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버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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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강석(club419)등록 2017.06.15 17:01
국가를 버리며…!
- 오늘 나는 망명을 선포한다!

21세기 빅데이터가 넘쳐나고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되는 등 4차 산업혁명이 꿈틀대는 화려한 시대다. 그러나 이 나라는 장애인들을 리프트에서 떨어뜨려 죽이고 한겨울 동태처럼 얼려 죽이고 대낮에 불태워 죽이고 제 핏줄을 망치로 때려서 죽이고, 골방에서 굶겨 죽이고, 빠진 호흡기 방치해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있다.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해 죽어가는 이 야만의 죽음들을 보며 '난 저들 죽음의 행렬에 끼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더욱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했다. 나만은 직업을 갖고 사회에 이바지하며 가정을 이루어 살다 죽을 때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숨을 멈추는 지극히 평범한 꿈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4개의 학위, 2개의 자격증, 무수히 많은 상장과 수료증들, 말 한마디 못하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고는 발가락 하나밖에 없는 나 같은 중증장애인에겐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 나라는 "너 같은 병신은 필요 없다. 노자 돈을 줄 테니 오는 죽음이나 잘 맞이하라!" 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사람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어둡디 어둔 관 속에 누워 서서히 두려운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 나라는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철저한 자본주의 국가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돈이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움직이는 것... 사는 게 전부 돈이다. 돈으로 서열을 정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돈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국가 정책도 돈이 움직여야 비로소 올바른 정책으로 나아간다. 복지정책도 돈이 뒷받침 되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에 이 나라 거리의 불편함은 나뿐 아니라 모든 장애인들이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거리의 시설도 문제지만, 상점들이 내어 놓은 짐들과 개인의 땅과 나라의 땅이 구분되지 않을 만큼 무분별하게 인도를 점령한 차들도 문제다. 얼마 전에도 활동보조인이 나를 태운 건강보험공단이 내어준 208만 원짜리 싸구려 전동휠체어를 몰고 적치물과 차들을 피해가다가 운전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지나가던 차와 부딪쳐 죽을 뻔 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私)기업인 보험사들이 이익을 최대로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장애인들에게 이런 위험한 일이 부지기수로 일어나니 보험사들이 장애인들을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애인들에게 사고 위험률이 아주 높아서 보험 가입 거부하는 보험사들을 탓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을 굉장히 높은 위험에 노출시키는 국가를 원망해야 한다.

국가는 남는 예산 소진을 위해 연말마다 멀쩡한 보도블록 까뒤집느라 국민을 불편하게 할 게 아니라, 그 예산이라도 장애인 복지 예산으로 돌려 장애인들에게 위험하게 하는 적치물과 차량들을 단속하고 인도들을 넓히고 평평하게 하여 장애인들도 거리를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나라의 장애인 복지 예산은 국민총생산(GDP)의 고작 0.5%이지만, 그런 이 나라도 당당히 가입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장애인 복지 예산이 GDP의 평균 2.19%다. 이 나라의 4배가 넘는다. OECD 국가 중 끝에서 3위다. 이것만 보더라도, 이 나라가 얼마나 장애인들의 안전할 권리를 무시하고 위험을 방치하며 죽음에 노출시키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국가는 국민을 모든 위험으로 안전하게 보호할 의무가 있다. 국민은 장애인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장애인들은 국민에 속하지 않다는 듯이, 장애인들을 불편을 넘어서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으며, 심지어 줄지어 죽어나가도 모른 척 한다. 결국 이 나라는 장애인들을 비공식적으로 버린 것이다!

나는 국민을 죽음으로 모는 국가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다. 그래서 국가는 나를 비식공적으로 버렸지만, 나는 이 진절머리 나는 국가를 공식적으로 버릴 것이다. 망명! 망명을 할 것이다. 우리는 국가로부터 우리의 주권을 빼앗겼다. 그래서 나는 이 나라를 피해 나의 삶을 지켜줄 다른 나라에 망명을 신청할 것이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망명신청이 아니다. 생명의 위협이 이유지만, 나 혼자 망명을 신청한다 해서 받아들여지지도 않을뿐더러 의미도 없다. 그래서 나는 망명 신청자를 조직한다. 한명이 아니라 10명, 100명이 같은 이유로 망명을 신청한다면 국제사회가 이 나라 장애인의 실상을 알게 되고, 그렇게 되면 망명신청의 수용이 가능해질 것이다.

나의 계획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망명을 하고 나서 그 나라 제도의 혜택을 받으며 그런 제도를 적극적으로 이 나라에 알려 이 나라도 그 나라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대한민국 장애인인권 망명정부'를 수립해 활동하며 우리의 목적이 이루어지면 떳떳하게 금의환향할 것이다.

장애인 동지들이여! 언제까지 이 나라가 짜 놓은 좁아터진 관 속에서 죽음만을 기다릴 것인가? 우리도 인간답게 살아 보자! 우리 뒤를 이을 장애인들을 위해서도 포기하면 안 된다! '대한민국 장애인인권 망명정부 준비 위원회'를 결성하자! 나와 함께 망명을 신청할 장애인들 지원자들과 비장애인들의 적극적인 연대를 기다린다! 함께하자!

내 뜻에 동참할 분들은 club419@hanmail.net로 메일을 주거나 카카오톡 ID club419로 연락을 주기 바란다.
일단, 세력(勢力)을 모으고 다음 단계로 진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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