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록지마에 취한 사법권력

대법원의 법리 비틀기와 사법피해 배상

검토 완료

임구호(림개소문)등록 2017.03.30 11:08
[위록지마에 취한 사법권력]  2017.4.1. 림 구 호         

2011.1.27. 대법원 제3재판부(재판장:안대희, 주심:신영철, 박시환, 차한성)는 민사배상에서 지연이자 기산일을 원인(사건)발생일로부터 변론종결일(2심 사실심리)로 변경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이는 손해배상액의 감액일 뿐만 아니라, 공권력과 공직자가 자행한 반인권 불법범죄에 대한 구상액까지 감면해주는 판결이었습니다. 또한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면서도 대법원 전원회의를 거치지 않은, 대법소부는 법원조직법(제7조제1항제3호)을 정면으로 위반하였습니다. 더구나 민사소송법이 보장한 쌍방의 다툼에서 원고(사법피해자) 측에 보장된 방어와 반론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한 기습적인 자판이었으며, 원고들을 모두 채무자(부당이익금 반환)의 올가미로 묶는 사법폭력이었습니다. 특히 시민의 상식조차 외면한 위록지마의 판결취지는 사법피해자들을 다시 어둠속으로 몰아넣는 형벌이 되었습니다. 
  
1) 소위 '인혁당사건'은 재심소송 무죄판결 후 사법살인 당한 사형수 8인의 손해배상 소송이 먼저 진행되었습니다. 2007.8.21.(2006가합92412손해배상) 법원은 원인발생일(1975.4.8.)부터 지연이자를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피고 측(법무부)의 항소포기로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즉 원금(1)+이자(1.6배)=2.6배로 배상금액이 산정되고 집행되었습니다. 또한 다른 '2010다18829사건'에서도 2010.7.22. 대법원은 불법행위일(1988.8.5.)로부터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2) 8인과 동일 사건관련자 11인(9+2)에 대해, 2011.1.27. 대법원 소부판결(2010다1234)에서 원인발생일이 아니라 2심 변론종결일부터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하였습니다. 즉 원금(1)+이자(0.07배)=1.07배로 배상금액이 확정되었습니다. 1,2심 재판부는 1+1.6=2.6배의 계산방식에 따라 상대적으로 감액된 '1'의 금액을 산정 선고하였는데, 결과적으로 상당한 감축이 강제되었습니다. 이는 동일사건의 분리재판에서 내려진 차별적인 판결, 그것도 다툼의 기회조차 봉쇄한 법리를 벗어난 자판이었습니다. 대법원 판례는 원인발생일로부터 지연이자를 기산하는 배상판결이 선행되어 왔습니다. 즉 2010년까지는 법률과 판례의 변화가 전무한 상태였기 때문에 1,2심 판결 역시 원인발생일을 기산점으로 심리하고 판결하였습니다. 
   
3) 당시 2심에서 심리 중이던 '2010나110031', '2011나27891' 사건(민청학련) 등은 원금 1을 2이상으로 조정하여 손해를 만회하였습니다. 그런데 대법소부는 인혁당사건 관련자들의 7년10월~8년8월 징역살이와 형집행정지 5년, 자격정지 10년 등 총 24년의 사법피해(1998.12. 복권)에 대한 배상원금 6~7억 원은 '대체로 적정하다고 보여진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렇지만 2년7월의 형을 살았던 '2010다28833'(아람회)사건의 배상원금 7억 원과 미결수 수용생활 10월과 4년의 미복권 기간(1978.12 사면)의 민청학련 사건 배상원금 5억 원에 대해서는 '다소 적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는 사법피해자의 피해 정도를 거꾸로 평가하는 법리법치의 역주행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4) 2011.7.21. 대법원 전원회의는 '예외적으로 변동된 사정을 참작하겠다'며 지연이자 기산을 '변론종결일'로 하는 판례를 만장일치로 성립시켰습니다. '예외적으로'란 말 자체는 법의 형평성 연속성과 대치되는 개념이며, '예속성'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유사 '예외'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거듭 '예외적으로(라도)' 판결문을 작성한 배경은 대법소부의 변론종결일에 대한 사법권력의 치졸한 사후 수습책이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대법소부의 법원조직법 위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유신권력에 굴종하였던 사법권력의 불행한 전철이 재현되어, 변론종결일을 자의적으로 제기하여 공안권력의 입맛에 굴복하였다고 지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시 법무부는 소송수행자로 국정원을 지정하였습니다. 불행하게도 가해 공안기관이 정부 측 소송수행자로 참여하여 항소 및 상고, 소송의 진행과 방어를 조정하였습니다. 

