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없는 재미를 주는 웹툰 < 외모지상주의>

갈 길 잃어버린 네이버 1위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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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파(hyunpa2)등록 2017.07.28 15:14
대한민국은 '웹툰 공화국'이다. 10대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웹툰을 소비한다. 하루 중 딱히 할 일이 없을 때, 차를 타고 이동할 때 그리고 자기 직전까지. 웹툰만큼 시간을 보내기 좋은 수단도 없다. 스마트폰으로 스크롤만 몇 번 내리면 만화를 볼 수 있으니, 몹시 간편하다.

국내에는 레진코믹스, 다음 웹툰 등 다양한 웹툰 플랫폼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입지를 점한 플랫폼은 단연 '네이버 웹툰'이다. 네이버 웹툰은 현재 월 이용자가 3500만명에 이르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여러 기준에 달라질 수 있지만, 네이버 웹툰을 대표하는 작품은 단연 <외모지상주의>일 것이다. 얼짱 출신 박태준 작가의 <외모지상주의>는 네이버 웹툰 인기 랭킹 1위를 당당히 지키고 있다. 박태준 작가는 이 만화의 인기에 힘입어 <라디오스타> 등 공중파 예능에도 출연하기도 했다.

<외모지상주의>는 상당히 흥미로운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주인공 형석은 키가 작고, 뚱뚱한 체구의 고등학생이다. 가난하고 못생긴 형석은 늘 '일진'들의 표적이 되어 괴롭힘을 당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또다른 몸이 생긴다. 한 쪽 몸이 잠들면, 한 쪽 몸이 깨어난다.

형석은 낮에는 '잘생긴 형석'으로 학교에 다니고, 그리고 밤에는 '원래의 형석'으로 돌아와 아르바이트를 한다. '잘생긴 형석'과 '원래의 형석'은 전혀 다른 세상에 살게 된다. 사람들의 태도는 '형석'의 외모에 따라 180도 달라진다. 이 설정은 분명히 흥미로웠다. 외모지상주의와 왕따가 팽배한 세상의 풍경을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해졌다.

갈 길을 잃어버린 만화

<외모지상주의> 단행본 ⓒ 대원앤북


그러나 거두절미하고, <외모지상주의>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외모지상주의>는 '외모지상주의의 안티테제'가 되어도 모자랄 마당에, 오히려 외모지상주의를 고착화하는 데 기여한다.

이 만화의 주인공과 주요 인물들은 모두 잘생기고 예쁜 사람으로 그려진다. 반면 '강남 건물주'를 비롯, '찌질한 캐릭터'의 다수는 괴상한 모습, 과장된 표정과 함께 묘사된다. 미소년의 얼굴을 가진 성범죄자 '제우스 교관'이라는 캐릭터도 등장했지만, 그가 본색을 드러낼 때는 유독 '못생기고 괴랄한' 모습으로 변한다.

박태준 작가는 "외모지상주의가 없는 세상을 꿈꾼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의 <외모지상주의>는 그런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 그릴 수 있는 만화로 보이지 않는다. 물론 예외는 있다. 외모 때문에 무시받지만, 실력으로 인정받는 랩퍼 지망생 '편덕화'라는 캐릭터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덕화는 형석과 함께 학교 축제 무대를 멋지게 장식하고,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인정받는 활약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캐릭터는 어느 순간부터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어쩌면 구색을 맞추기 위한 캐릭터였을지도 모른다.

주요 여성 캐릭터들이 소비되는 방식 역시 문제다. 이 만화 속 대부분의 여성 캐릭터들은 남자들이 쟁취하는 대상으로 그려지는 듯 하다. 그리고 이들이 등장하는 장면 대부분에서는 그녀들의 가슴과 허벅지, 엉덩이가 강조되고 있다. 물론 작품의 상황에 따라 이러한 장면이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외모지상주의>는 맥락에 맞지 않는, 불필요한 성적 대상화가 너무 많다(심지어 이 만화의 주요 캐릭터들은 모두 미성년자들이다).

주인공 형석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잊을 만하면 무협 영화 같은 싸움이 반복된다. 청춘의 성장을 입증하는 방법은 일진 친구들의 싸움 뿐이란 말인가? 이 만화를 단순히 '학원 액션물'로 본다고 해도, 정상참작되는 것은 아니다. 그 뿐 아니라 <외모지상주의>에는 종종 성폭행 장면과 수위 높은 폭력, 여과없는 욕설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만화는 '전체관람가'로 연재되고 있다. 어린이들이 이 만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박태준 작가와 네이버 웹툰 측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 만화의 제목은 '외모지상주의'인데, '사이비 종교 이야기', '중고라나'처럼 산으로 가는 에피소드 역시 한두 번이 아니다.  작가가 처음에 그리고 싶었던 만화는 대체 어떤 만화였는지 궁금해질 지경이다.

'재미'만을 좇은 괴작

최근 <외모지상주의>는 '소풍'이라는 에피소드를 진행하고 있다. 놀이공원에 갔다가 만난 지방 학생들과 주인공 일행의 마찰을 그려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지방에 대한 철 지난 스테레오타이핑(타인을 평가할 때 경직된 편견을 가지고 그가 속한 사회적 집단, 예컨대 지역, 종교, 성(性), 연령 등에 따라 평가하는 잘못을 범하는 경우를 뜻함 - 편집자말)이 등장한다. 작가는 '지역을 특정짓지 않기 위해 여러 지역의 요소들을 섞었다'는 후기를 밝혔지만 허울만 좋은 이야기다.

지방에서 올라온 일진들은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면서, 안하무인격인 행동을 한다. '남자는 힘'이라면서 여성에게 거친 모습을 보여 주는 데 몰두한다. 또한 '서울 사람'에 대한 묘한 열등감을 표출하기도 하는데, 실제 지방에 거주하는 독자들은 연신 어이없다는 반응을 토로하고 있다. 주인공 형석의 외모에 반한 지방 여학생 '수미' 역시 자신의 경상도 사투리를 어설프게 표준어로 '교정'하면서 서울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쓴다.

일진 무리 중 마초성을 과시하는 남성 캐릭터도 등장하는데, '감자 캐서 번 돈', '농사만 한 몸' 이라는 표현들이 그를 수식한다. 특정 지역명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누가 봐도 강원도 주민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 대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강원도 = 감자'라는 도식은 몹시 게으른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무지를 자랑스럽게 자랑하고 있다.

박태준 작가는 예전에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재미가 최고의 미덕이다'라는 식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물론 그의 말대로, 모든 독자는 재미있는 만화를 보고 싶어한다. 얼마 전, <외모지상주의>의 영화화가 확정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많은 독자들이 이 만화를 재미있다고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미'가 곧 종착역이 아니라는 사실 역시 곱씹어야 한다. 지금 이 만화에는 영혼도, 철학도 보이지 않는다. 작가의 신념이 무엇인지도 모호하다. 연재 초반에 느꼈던 신선함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극단적으로 재미만을 좇은 결과가 바로 <외모지상주의>의 현주소다. 절대적으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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