⓒ 광운대 축구부 기자단



"올해도 강팀이 많다. 특히 예원예술대는 이번 춘계연맹전에서 한 번 붙은 만큼 까다로운 상대다. 고려대는 지난 시즌 3번이나 만났다. 강팀들을 상대로 최소한 1승 1무는 거둬야 왕중왕전 진출이 수월할 것으로 생각한다."

신중함을 표시한 오 감독이었지만 "막상 리그가 시작하면 우승권으로 평가받는 팀들도 미끄러지기에 십상이다. 직접 붙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게 축구"라며 이내 웃음을 지었다. 하향 평준화되면서 변수가 많아진 대학무대에서 17년간 잔뼈가 굵을 대로 굵은 베테랑의 여유가 느껴지는 웃음이었다.

새내기 선수들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오 감독은 "춘계연맹전에서 선보인 변수호(FW)와 이현민(MF) 말고도 김영훈, 김한성 같이 잠재성 높은 선수들이 많이 합류했다. 아직 부상 때문에 개막전 투입은 미지수지만 이들이 복귀하면 탄력적으로 스쿼드를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느덧 오 감독이 대학축구에 발을 들인 지도 17년이 지났다. 앞서 언급한 두 명장에 비해 오 감독의 재임 기간이 짧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가볍게 넘길 시간이 아니다. 17년간 많은 제자들을 프로 무대에 진출시키며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걸어간 장인 정신은 충분히 박수 받을 일이다.

마지막으로 오 감독에게 올 시즌 U리그에 임하는 각오를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각오는 무슨 각오, 올해도 똑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래도 대장정을 시작하는 만큼 자신의 철학을 드러내야 하지 않겠냐고 하자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윽고 그가 드러낸 각오는 뚝심 있는 그의 축구 철학을 잘 보여줬다.

"항상 선수들에게 결과보다는 경기력을 중시하라고 강조한다. 무조건 경기력이다. 첫째도 경기력, 둘째도 경기력이다. 경기력이 좋으면 승리는 자연스레 따라온다. 단순히 상대를 꺾기 위한 축구가 아니라 하나의 팀으로 완성돼 상대를 장악하는 축구를 하고 싶다. 이게 내 축구 철학이다. 이번에도 똑같다. 우승이 목표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우리 경기력을 보고 즐거워하는 축구를 하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광운대학교 축구부 기자단(KWFM) 블로그에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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