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라는 칼을 벼려서 권력 감시기구의 도구를 만들다

[인터뷰] 정진임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검토 완료

녹색전환연구소(green2013)등록 2017.05.09 21:10
녹색전환연구소(www.igt.or.kr)는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녹색 전환의 다양한 상을 그려보고자 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녹색의 시각으로 새롭게 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전환하고자 노력하는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이번 시간에는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정진임님을 만났습니다. 인터뷰는 <녹색전환연구소>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 기자말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가? 다수의 사람들은 그렇다고 답변할지 모른다. "대한민국의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제1조2항)에서 보다시피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 사회의 사태를 보면 이 말이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말이 불분명한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국정 전반에 걸쳐 비리를 저지른 대통령 비선실세 사건은 국가 시스템이 특정 개인 및 세력의 사적 이익을 위해 작동하고 있었음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사회에서 안전하고 행복한 삶이 보장되긴 어렵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이런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 투명성과 책임감이 없는 국정 운영에서부터 나온다고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공개운동을 벌이는 단체다. "정부가 더 이상 정보은폐를 하지 않아서 우리 센터가 없어지는 게 꿈"이라는 정진임 사무국장의 말처럼 이들의 목표는 분명했다. 이런 바람과 달리 정보가 은폐된 현실을 반영이라도 하듯 '정보공개센터'는 창립 이후 계속 성장을 거듭해 어느덧 중견 시민단체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3월 25일, '정보공개센터'의 정진임 사무국장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회를 투명하게 바꾸고자 하는 그 활동들은 녹색전환의 꿈과 맞닿아 있었다.

정진임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정보공개센터 제공 ⓒ 녹색전환연구소


한글 창제의 취지를 이어받아 정보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게 하자는 의미로 한글날에 창립

- '정보공개센터'의 공식 사이트 주소는 "www.opengirok.or.kr"이다. '정보'가 아닌 '기록'이란 단어가 한글 음절 그대로 쓰인 점이 눈에 띄었다.
"센터 창립일이 10월 9일 한글날이다. 일부러 한글날에 맞춰서 창립한 거다. 글을 몰라서 억울한 사람이 없자고 한글이 만들어진 것처럼 우리도 정보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게 하자는 취지에서였다. '기록'을 한글 음절 그대로 영문화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정보'라는 단어가 아닌 '기록'을 쓴 것은 처음엔 정보공개운동이 결국 기록과 연관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정보공개센터'가 창립된 게 2008년 10월 9일이고 내년이면 벌써 10년차다. 시작할 때에 비해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특히 규모가 꽤 커졌다고 들었다.
"창립멤버는 3명이었다. 하승수 소장, 전진한 사무국장, 간사였던 나. 하승수, 전진한 이 두 분은 현재 직책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운영위원 등으로 센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지금은 사무국장인 나 외에도 상근직원이 4명 더 있다. 현재까지 중에 가장 많은 인원이다.

처음 센터가 만들어질 때는 이명박 정권이었다. 정부가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밀어붙이며 온갖 정보들을 은폐하고 그로 인해 유언비어가 쏟아지던 시절이었다. 그 사태 이후에도 4대강 사업을 비롯해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이런 현상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각종 의혹이 더 커지면 커졌지. 덕분에 센터가 할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어찌 보면 이명박과 박근혜가 키워준 단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끼리는 우리 센터의 꿈이 우리가 망하는 거라고 말한다. 절대 안 망할까봐 걱정이다.(웃음)"

'정보공개'라는 칼을 벼려서 권력 감시기구의 도구로

- 그만큼 정보공개운동이 활성화 되었다는 느낌도 든다. 정보공개법이 1996년 처음 제정되었을 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열세 번째,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정보공개법을 가진 국가가 되었다. 비교적 빨리 제정되긴 했지만 법은 제정됐다고 해서 바로 활발히 쓰이는 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정보공개법의 확산은 시민단체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정부에 정보공개를 요구하며 권력 감시 활동을 진행한 '참여연대'의 활약은 많이 알려져 있다. '참여연대' 말고도 정보공개운동을 자신들의 사업이나 활동에 쓰는 단체들이 여럿 있다. 이런 비슷한 활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센터의 설립자인 하승수, 전진한 이런 분들이 '참여연대 정보공개사업단'을 만들고 그 안에서 활동하던 분이었다. 그래서 '정보공개센터'를 '참여연대' 활동에서 분리 독립한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정보공개'라는 건 애드보커시(Advocacy;권리옹호) 운동이다. 권력기구를 감시하는 운동 진영에서는 다 사용한다. 우리와 그들의 차이라면 정보공개가 그들에겐 운동의 수단이 되는 것이고 우리에겐 운동의 목적이 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들의 도구를 어떻게 더 좋은 무기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한다. '정보공개'가 칼이라면 우리는 그 칼을 잘 가는 칼갈이다. 최근엔 정보공개제도를 활용하는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정보공개 교육 중인 정진임 사무국장 정보공개센터 제공 ⓒ 녹색전환연구소


