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와 자사고, 폐지가 정답이다

- 신분세습기제로서의 자사고, 반시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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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dutscheong)등록 2017.06.27 15:34
외고와 자사고, 폐지가 정답이다

난 한평생 대도시 일반계 인문고에서 영어(젊은 한 때는 독일어도)를 가르쳤던 퇴직 교사의 양심으로, 외고와 자사고는 사라져야 한다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외국어고는 MB정부 말기부터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도 외고 폐지를 강하게 주장했던 바 있다. 외국어고는 당시로도 당초 설립취지와는 달리,외국어영재를 키우는 학교가 아니라 입시명문고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자사고는 당시 평준화로 인해 고등학생의 학력이 하향평준화되었다고 몰아부치면서 이명박 정부에서 대거 만들어낸 학교다.

기억컨대,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이 앞장서고 소위 당시도 학자적 양심을 망각한 어용교수들이 맞장구쳤다. 그들의 면면을 요즘도 가끔 티비를 통해서 보면 역겹기 그지없다. 평준화지역고등학생들의 학력 하향평준화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평준화연구에 관한 학자들의 어떤 논문에도 평준화 지역의 고교생 학력이 되레 더 높다는 결과만 나타났다.

단지 평준화 지역의 상위 3-5%의 학생들에게는 수준별 수업이 학력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는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머지 절대 다수 학생들에겐 수준별 수업도 도리어 학력향상에 장애가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던 것으로 생각된다. 하물며 특목고와 자사고로 성적 상위학생들이다 빠져나간 인문고의 슬림화는 쉽게 예상되었던 일이 아니던가. 

당초 자사고는 자녀들이 외고에는 들어갈 실력이 부족한 졸부들의 이기적인 탐욕(?)을 충족시켜 주기 위한 방편이었고, 그 어떤 교육적 관점에서 설립된 것이 아니었다. 당시 자사고는 대학입시경쟁이 그 극에 달할 때 기숙학교 (boarding school)라는 강점이 있었다. 세계역사상 좋은 상급학교에 보내기 위해 기숙학교를 운영하는 나라는 유례가 없고 기상천외한 일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 일어난 일이었다. 아직도 버젓이 기숙시설을 구비한 자립형 공립고가 있고, 당시 교육공약으로 기숙사를 100개교에 짓겠다고 기염을 토했던 교육감후보가 전폭적 지지로 당선되었다. 그 사람이 우아무개 현 대구교육감이다. 놀라운 일이다.

한 마디로 자사고는 조금이라도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방편일 뿐이다. 아버지의 부를 수단으로 좀 더 좋은 대학진학, 신분세습기제로서의 자사고는 반시대적인 학교유형임에 분명하다. 일반계 고교의 3배나 되는 등록금을 내어도 가르치는 것은 일반 인문고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단지 기숙사가 있을 뿐이다.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학 온 다수 아이들의 전언이다.

교육과 교육학적 관점에서 보면, 외국어고도 사라져야 마땅하다. 학문적으로 외국어영재는 없다. 단지 언어영재(verbally gifted)는 있다. 언어영재도 결코 외국어영재는 될 수 없다. 외국어라는 과목은 문화의 개념이고 외국어교육학이 문화교육의 범주와 층위를 형성하고 있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외국어 영재는 사실 성음영재(vocally gifted)가 동반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동시통역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학교도 외국어학교였고, 중세부터 있어온 라틴어학교(Latin school)도 문화실용적 관점에서 생겨난 것이지, 현재 우리의 경우처럼 지극히 편협한 교육외적 동기로 학교형태가 결정된 경우가 아니었다. 의대를 가기 위해 외고로 가는 오늘의 현실,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외고나 자사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면 분명히 우리 고등학생들의 평균학력이 향상된다. 이것은 모든 중고교가 평준화된 서구의 공교육 선진국들이, 우리보 다 훨씬 학습노동시간이 적음에도 학력지수가 높은 현실이 이를 반증한다. 협력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일반고, 현실적으로 협력학습이 불가능하다. 전문계 낙방한 공부를 포기한 아이들에게 교실 분위기 를 점령당한 학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아이들 스스로 요즘 일반계 인문고는 3류고, 라는 열패감이 확산되어있기 때문이다.

1%의 천재를 위한 소수의 영재학교를 제외하고 모두 평준화로 묶어야 지속가능한 사회기반 조성을 위한 창의교육도 가능하다. 제법 긴 세월 교단의 체험에서 나온 말이다.
덧붙이는 글 '정도원의 세상읽기' 카페에도 포스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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