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과속에 질 나쁜 풍선효과까지 맞물려 상태 악화 중(2017년 3월 기준)

검토 완료

강봉환(commetbh)등록 2017.05.23 19:03
2017/05/23, 한국은행이 2017년 3월말 기준 가계신용(잠정치)을 발표했다.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가계부채 관련 용어들을 정리하고 시작하자.

- 가계대출 : 가계가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돈
- 판매신용 : 할부금융, 신용카드 결제금액 등 가계가 물건을 구매하고 아직 갚지 않은 돈
- 가계신용 = 가계대출 + 판매신용
- 가계부채 = 가계신용 + 자영업자 등의 부채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빚(여기서는 가계신용) 증가세가 멈추지를 않고 있다.



2017년 3월말 기준 가계신용(=가계부채 + 판매신용)은 약 1,360조원으로, 작년 말 대비 17.1조원 증가하였다. 분기별 증감으로 보면 증가세로 둔화된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전년동기(2016년 3월말) 대비로는 무려 136.0조원이나 증가했다. 년간 증가율로는 자그마치 11.1%에 달한다. 가계소득 증가 속도에 비해 가계빚 증가 속도가 터무니없이 빠르다.   




가계대출은 전년동기 대비 11.1% 증가한 반면, 판매신용은 12.0% 증가했다. 판매신용 증가속도가 더 빠르다. 이 역시 좋지 않은 신호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제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속도이다. 제1금융권 가계대출은 전년동기 대비 8.6% 증가한 반면,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전년동기 대비 13.4%나 증가했다. 이로써 가계대출 내에서 제2금융권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7년 3월말 기준 51.9%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 3월말에 비해 약 1.0%p 증가한 수치이다. 통상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이 찾아가는 곳이 제2금융권이다. 돈을 빌리는 사람들의 신용도는 더 낮고, 대출이자율은 더 높다. 금융당국이 가계빚 증가 속도에 놀라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지만, 속도 조절에는 실패하고 질 나쁜 풍선효과만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가계빚 관리정책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 박근혜 정부는 주택시장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하면서 시장에 '빚 내서 집 사라'라는 시그널을 주었다. 이에 따라 집 값은 뛰고, 주택건설과 가계빚은 폭증했다. 이제 2017년 하반기부터는 주택 준공이 크게 늘어나면서 입주가 본격화된다. 입주 예정물량은 2017년 약 71만호, 2018년 약 66만호, 2019년 약 65만호에 달한다. 반면, 가구 수 증가, 주택멸실물량, 오피스텔과 고시원 준공에 따른 1~2인 가구 주택수요 흡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주택수요는 년평균 약 30만호 내외에 불과하다. 올해 하반기부터 2020년까지 주택 과잉공급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외부충격이 도래하면 가계빚 과잉팽창과 주택 과잉공급 후유증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문제를 악화시킨다. 다행히 유럽 경기가 회복되면서 우리에게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우리에게는 골든 타임이 연장되는 행운이 찾아 온 것이다. 이 귀중한 시간을 더 허비하지 말고, 더 늦기 전에 주택공급과 가계빚 연착륙 정책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가 벌여 놓은 '과오'들이 많고 많지만, 주택공급과 가계빚 문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과오'이다. 사태를 수습하기가 정말로 쉽지 않다. 서민들의 생활자금 대출에는 숨통을 틔워주면서 주택 투기는 잡고, 가계 소득을 늘려주는 복합한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혜안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오늘 제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commetbh/221012211763)에도 같이 올린 글입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