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한 엔터테이너의 끝은 비참하다. 연예인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 중 스타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단 1%. 나머지 99%는 대중의 뇌리에서 사라져간다. 스타의 자리는 바늘 구멍을 뚫는 것과도 같이 좁은 문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스타를 꿈꾸는 사람이 늘어만 가는 상황 속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같은 맥락으로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한 프로그램의 종영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의 종영 역시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결정된 일이다. 그러나 유독 <웃찾사>의 종영을 안타까워 하는 코미디언들의 목소리가 높다. 그 이유는 코미디언이 설 자리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SBS는 지난해 16기 공채 개그맨을 뽑은 상태였다. 현재 <웃찾사>에 출연하는 신인 코미디언들은 결국 1년도 채 채우지 못하고 방송에서 '잘릴' 위기에 처했다.
코미디언의 설자리, <웃찾사>가 만들어 주나
▲ 대중이 찾지 않는 <웃찾사> 지속되어야 하나 ⓒ sbs
코미디언들은 이를 두고 '개그 의지를 꺾는 무자비한 상황'이라고 일컫는다. 방송사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물론 SBS측이 공채를 뽑고도 제대로 활용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웃찾사>가 끊기면 <웃찾사>가 유일한 프로그램인 신인 코미디언들의 수입도 끊긴다. SBS측은 아나운서와는 달리 공채 코미디언에 대한 월급은 지급하지 않고 있다. 방송에 출연해야만 출연료를 받을 수 잇는 것이다. 코미디언들의 절박한 상황은 분명 안타깝다.
그러나 안타까움과는 <웃찾사>의 존속은 별개다. 신인 코미디언들을 뽑고도 활용하지 못하는 방송사의 안일한 행동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웃찾사>의 존속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 웃음을 찾을 수 없는 '코미디' <웃찾사> ⓒ sbs
<웃찾사>는 2003년 공개 방청 코미디의 열풍을 타고 시작되었다. 2017년에 이르기까지 <웃찾사>는 무려 14년에 걸쳐 방영되었다. 초반에는 어느정도의 관심을 얻는데 성공했지만, 근 10년 동안 <웃찾사>를 대표하는 코너는 단 하나도 탄생하지 않았다. 시청자들의 관심은 멀어졌고, 시청률은 2%대로 떨어졌다. TVN의 <코미디 빅리그>(이하<코빅>)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낮다. 채널의 이점을 생각하면 더블 스코어 정도는 시청률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시청률이 곤두박질 친 상황 속에서 화제성을 잡는데도 실패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마이너스 프로그램이다. 14년동안 <웃찾사>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것 역시 '코미디언들의 설자리'라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마저 없었으면 14년간 지속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인 성적이었다.
이미 공개 방청코미디는 트렌드가 아니다. 한때 시청률 30%를 넘기고, 꾸준히 두자리수 시청률을 유지해 왔던 <개그 콘서트>조차 시청률은 한자릿 수로 곤두박질 쳤다. 공개 방청 코미디가 대세였던 시대는 이미 한참 지났다. 슬프지만, 트렌드는 변한다. 그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은 당연하다. <웃찾사>는 포맷부터 트렌드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포맷을 변화시키거나 트렌드를 다시 찾아 오는 일이다. 그러나 <웃찾사>의 개그를 보자. 10년 전의 코미디에 비해 전해 발전하지 못했다. 분장이나 유치한 말장난, 외모 비하, 성대모사 등 이미 수차례 목격한 코미디만이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웃찾사>는 이에 <코빅>의 대결 구도를 빌려와 '레전드 매치'라는 이름을 사용해 토너먼트를 진행했다. <웃찾사>만의 아이디어로 한계를 돌파해 보려 하는 것이 아닌, 타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도용한 셈이다. 그 안에서도 나름의 재미를 주는 코너를 개발한다면 모르지만, 포맷을 변경하고도 <웃찾사>는 이전의 매너리즘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
매너리즘에 빠진 코미디, 냉정하게 말하자면 코미디언들의 직무유기다.
