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주 연속 1위지만....'자극'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미우새>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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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균(sksehdrbs)등록 2017.03.25 17:09
<미우새>는 금요일 심야 시간대 예능으로 10%의 벽을 깨는 기염을 토했다. 몇 년 새, 공중파 예능의 시청률 파이가 작아지고  10%의 벽을 SBS가 가족예능으로 깨고야 만 것이다. 벌써 29주 연속 동시간대 1위를 기록 중이다. 경쟁 프로그램은 상대도 안 되는 성적을 낸 것이다. 이런 성과는 관찰 예능을 비트는 '가족'의 출연으로 가능할 수 있었다.

<미우새>는 엄마와 아들, 모자 관계에 놓인 사람이 등장하지만 그들끼리 서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를 꾸려나가지 않는다. <미우새>는 '이미 다 큰' 노총각들의 일상을 화면으로 내보내고 스튜디오에서 그 일상을 관찰하는 어머니들의 반응을 캐치한다. '어머' '쟤가 왜 저럴까' '쟤가 미쳤나'같은 반응이 날것으로 드러날 때, 시청자들이 얻는 재미도 따라서 상승한다.

<미우새>에서는 아들의 사생활보다 그에 반응하는 엄마의 반응이 포인트다. ⓒ sbs


그런 반응이 나올 수 있는 것은 모자가 한 공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함께 있다면 숨겼을 아들의 사생활이 아들 혼자 집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사실적으로 공개되고 그런 사생활을 보면서 '몰랐던' 아들의 생활 방식을 보는 어머니들의 충격은 더할 수밖에 없다.   

사실 초반부터 허지웅의 결벽증이나 김건모의 술 냉장고, 박수홍의 클러빙같은 특이한 행동들에 방점을 찍어 영상이 제작된 것역시 그 장면을 보는 엄마들의 시선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기 위해서다. 엄마들의 추임새는 이 프로그램이 살아남고,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화면속의 아들은 더 이상 그들이 알고 있던 아들이라고 할 수 없다. 이미 그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따로 만들었고, 그들만의 생활방식을 정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들을 자신이 생각한 기준에서 '잘 되게' 만들고 싶은 어머니들의 심리는 묘한 상충작용을 일으키며 예능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화면속의 아들의 일상에 엄마는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엄마의 심리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아들을 존중한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자신들이 정한 기준을 놓지 못하는 이중적인 엄마의 마음과 자신을 사랑하는 건 알지만 때로는 간섭이 버거운 자녀들의 마음에 대한 공감대가 한국사회에는 깔려있다. 그 공감대를 이용해 엄마들의 반응을 잡아낸 것은 훌륭한 전략이었다고 할만했다.

그러나 문제는 '방송에서 허용하는' 아들의 민낯이 벗겨진 지금이다. 이미 결벽증, 클럽, 술, 결혼 등 엄마들이 걱정하는 아들들의 생활이 그대로 공개된 터다. 이미 카메라 앞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은 다 나왔다고 봐야 한다. 한 두 번 보면 충격적인 장면도 익숙해지면 충격적일 수 없다. 그건 스튜디오에 자리를 잡고 앉은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점차 할 이야기가 떨어지자 과해지는 설정 ⓒ sbs


그래서 <미우새>가 택한 방식은 더 자극적인 장면을 내보내는 것이다. 이를테면 김건모가 '술병 트리'를 만들거나 김밥 재료를 몇 겹으로 쌓은 '대형 김밥'을 만들거나 하는 식이다. 그마저 여의치 않은 출연자에게는 러브라인을 부각시켜 맞선을 보게 하거나 한다. 단 하루의 단식원 체험등도 설정한 느낌이 가득하다. 특히나 엄마가 싫어한다는 박수홍의 왁싱이야기는 24일 방송분에서 수차례나 등장한다. 

그러나 아들의 일상생활이 아닌, 다분히 만들어진 것 같은 그런 장면들은 때로는 너무 억지스럽다. 문제는 억지스러운 장면이 아니고서는 너무 익숙해져버린 아들의 일상 속에서 이제 엄마의 반응을 이끌어 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자극이 없이는 예능적 가치를 담보하기 힘든 <미우새>의 딜레마 ⓒ sbs


차라리 동생과의 관계 회복이나 자신의 행동패턴 변화에 초점을 맞춘 허지웅의 이야기는 뭔가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그러나 문제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예능에서 이런식의 이야기로만 채워진다면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자극과 엄마들의 캐릭터라는 두가지 요소를 잡지 못하면 <미우새>의 예능적 가치는 떨어진다. 그러나 '일상생활'이라는 한정된 소재에서 계속된 자극이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이런 식의 전개는 프로그램에 있어서 긍정적일 수 없다. 그러나 사실 딱히 돌파구가 없다. 모든 인간들에게는 자신만의 기벽奇癖이 있기 마련이지만, 대체적으로는 일상에서 그리 특별한 일을 벌이며 살지는 않는다. 집에 있거나 밖에 나갔을 때, 항상 이벤트처럼 어떤 일을 벌이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 구멍을 채우기 위해 다소 난감한 상황을 설정하고 그 설정에서 엄마들의 반응을 지켜보게 만드는 일을 언제까지고 계속할 수 있을까. 29주 연속 1위라는 빛나는 성과속에서 피어나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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