- 칼을 잘 벼리려면 노하우가 필요하지 않나. '정보공개센터'의 업무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궁금하다. 센터와 관련된 예전 기사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여기 활동가들은 언론 기자들과 유사한 방식으로 일한다는 거다.
"초창기에는 정말 기자처럼 하는 게 많았다. 제대로 된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정보를 캐내고, 추적하고, 받아내고 그러기 위해서 전화통을 온종일 붙들고 있기도 하고.

지금은 활동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정보공개청구(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청구인의 청구에 의해 공개하는 제도)'를 소개하고 일상 속에서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알리는 '확산'의 측면이다. 어떤 운동이든 초창기에는 '확산'이 중요하다. 우리 센터도 '정보공개청구'의 확산을 통해 "국가에게 질문하는 행위"의 문턱을 낮추는데 전념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이트에 글을 올려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언론에 공개하는 작업들을 이어갔다. "전국의 도지사 중에서 가장 비싼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누굴까?" 이런 질문들을 계속 던지는 거다. 지금도 숨겨진 정보를 찾아낸다는 점에서 기자와 유사한 점이 많은 편이다.

활동 측면의 다른 하나는 '심화'다. 국가 권력은 모두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런 속성을 공식적으로 차단하는 일이 '심화'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법 개정 활동이 여기에 들어간다.

예를 들어, 국가는 국민에게 특수한 경우를 빼 놓고는 정보를 비공개하면 안 된다. 하지만 수시로 많은 정보들이 비공개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를 악의적으로 비공개할 경우엔 처벌하는 조항을 법에 넣자고 하는 거다.

법 개정 외에도 정보공개시스템을 개편하거나, 정보공개 대상 기관의 종류를 확장하는 일 등이 '심화'에 속한다. 정보공개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판례를 늘리는 것도 '심화'의 영역이다. 판례는 소송을 계속 해서 늘리고 있다. 최근에 진행한 소송은 국정교과서 집필진을 공개하라는 거였고 결국 승소판결을 받았다. 이밖에 아직 진행 중인 소송도 있고."

정보처리 근육을 키우듯 일상 속에서 정보공개운동을

- 지난한 싸움이겠다. 소송은 시간도 시간이지만 비용이 많이 들 텐데.
"정부랑 싸우다 보니 정부지원금은 전혀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회원 회비로 100프로 운영 중이다. 다행히 회원 수가 조금씩이나마 늘고 있어서 이제껏 유지해 왔다. 공익법 활동을 지원하는 법률사무소와 인권변호사단체 등에서 법률지원을 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소송 외에 고발(고소권자와 범인 이외의 사람이 범죄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하여 범인의 처벌을 구하는 의사를 표시)도 하고 있다. 지난 번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돌아가셨을 때 경찰이 물대포 상황일지를 폐기했다면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공공기록물관리법을 어긴 것이므로 충분히 고발 대상이 된다. 박근혜와 김기춘 등도 대통령기록을 유출시켰으므로 고발 대상이다."

청와대를 향한 메세지 정보공개센터 제공 ⓒ 녹색전환연구소


- 활동 이력을 듣고 있으면 이 사회를 전 방위로 훑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리 열심히 싸운다 해도 상근자 5명의 화력으로 정부를 상대하기엔 한계를 느끼기도 할 것 같다. 활동에 가장 큰 어려움이라면?
"많은 정보를 다루다 보니 생기는 어려움이 있다. 센터에서 제일 많이 하는 일이 인터넷 검색이다. 그래야 어떤 정보가 감춰졌는지 거기서 무얼 더 공개청구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으니까.

예를 들어, 구제역 관련 정보공개청구를 하려면 그와 관련된 기사를 다 읽어야 한다. 난 정보공개운동를 하려는 거지 구제역 전문가가 되려는 것은 아닌데 라는 자괴감에 드는 적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활동을 통해 질문의 근육이 쌓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사무실에서 신문이나 뉴스를 보며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그건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좋겠다." 모든 일들이 우리에겐 정보공개 대상이 된다. 정보를 찾기 위해 질문을 던지는 일이 일상화되어 가는 거다.

