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당 지하에는 노인이 산다

노인 복지 공간 턱없이 부족,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안 마련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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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르내(alwayer)등록 2017.04.27 09:03
 올해 75세가 된 문명금씨의 하루는 길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마치면 곧장 지하철에 올라 반월당 메트로센터로 간다. 점심은 무료급식소에서 해결한다. 그는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하루를 보낸다. 종종 센터 내에서 술을 마시거나 고성이 오갈 때도 있지만 다른 곳에 갈 생각은 없다. 겨울이나 여름처럼 바깥으로 나가기 어려울 때는 메트로센터만큼 아늑한 대피처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날씨가 따뜻한 봄에는 두류공원이나 팔공산으로 가지만 그것도 생활비가 있을 때 가능하다. 그가 받는 기초노령연금은 36만 원 남짓. 월세와 식비를 해결하면 다른 곳에 쓸 돈도 없다. 올해는 노인 복지관 수강에도 실패했다. 새벽부터 기다렸지만 인원이 다 차서 받아줄 수 없다는 것이 복지관의 설명이었다. 공짜로 탈 수 있는 지하철만이 그의 유일한 외출수단이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문명금씨 한 명의 일이 아니다. 현재 대구시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32만8천여 명에 이른다. 전국 평균 노인빈곤율이 49%에 육박한 것을 고려할 때, 대구시 노인 중 16만 명은 문명금씨처럼 빈곤한 셈이다. 노인 복지관이 이들에게 강의와 여가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만 턱없이 모자라다. 대구시에서 운영 중인 노인 복지관은 총 15개로, 구청과 같은 기초지자체가 운영 중이다. 가장 많은 이용률을 자랑하는 달서구 노인 복지관의 경우, 하루 1000명 이상의 이용객이 몰린다. 얼핏 들으면 상당하지만 33만 명에 달하는 노인을 수용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날이 춥거나 무더울수록 빈곤한 노인들은 갈 곳이 없다.

이처럼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메트로센터, 두류공원 등에서는 사고도 잇따라 발생한다. 음주 후 난동을 부리거나 폭행 시비가 붙는가 하면 노인 대상 성매매도 이뤄진다. 메트로 센터의 경우 내부에서는 음주를 금지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취재 당일에도 편의점 옆 부스 곳곳에서 음주를 즐기는 노인들이 눈에 띄었다. 보안요원 선에서 끝나지 않을 때는 담당 지구대에서 출동하기도 한다. 남산 지구대는 "월 5회 정도는 경찰관이 직접 출동한다"며 "하지만 연령도 높고 술이 깨면 대부분 훈방조치 한다"고 밝혔다. 메트로센터 관리사무소장은 "경찰서까지 갔다 와도 다시 풀려나니 다시 술을 마시고 돌아와서 더 요란하게 문제를 일으키는 어르신이 많다"며 처치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노인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대구시는 노인 복지관을 추가로 건립 중이다. 이조차도 노인 복지관이 없던 중구와 달성군(다사) 등이다. 현재 건립 중인 서구와 중구의 노인 복지관은 올해 말 개시 예정이며, 달성군과 서구 나머지 1개소는 현재 계획 수립 단계에 머물러 있다. 대구시 어르신 복지과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인원에 제한이 있고, 대부분의 경우 기초지자체에 그 책임을 맡기고 있다"며, "별도의 새로운 노인·여가 복지 정책이 현재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시 노인복지전문으로 10년 째 활동 중인 사회복지사 이 모 씨는 "복지관뿐 아니라 다양한 노인 여가 활동 기관이 필요하다"며 "지자체 차원의 장기적 계획이 있어야 앞으로 다가올 베이비붐 세대의 노령화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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