5) 민사소송법 제203조는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판결하지 못 한다', 제431조는 '상고법원은 상고이유에 따라 불복신청의 한도 안에서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고(정부측)의 상고이유서는 물론 공판조서 어디에도 '변론종결일'이란 용어와 내용은 등장한 사실이 없습니다. 피고는 다만 '채권자(원고측)의 이행청구를 받은 때'(형사재심신청일)로 지체이자 기산일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립적이고 공정해야 할 대법재판부는 위 민사소송법을 정면으로 위반하였습니다. 그리고 원고의 배상원금을 삭감하기 위해 법을 비틀어 구악을 수습해주는데 주동적인 역할을 하였다 할 것입니다.   
 
6) 국가배상법 제2조제2항은 '…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할 수 있다.'고 규정(구상권행사)하고 있습니다. 즉 사법피해자들의 손해배상은 공권력과 공직자가 범한 불법행위의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오판을 행한 대법원이 당사자의 한 기관일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중립적인 태도로 판결에 임해야 합니다. 아니면 범법자에 대한 구상권 행사를 축소하는 범죄부역을 수행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무죄확정 후 손해배상금 과거사사건에서 정부(법무부)가 구상권을 행사했다는 보도는 아직 없습니다.  
  
7) 대법 재판부는 '현저한 과잉배상'의 근거로 '통화가치 등에 대한 상당한 변동이 생긴 경우'와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하여 지연이자가 크진 경우를 들고 있습니다.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하면 통화가치의 상당한 변동과 지연이자의 증대는 회피할 수 없는 상식적 시장개념입니다. 경제가 확대재생산되어 통화량이 증대하고 물가가 인상되면 화폐가치는 하락(상품과 임금의 명목표시는 인상)될 것입니다. 특히 장기간이라는 개념은 특정 개인의 사법피해 기간이 장기에 걸쳐 누적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3~40년 전의 과거사사건에 대한 피해배상은 피해기간 누적이 오래될수록, 화폐가치 하락폭이 클수록 배상금액은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Ecos)은 화폐가치와 물가의 변동내용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가 전문기관의 자료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당연한 사실조차 모르쇠 하였습니다. 그리고 대법재판부는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예외적으로라도 변론종결일 당일로부터 발생한다고 법리를 비틀고 있습니다.  
  
8) 대법재판부는 '국가유공자 … 균형도 … (사법피해자)위자료 산정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뜬금없는, 그리고 국가유공자의 선행을 돈으로 모욕하고, 사법피해자에게는 '너희가 공이 있느냐'며 희롱하는 판결이유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첫째, 국가유공자와 사법피해자는 사회적 가치와 시민적 동의를 달리하는 개념입니다. 둘째, 유공자는 돈으로 측정되거나 보상되는 대상이 아니며, 사회적 윤리적 영역에서 감당하여야 합니다. 셋째, 사법피해자는 국가공권력과 공직자의 불법행위에 의해 발생한 법적 피해자들입니다. 그러므로 손해배상은 그 피해에 대한 구체적 정도와 객관적 평가로 결정될 뿐 다른 어떠한 사회적 고려가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재판부는 '균형'이라는 말로 판결을 정당화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9) 사법권력의 상부 대법원은 '변론종결일'을 시작으로 '단기소멸시효', '생활지원금의 재판상 화해', '통치행위의 민사상 책임면제'로 이어지는 일련의 판결을 선고해왔습니다. 이는 사법피해자들의 배상금액을 감액하거나 아예 배상을 봉쇄하는 재판상 조치입니다. 사법피해는 있고, 이 피해에 대한 배상을 국가가 회피하는, 그로 인하여 불법 공직자들의 책임도 면피되는 구도를 현실화하였습니다. 당시 악법의 절차에 따라 독재권력에 충성한 경찰과 검찰은 물론 법관까지 사법적 정당성에 기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법피해자들은 오히려 이들에 의해 죄인이 되고, 감옥 생활에 자격정지와 감시의 혹독한 세월, 가족들까지 움츠린 삶으로 돌아가야 했었습니다. 누적된 적폐가 인생을 바래버린, 그리고 장기간의 인내는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삶조차 허접한 뒷담화로 떠돌게 하는 어둠의 세상으로 밀어내 버렸습니다.    