어느 직장이나 자신의 일이 지겹고 힘든 건 마찬가지 아닐까? 숙련되면 덜 힘들다. 너무 힘들거나 어려우면 하지 말자고 한다. 그건 나중에 근육을 더 키워서 하면 된다."

괴담의 양산지는 인터넷이 아닌 정부

- 특히 스마트폰 같은 매체의 발달과 SNS라는 뉴미디어의 등장 속에서 '정보'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포화상태를 만들어내며 계속 팽창 중이다. 이렇게 많은 정보 속에서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선택의 어려움도 있을 거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이 있는가?
"일 할 때, 많은 정보 중에서 무얼 선택하고 집중할지 고르는 기준이 있다. "가장 은폐된 것은 무엇인가?", "정보공개 사각지대는 어디인가?"이다. 이를 기준으로 청와대, 사립대, 방사능, 구제역, 유해화학물질 등 각 아이템을 하나씩 잡고 가는 편이다. 이런 아이템들은 대개 활동가들이 각자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것에서 출발한다. 왜냐면 그것이 우리 삶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의 주 업무는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요인들을 해결하는 것이지 정보 자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고민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찾는 게 아니라 왜 정보의 홍수가 오냐는 거다. 특히 국가와 관련된 사건 사고들에서 정부가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카더라 괴담'이 판을 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본다. 결국 괴담의 양산지는 정부다.

우리는 정보에 도달하는 길을 만드는 일을 하지 그 정보 자체가 맞는지 틀린지 검증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 책임은 정보를 공개한 정부가 져야 하는 거다. 이런 측면에서 정보공개운동이 단순히 정보가 많다고 해서 길을 잃는 건 아니다."

- 그동안 누적된 정보공개청구 건수도 많겠다. 우리나라는 정보공개청구를 요구받은 부서가 그 내용을 결정할지 말지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아무리 정보공개청구를 많이 한다고 해도 답변을 안 해주거나 성의 없는 답변을 해준다면 이 제도에 대한 신뢰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 아닌가?
"2015년 공공기관에 정보공개청구가 접수된 건수는 69만여건이다. 정보공개청구가 시작된 1998년에 비해 25배나 증가했다. 이렇게 청구건수가 늘어난 이유는 초고속인터넷의 발달 때문이다. 정보공개율도 8~90프로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질적 수준은 매우 떨어진다. 어떤 근거로 선정했는지를 물었는데 공개 답변으로 "면밀히 검토하여 정했다."고 나오면 공개하나마나지.

정보공개제도의 신뢰성을 위해 법 개정해야

신뢰성 문제는 우리도 고민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정보공개 업무만을 처리하는 독립기구가 있다. 우리는 아직 그런 제도도 없고, 기구도 없다. 그리고 각 기관마다 공개나 비공개를 하는 양상에 차이가 많다. 그래서 처벌조항을 만들자고 주장하는 거다. 자의적으로 비공개하면 처벌받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같은 내용을 청구해도 여성가족부에서는 공개하는 걸 기획재정부에서는 비공개한다면? 자의적이고 악의적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정보의 은폐를 막으려면 제재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건 결국 법이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 법 개정을 위해서는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정치는 결국 사회의 모든 일과 연관되는 것 같다. 사무국장님도 녹색당 창당시절부터 당원활동을 하셨다고 들었다.
"녹색당은 센터 소장이기도 하셨던 하승수 전녹색당공동운영위원장과의 인연 등으로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됐다.

이 일을 해보니 특히 공무원들이 정보공개청구를 굉장히 싫어한다. 업무가 많아진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니 법 개정도 더디고. 현재는 국회의원들이 정보공개 대상에서 빠져있는데 누구보다 이들부터 정보공개 대상이어야 한다. 스스로 헌법기관이라고 하면서 왜 정보공개 대상에선 빠져있나? 4년 동안 한 의정활동이 임기 종료 후 국회도서관처럼 기록을 남기는 곳에 저장되어야 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국회의원들도 자기만 하긴 억울하니까 행정부 감시도 더 철저히 할지 모른다. 일석이조다.(웃음)

그러자면 정치적인 힘은 필수다. 국회의원 목에 방울을 달 수 있는 세력이 필요하니까. 정치 활동의 중요성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정보공개센터가 녹색당과 함께 한 기자회견 정보공개센터 제공 ⓒ 녹색전환연구소


연륜있는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 시민단체 활동가로 일하기가 쉽지 않다는 소리가 많다. 특히 한 곳에서 10여년을 근무하는 것도 드문 일이다. 일할 때 힘든 점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처음 일 시작했을 때 학자금 대출을 갚아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휴대폰이 끊기고 카드가 밀리고... 다행히 지금은 대출을 다 갚아서 더 이상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낮은 보수로 먹고 살기 힘든 건 우리 세대의 공통인 것 같아서 이런 경제적인 어려움은 그다지 크게 문제되진 않았다.

