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시즌 서동욱은 넥센 히어로즈(넥센)에서 자리를 얻지 못하고 조건 없는 트레이드로 KIA 타이거즈(기아)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2루수 자리에는 서건창, 1루에는 윤석민과 채태인, 외야에는 고종욱, 박정음 등 젊고 발 빠른 선수들이 많았던 탓에 좀처럼 자리가 나지 않자 염경엽 전 넥센 감독은 기아에 조건 없는 트레이드를 제안했으며 기아는 돈을 주겠다고 했지만 돈 받고 선수를 팔던 구단의 이미지를 버려가던 넥센은 이를 거절하며 서동욱은 조건 없이 기아로 둥지를 옮기게 되었다.
▲ 기아 타이거즈 서동욱 계륵에서 보물이 된 서동욱 ⓒ KIA 타이거즈
그렇게 기아의 유니폼을 입게 된 서동욱은 안치홍이 군입대로 자리에 없을 때는 2루수로 나왔고, 안치홍의 복귀 후 김기태 감독은 그간 활약해준 서동욱의 노고를 인정해 라인업에서 빼지 않고 우익수와 1루수로 출전시켰다. 이에 서동욱은 데뷔후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시즌을 보냈는데, 124경기에 나와 411타수 120안타를 쳐내며 개인 통산 처음으로 한 시즌 동안 세 자릿수 안타를 쳐냈고 기아는 서동욱에게 생애 첫 억대 연봉을 안겨줌으로써 그는 멀티 플레이어로써의 가치를 인정 받게 되었다. 넥센에서는 자리가 없어 계륵이었을 지언정 기아에 와서는 보물이 된 것이다.
2017시즌에도 서동욱처럼 계륵에서 보물이 된 선수가 탄생할 수 있을까? 떡잎이 보이는 선수들이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선수가 있다. 서동욱처럼 팀도 여러 번 옮긴 사연 많은 선수이다. 절실함에 이름도 바꿨다. 그 선수는 한화 이글스의 장민석이다.
장민석의 원래 이름은 장기영이다. 2001년 현대 유니콘스에 2차 9번으로 지명됐다. 투수로 입단해 4경기에 나왔지만 2008년부터는 넥센 히어로즈의 전신인 우리 히어로즈에서 야수로 활약했다. 투수 출신으로 강한 어깨를 가졌고 빠른 발 덕분에 외야수로 전향할 수 있었고 두텁지 않은 히어로즈의 선수층 속에서 많은 기회를 부여 받으며 2010년과 2012년에는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2013시즌이 끝나고 윤석민과 트레이드 되어 두산 베어스로 오게 되었다.
▲ 두산 베어스 장민석 두산 베어스 시절 장민석 ⓒ 두산 베어스
당시 트레이드에 대해 말이 많았다. 장민석은 당시 2013시즌 포스트 시즌에서 넥센과 두산의 경기에서 '총검술' 타격을 선보이며 경기의 흐름을 끊어놨던 선수였고 윤석민은 '포스트 김동주'라는 별명을 가졌던 촉망받는 차세대 우타 거포였기 때문. 이종욱이 FA로 NC 다이노스로 이적해 빠져나간 빈 자리를 장민석으로 채우려는 트레이드였던 것이지만 이 트레이드는 두산 팬들에게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
▲ 장민석 '총검술' 티격으로 비난을 받았던 장민석 ⓒ 인터넷 커뮤니티
트레이드로 둥지를 옮겼지만 그 당시 두산 베어스의 외야는 김현수-정수빈-민병헌으로 채워져 있었기에 장민석이 출장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다. 장민석은 대주자나 대수비로 주로 출전했으며 선발 출장 횟수는 별로 없었다. 그리고 두산 베어스 2군 팜이 워낙 출중했기에 앞으로도 장민석의 설 자리는 없었다. 결국 장민석은 두산 베어스에서 보낸 2년 동안 123타수 24안타 타율 0.195라는 초라한 성적표만 남기고 2016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 이글스로 또 한 번 팀을 옮기게 된다.
항상 장민석에게 따라다녔던 물음표는 타격이었다. 수비도 나쁘지는 않고 주루 플레이에도 능한 빠른 발을 가졌는데 선발로 쓰자니 타격 부문이 너무 부진했던 것이다. 또한 장민석은 한화에 와서는 국가대표 중견수 이용규라는 큰 벽에 부딪혔다. 중견수 자리는 이용규에게 내주고 대주자, 대수비 혹은 선발로 코너 외야수 자리에 나오기도 했지만 타격이 부진한 나머지 선발로는 자리 잡지 못 했다. 지난 시즌 꽤 많은 타석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205타수 47안타 0.229의 타율을 기록했다. 16개의 볼넷을 얻어냈지만 44개의 삼진을 당하며 선구안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 장민석 한화 이글스 장민석 ⓒ 한화이글스
하지만 앞선 시즌과 달리 2017시즌 장민석의 모습은 확실히 다르다. 시즌을 앞두고 타격폼을 대폭 수정했는데 이 수정한 타격폼이 장민석에게 타격에서의 재능을 눈뜨게 했다. 이용규의 부상을 틈타 주전 중견수 자리를 확보했고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42타수 14안타를 쳐내며 0.333의 타율을 기록중이다. 6개의 볼넷을 얻어내는 동안 8개의 삼진만 당하며 예년에 비해 선구안도 좋아져 출루율도 0.417을 기록중이다. 도루도 총 3개였던 지난 시즌과 달리 벌써 두 번이나 베이스를 훔쳤다. 이런 성적이 쭉 이어진다면 넥센 시절에 이어 한화에서도 세 자릿수 안타를 치는 풀타임 외야수가 되지 못 하리라는 법이 없다.
장민석은 하주석과 함께 테이블 세터 자리를 차지해 벌써 10득점을 했다. 지난 시즌 -0.82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을 기록했지만 이번 시즌 장민석은 0.37의 WAR을 기록중이다. 지난 시즌보다 1승이 넘게 한화에 기여를 한 것이다. 앞서 말했듯 아직은 시즌 초반이고 이용규의 복귀가 장민석의 중견수 자리를 앗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모습이라면 코너 외야수 한 자리는 장민석의 차지가 될 수도 있다. 발 빠른 외야수가 별로 없는 한화 이글스로써는 장민석이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공수주에서 큰 힘이 될 것이기 때문에 굳이 다른 선택지를 고민할 이유도,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장민석이 2017시즌을 마무리할 쯤엔 제2의 서동욱이 되어 있을까? 거침 없이 질주하는 장민석의 이번 시즌이 궁금해진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