10) 2017년 현재 당국(법무부)은 '부당이익금'으로 압류된 사법피해자의 부동산에 대한 경매절차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소위 부당이익금은 대법원이 변론종결일을 기산일로 판결하면서 2009.8.18. 서울고등법원 재판부의 결정에 의해 가지급된 금원(1.73)의 상당부분 0.66(1.73-1.07)을 지칭합니다. 게다가 부당이익금에 대한 년 5%의 지연이자(0.20)와 년 20%의 징벌적 지연이자(0.16)를 합산, 법원은 1.02의 반환을 판결하였습니다. 이는 대법원이 확정한 손해원금 1.07 중 0.36의 지연이자까지 추가 환수하는, 실재 배상원금은 0.71(1.73-1.02)이었다는 사실입니다. 
① 민법(제741조)상 '부당이익금'은 '법률상 원인 없이 … 이익을 얻'은 경우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 '이익'은 법원의 판결에 의해 발생한 배상금의 일부이고, 법원의 판결에 의해 가집행된 금원입니다. 또한 정부 측이 징벌적 지연이자를 회피하기 위해 지급을 동의한 금원입니다. 그러므로 '법률상 원인이 없이' 성립한 금원이 아니며, 이 경우 '부당이익금'이라는 용어는 민법상의 성격과도 맞지 않다 할 것입니다. 
② 원고는 2011.1.27. 대법원 확정판결로 반환청구 원인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9월이 지난 2011.11.7. 최고서(서울고등검찰청검사장)를 송달하였습니다. 그리고 정부(황교안)는 단기소멸시효(6월)를 2년5월이나 경과한 2013.7.3.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사법피해자들은 민사소송법상 3년의 시효 규정에 따라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등장한 단기소멸시효 6월 그것도 '권리행사의 나태'를 방지한다는 선의에 의해 줄줄이 기각 처리된 판결과 비견된다 할 것입니다.       
③ '부당이익금' 반환 판결에서 재판부는 원인발생일로부터 년 5%, 소장 부본을 전달받은 날로부터 년 20%의 지연이자를 선고하였습니다. 소위 이 '부당이익금'은 원심법원이 원인발생일을 변론종결일로 변경하면서 발생한 금원입니다. 그럼에도 사법권력은 지불할 때와 받을 때의 법적 기준을 달리하는 이해불가의 판결을 사법피해자들에게 강요하였습니다.      
④ 정부 측은 최고서(2011.11.7.)에서 1개월 이내에 이자 없는 초과 지급분만을 반환할 것을 명령하였습니다. 그러나 사법피해자들은 변론종결일의 법적 부당성과 타사건 경우와 형평성을 다투고 있었기 때문에 요구에 응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반환금은 원금에 한정하는 정부 측 입장 통보로 받아들였습니다. 피해배상 원금까지 추징(0.36)해 가는 악의적인 사법권력이라고는 의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사법권력은 바로 위록지마의 재간으로 법리를 비틀고 사법피해자들을 다시 트라우마의 병동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리고 공안권력과 그 종사자에게는 법적 정당성뿐만 아니라 구상권 행사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게 지원해주었습니다. '이게 나라냐'는 시민의 지탄은 공정하지도 순리적이지도 못한 법치에서 출발하며, '유전유권 무죄'의 법정이 적폐의 근원임을 규탄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에도 불구하고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 민사상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 2012다48824)고 하여, 사법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거부했습니다. 이 법리로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라는 개념을 확장하면, 반민족 반민주 반인간의 범죄인에게도 면죄부를 하사하는 길을 열게 됩니다. 한일합방조약 체결에 의한 일제의 식민지지배, 반공통일을 위한 한국전쟁의 전쟁범죄, 좌익에 선동된 시민의 내란을 수습한다는 4.19와 5.18의 발포명령, 경제발전과 사회질서를 안정화시킨다는 고문과 용공조작의 공안사건 등에게도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 의미를 부여하는 사법적 단초를 마련했다 할 것입니다. 이러한 사법권력의 역주행은 적폐의 현장에서 새로운 판례를 생성하고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사법권력은 '변론종결일'로 기습적으로 시작하고, '부당이익금 환수'로 승리의 쾌재를 부르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한겨레신문과 jtbc, sbs에도 보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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