대신 정신노동의 피로함이 더 큰 거 같다. 퇴근한다고 일이 끝나는 게 아니다보니 피로도가 높다. 수면장애도 생겨서 주변 활동가들에게 말했더니 나와 같은 증상이 많은 거다. 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직업병일 수도 있겠다 싶더라.

소소하게는 하소연을 늘어놓을 사람이 없다는 것도 힘든 점이다. 주변 지인을 죄다 센터 회원으로 끌어왔기 때문에 일하면서 힘들다는 소리를 할 수가 없다. 회원에게 그런 소릴 하긴 어렵다. 힘들다고 토로하면 "대신 너는 하고 싶은 일 하잖아."라는 답변이 돌아올 때 좀 외롭기도 하고."

- 그래도 창립부터 지금까지 정보공개센터를 지켜왔다. 일을 계속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운이 좋았다고 본다. 신생단체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덜 권위적이면서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었다. 또 개국공신이라고 인정받는 것도 꽤 컸다.(웃음)

시민사회영역에서 허리 층의 활동가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나 같은 경우 선임자가 없다 보니 다른 곳들에 비해 직책을 빨리 맡았다. 하지만 직책이 올라간다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니다. 책임감도 커지고. 센터도 간간히 직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제비뽑기로 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었다. 그 직책에 맞는 최소한의 자격만 주어진다면 누구라도 그 직책을 맡을 수 있어야 한다. 아직 시도한 적은 없다. 구성원들과 더 많은 논의를 해 봐야지.

활동가의 피로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 하는 중이다. 2년 전부터는 주 4일 출근을 한다. 금요일은 자율적으로 쓰는 날이다."

벽면을 가득 채운 정보공개센터 활동 모습이 담긴 사진들 정보공개센터 제공 ⓒ 녹색전환연구소


기록학에서 시작된 정보공개운동

- 사무국장님의 예전 인터뷰를 보니 기록학을 전공했다. 생소한 학문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정보공개운동에는 가장 적합한 학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정보는 기록을 통해 남게 되니까.
"기록학 자체가 '현대판 사관'같은 개념으로 와 닿았다. 학부 때는 역사학을 전공했는데 마침 기록학 자체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학부 졸업하고 진로를 고민 중일 때 주변에서 기록학 공부를 권유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같이 공부하던 선배가 정보공개센터를 만들려고 하는데 함께 하자고 권유해서 이 일을 하게 됐다. 기록이 목적하는 바가 그것을 사람들이 보게 하고 해석하게 하려는 거라면 먼저 그 기록이 공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측면에서 공부했던 것과 활동이 쭉 이어진 셈이다."

- 앞으로 이어질 활동도 기대가 된다. 끝으로 우리 인터뷰에서 항상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녹색전환연구소에서는 기존의 삶과 다른 녹색전환의 삶을 계속 연구 중이다. 이런 "녹색전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녹색전환은 멈추는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멈춘다는 상상을 잘 안 한다. 예를 들어 총파업 같은 거. 우스갯소리로 총파업하고 다 광장에서 만나면 신나겠다고 하지만 진정한 총파업은 대중교통도 모두 정지해서 광장으로 나올 수 없어야 한다. 저마다 동네에서, 길에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거다. 완전히 시스템을 멈춰야지만 할 수 있는 상상에서 전환이 시작하는 거 아닐까? 멈춤의 포인트는 성장을 멈춘다는 개념이다. 성장이 아닌 순환으로 가야 한다.

누군가 좌우명을 물어보면 "귀여움과 사랑과 유머가 세상을 바꾼다."고 말한다. 이번엔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다. "귀여움과 사랑과 유머와 정보공개가 세상을 바꾼다."고. 정보공개가 세상을 멈추는 데 아주 조금이라도 쓰인다면 더없이 좋겠다."
덧붙이는 글 박이상 (녹색전환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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