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와 자사고, 폐지가 정답이다

신분세습기제로서의 자사고, 반시대적이다

검토 완료

정도원(dutscheong)등록 2017.06.27 15:39
외고와 자사고, 폐지가 정답이다

최근 외국어고와 자사고 폐지 문제로 사회 일각에서 시끄럽다. 외국어고는 이명박 정부 말기부터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도 폐지를 강하게 주장했던 바 있다. 당시로도 당초 설립취지와는 달리, 외국어영재를 키우는 학교가 아니라 입시명문고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교육과 교육학적 관점에서 보면, 외국어고는 타당하지 않다. 학문적으로 외국어영재는 없다. 단지 언어영재(verbally gifted)만 있을 뿐이다. 언어영재도 결코 외국어영재는 될 수 없다. 외국어라는 과목은 문화의 개념이고 외국어교육학이 문화교육의 범주와 층위에 속하기 때문이다. 외국어 영재는 사실 성음영재(vocally gifted)성이 동반되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다. 번역은 몰라도 통역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학교도 외국어학교였고, 중세부터 있어온 서양의 라틴어학교(Latin school)도 문화실용적 관점에서 생겨난 것이지, 현재 우리의 경우처럼 편협한 교육외적 동기로 설립된 경우가 결코 아니었다. 의대를 가기 위해 외고로 가는 오늘의 우리 현실,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자사고는 당시 평준화로 인해 고등학생의 학력이 하향평준화되었다고 몰아부치면서 이명박 정부에서 대거 만들어낸 학교다. 기억컨대,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이 앞장서고 소위 학자적 양심을 망각한 어용교수들이 맞장구쳤다. 평준화지역고등학생들의 학력 하향평준화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평준화연구에 관한 학자들의 거의 모든 논문에 평준화 지역의 고교생 학력이 되레 더 높다는 결과만 나타났다.

당초 자사고는 자녀들의 실력이 외고 입학에는 부족한 일부 부자들의 계층상승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한 방편이었다. 자사고는 대학입시경쟁이 그 극에 달할 때 기숙학교 (board -ing school)라는 강점이 있었다. 세계역사상 좋은 상급학교에 보내기 위해 기숙학교를 운영하는 나라는 유례가 없고 기상천외한 일이었다. 아직도 버젓이 기숙시설을 구비한 자립형 공립고가 있고, 당시 교육공약으로 대구에서 기숙사를 100개교에 짓겠다고 기염을 토했던 교육감후보가 전폭적 지지로 당선된 적도 있었다.

한 마디로 자사고는 부를 수단으로 좀 더 좋은 대학진학을 위해 생겨난 학교였고, 신분세습기제로서의 자사고는 반시대적인 것이었다. 일반계 고교의 3배나 되는 등록금을 내어도 가르치는 것은 일반 인문고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고, 단지 기숙사가 있을 뿐인 학교.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학 온 다수 아이들의 전언이다.

외고나 자사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면 우리 고등학생들의 평균학력이 분명히 향상된다. 이것은 모든 중․고교가 평준화된 서구의 공교육 선진국들이, 우리보다 훨씬 학습노동시간이 적음에도 국제학력평가지수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현실이 이를 반증한다. 협력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특목고와 자사고로 성적 상위학생들이다 빠져나간 인문고의 슬림화는 쉽게 예상되었던 일이었다. 요즘 일반계 인문고의 수업은 10년 전의 중학교 2학년 분위기 수준, 거의 교실붕괴 수준에 도달했다. 현실적으로 협력학습이 불가능하다. 전문계고를 낙방하여 공부를 포기한 아이들에게 교실 분위기를 점령당한 학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아이들 스스로 일반계 인문고는 3류고, 라는 열패감이 확산되어있는 실정이다.

1%의 천재를 위한 소수의 영재학교를 제외하고 모두 평준화로 묶어야 지속가능한 사회기반 조성을 위한 창의교육도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덧붙이는 글 '정도원의 세상읽기'에도 포스팅합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