▲ 매너리즘에 빠진 개그, 한계에 달했다. ⓒ sbs
'콩닥콩닥 민기쌤'같은 코너를 예를 들어보자. 실제 커플이 등장하는 것으로 신선함을 만들어 보려 했지만, 그 안에서 보여주는 코미디는 전혀 신선하지 않다. 웃음 포인트는 이상한 포즈를 짓거나 우스운 표정이나 굴욕적인 소품을 착용하는 몸개그에 지나지 않는다. 의표를 찌르는 재미는 처음부터 찾을 수가 없다. '콩닥콩닥 민기쌤'을 예로 들었으나, <웃찾사>의 모든 코너가 이런 식이다. 단순히 행동을 과장하고 개인기를 펼쳐보인다고 하여 웃음이 창출되지는 않는다. 시청자들이 공감을 할 수 있는 이야기나 스토리, 그 안에 반전 요소가 적절하게 버무려진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지만 그런 기지는 <웃찾사>에서 찾아 볼 수 없다.
대놓고 말하자면 이는 코미디언들의 직무유기다. 대중에게 웃음을 제공할 수 없는 코미디언은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정형돈이나 김영철 처럼 '안웃기는 캐릭터'를 설득시키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그러려면 공개 코미디로는 불가능 하다. 리얼 버라이어티처럼 사람 자체의 캐릭터를 공감가게 만들고, 호감형으로 전환 시키는 캐릭터 쇼가 아닌 공개 코미디에서는 방청객을 무조건 웃겨야한다. 문제는 <웃찾사>는 채널을 고정할만큼 우습지 않다는 것이다. 우습지 않으니 화제성이 없다. 화제성이 일때는 '흑인 비하'같은 부끄러운 논란이 일 때 뿐이다.
웃음이 없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활력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느새 시청자들이 시청해야 할 이유가 없는 프로그램이 된 <웃찾사>는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연예인 뿐 아니라 회사에서도 일처리를 제대로 못하는 직원들은 해고 당한다. 말하자면 웃기지 못하는 코미디언들은 일을 제대로 못한 셈이다. 냉정하지만, 그게 진실이다. <웃찾사>의 폐지는 직원들의 일처리가 원할하지 않은 상황이 길게 지속되었기 때문에 회사 자체가 문을 닫은 상황이다. 억울하지만 어떡하겠는가. 부도가 난 회사는 이미 회생 불가다.
<웃찾사>가 아닌, 현재의 트렌드에서 코미디언들의 활용을 고민할 때
▲ 화제가 아닌 논란으로 존재감이 생길 수는 없다. ⓒ sbs
<웃찾사>의 폐지를 마냥 슬퍼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코미디언들이 존재감을 보일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느냐 하는 지점을 고민해야 한다. 코미디언들이 재능을 뽐내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단순히 <웃찾사>의 폐지를 '반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미 <웃찾사>는 신인 코미디언 발굴의 장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웃찾사>로 존재감을 드러낸 코미디언들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차라리 <라디오 스타>같은 프로그램에서 한 번 큰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훨씬 더 파급력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웃찾사>에서 '밥줄'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
이정도면 <웃찾사>로 '코미디언의 설자리'를 운운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코미디가 없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존속은 '억지 웃음의 강요'밖에 되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프로그램을 코미디에 대한 자긍심이 아닌, 자신의 '밥줄'이라는 이유로 존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코미디언으로서 '웃기지 못한 책임'에 대한 성찰이 없는 행동이다.
이제부터 그들이 고민해야 할 것은, 공개 방청 코미디의 존속이 아니라 현재의 예능 트렌드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하는 것이다. 차라리 현재의 예능 트렌드에서 코미디언들을 활용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일이다.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은 <웃찾사>의 존속이 아닌, 기회를 만드는 일이다. 물론 이익을 우선시 해야 하는 방송사에서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처럼 공채를 뽑은 책임 역시 방송사에는 존재한다. <웃찾사>를 폐지하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웃찾사>가 아닌 프로그램에서 코미디언들이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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