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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에 맞서 지하철 9호선 개화역 앞에서 150일 넘게 농성 중인 청소노동자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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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호(coiw123)등록 2017.06.03 09:44
여러분 안녕하세요? 서울 강서구에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고 있는 한민호라고 합니다. '개화역'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서울 서쪽 맨 끝인 강서구, 그 강서구에서도 서쪽 맨 끝에 있는 지하철 9호선의 종점역입니다. 여기, 사람이 있습니다. 그저 정당하게 일하고 싶어서 150일 넘게(6월 1일 기준 157일) 농성하고 있는 10명의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이 분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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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선 개화역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해고노동자들 ⓒ 한민호


바로 지하철 9호선 김포공항역과 개화역에서 근무했던 청소노동자들입니다. 이 분들은 작년 2016년 12월 28일부터 개화역 메인트란스 본사 앞에서 '부당해고 철회' '원직복직'을 내걸고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거리로 내몰린 사정은 매우 복잡합니다. 중앙정부 혹은 지방정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다른 지하철 노선들과는 다르게 지하철 9호선은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차량정비, 청소, 운영 등등 분야 별로 모두 다른 하청업체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하청과 재하청 그리고 다시 재재하청인 구조 또한 매우 심각한 노동권 침해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연은 이 기사를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78035&CMPT_CD=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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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소식을 들은 작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농성을 하고 있는 10명의 청소노동자 분들은 해고당한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3~8년 동안 일터에서 일했던 당신들을 용역업체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이 사회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해고당한 14명 중 12명이 9호선 내 노동조합을 처음 만들었던 민주노총 조합원이라는 사실은 정말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여성연맹 전국민주여성노조의 현수막 ⓒ 한민호


이 분들은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단순히 우리의 먹고사는 문제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입니다. 먹고사는 문제만 생각했다면 벌써 아무데나 들어가거나, 다른 일터를 알아봤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 분들은, 말 그대로 '정당하게' 일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저 일하는 기계가 아닌, 존엄을 가진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부당해고의 주체인 원청인 메인트란스㈜와 청소 용역업체인 ㈜영가는 알지 못합니다. 그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이들 중 일부만 복직을 시켜주겠다"는 이야기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일하던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들어가라"는 말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더 이상 협상은 없다"는 말을 결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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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일, 오늘까지 해고노동자들이 아침저녁으로 농성을 한 날이 156일 째 되었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영하의 추운 겨울을 이 개화역 앞에서 보냈습니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고, 촛불을 들은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이 탄핵됐습니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총수가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봄이 왔습니다. 봄과 함께 새로운 대통령이 뽑혔습니다. 어느새 훌쩍 다가온 봄을 환영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봄이 오길 바랍니다. 이분들에게 봄이란, 일한만큼의 정당한 대우를 받는 사회일 것입니다. 해고 걱정 없이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사회일 것입니다. 매년 용역업체가 바뀌어 고용승계가 안될 불안이 없는 사회일 것입니다. 개화역에서처럼 길바닥에 내몰려 농성을 할 필요 없는 사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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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추웠던 올해 겨울, 농성을 하고 있는 9호선 청소노동자 ⓒ 한민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 싸움은 지금 농성을 하고 있는 열 명의 해고노동자들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들의 뒤에는 민주노총이 있고, 강서구의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진보정당들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은 그렇기 때문에 외롭지 않았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을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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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의 주민들과 시민단체, 진보정당이 모여서 연대 집회를 열었을 때 ⓒ 한민호


또한 이 싸움은 이 나라의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노동자를 대표하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정당한 노동은 곧 여성,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봄이 오는 꿈을 함께 꾸고, 그 꿈을 이루는 투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의 해고가 정상으로 취급되는 이 나라의 구조에 저항하는 투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0명의 해고노동자들은 오늘도 개화역과 9호선 각 역 앞에서 시위를 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연대 부탁드립니다.

농성 중인 개화역 전경 ⓒ 한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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