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도 실리콘밸리의 밴처 신화가 가능할까?

휴렛팩커드 사례를 통해 바라보는 SW산업의 육성과 재벌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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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홍(shkaorg)등록 2017.07.27 16:04
제이노믹스의 출범과 재벌의 경제력 집중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제이노믹스' 가 새롭게 출발했다.  잘 아는 것처럼, 제이노믹스는 '소득주도성장'을 목표로 하여, 일자리 창출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과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중소벤처기업부를 확대 개편하는, 두 가지 일에 방점을 찍어 먼저 시작하고 있다.

새정부 출범에 즈음한 경제 현실을 살펴보면,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친 재벌 정책의 영향으로, 재벌기업의 사내 유보금은 연평균 9~10%씩 증가하여 2015년 통계로만 710조 이상이고, 국가총생산(GDP)의 66%나 차지할 정도로, 우리경제에서 재벌의 비중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지난 정부의 재벌과 특권층을 위한 성장은, 우리 경제 구조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재벌기업의 경제력 집중으로, 국가경제는 극심한 양극화의 몸살을 앓고 있으며, 재벌은 골목상권까지 장악하고 있다.  재벌은 점점 더 살쪄가고 있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중소기업과 서민은 더욱 죽을 지경이라는 원성이 증가하고 있다.

중소기업 예산 규모와 맞먹는 삼성과 SK의 일감 몰아주기

물론, 지난 정부에서 중소기업 지원산업 예산은, 최근 3년간 연평균 9.8%씩 증가하고 있으며, 2017년 예산규모도 16조 5000억이며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을 많이 이행하고 있다고 항변 한다.  많은 공무원들이 중소기업 육성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실적이 안 오른다고 한다.

그러나, 공정위의 발표를 보면, 2016년,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두사람이 일감 몰아주기로 불린 돈이 합계 12.5조 라고 한다.   이들 두 개의 재벌회사가 사주에게 일감 몰아주기 하는 사업 규모가 우리나라 전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예산의 7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며, 나머지 재벌기업을 합하면,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예산의 몇 배가 넘는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일감 몰아주기 하는 돈들만 중소기업에 돌려도 몇 백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새정부에서의 중소기업 육성정책 방향과 SW산업 육성의 문제

우리나라와 같은 양질의 노동인구가 많은 환경에서는, 고용창출 효과도 크고, 공장 설비와 같은 대규모 투자 없이, 인력과 기술만으로 쉽게 성장 할 수 있는 IT 산업의 육성을 이야기 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고학력의 인적 자원이 많은 나라에서는 IT산업, 특히 SW 산업 육성이 더욱 용이하다는 전망이다.   또한, 미국 경제의 부흥을 이끈 실리콘밸리 신화들이 우리나라의 젊은 청년들과 정책 입안 공무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 중소기업정책에서 SW 산업의 발전이 이루어지지 못한 몇 가지 지적들이 있어왔다.

첫째는 금번 정부 조직 개편에서 지난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를 이전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바꾼 예에서 보듯이, 과거 정부 지원 정책이 IT 산업 보다는 통신분야에 중점을 두었다는 지적이 있다.   사실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는, 일본이나 미국보다 한 걸음 빠른 통신분야에 통 큰 투자로, 정보통신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런 영향인지, 지금도 국내에서는 IT산업 분야 보다 통신 산업의 비중이 크다는 평을 받고 있다

둘째는 SW 분야의 표준 정부용역 단가에 있다.  정부의 개발용역 단가가 낮다 보니, 공공기관이나 민간부분도 이에 따를 수 밖에 없고, 기술력 있는 인력을 채용하거나 기술발전을 이룰 수가 없다.  그런 사유로 국내 SW 산업에서는,  일부 몇 개의 게임회사를 제외하고는 SW 회사가 성장 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분석이 있다.

세 번째는, 오늘 이야기를 풀어가려 하는 내용으로, 아래의 휴렛팩커드와 실리콘밸리 사례에서 보듯이, 국내의 재벌 대기업들이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을 육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를 착취하면서 재벌그룹 기업들이 성장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 실리콘밸리와 휴렛팩커드의 역사와 기술변화 과정을 살펴 보려 한다.

실리콘밸리의 효시가 된 휴렛팩커드(HP)

많은 분이 아는 것처럼, 실리콘밸리라 함은 미국의 서해안 도시인 샌프란시스코에 인접한 계곡지대로서 세계 소프트웨어산업의 중심지이다. 

1939년 휴렛과 팩커드가 스탠퍼드 대학의 한 허름한 창고에서 사업을 시작한 데서 비롯됐다.  이곳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물론, 애플컴퓨터(Apple Computer)사를 비롯하여 휴렛팩커드·인텔·페어차일드·텐덤 등 4000여 개의 기업이 운집하고 있으며, 미국의 IT 산업을 부흥시킨 메카가 된다. 

실리콘 벨리의 효시가 된 오늘의 휴렛팩커드가 존재하기 까지, 2000년 까지 중형컴퓨터 시장을 휘어 잡으며, UNIX 와 WindowNT의 효시가 된 OpenVMS를 만든 당시 세계 2위의 IT기업 디지털이퀴먼트사(DEC)와 Compaq사를 합병하였으며, 끊임없이 신기술에 대한 투자와 변화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휴렛팩커드와 삼성전자의 수익모델 역전

필자가 이들 회사에 처음 다니던 1980년대 말에는 지금의 PC보다 못한 성능을 가진 중형컴퓨터의 가격이 대략 5억~10억이었다.  물론 은행이나 증권거래소에 납품하던 IT시스템의 가격은 수백억에서 천억을 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의 시스템 가격보다 수십 배 이상 높은 가격이었다.

당시 시스템에서 차지하던 메모리의 가격은 10% 미만 이었다.  잘 아시는 것처럼 그 당시 메모리는 삼성제품이 처음 사용되던 시기였다.  그때 시스템을 팔 때마다 휴렛팩커드는 90% 이상의 수익을 얻게 되고, 삼성은 10% 미만의 수익을 얻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의 서버 가격은 대략 그 당시 가격의 수 십배에서 수 백분의 일인 몇 백 만원에서 몇 천 만원 단위이다.

반면에 데이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최근에는 자율주행이나 드론 같은 3차원 공간정보와 빅데이타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메모리와 저장공간(Storage)의 판매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스토리지 시장에서도, 빠른 속도로 Access가 가능한, 메모리디스크(SSD) 와 플래시 스토리지를 사용하는 추세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증가하고, 때로는 시스템 가격의 수 십배 되는 메모리 반도체가 판매되기도 한다.

쉽게 말해 휴렛팩커드가 서버 판매로 몇 천만원 수익을 올릴 때, 삼성은 시스템과 플래시 스토리지에 들어있는 메모리반도체의 간접판매로 휴렛팩커드 수익의 수십배 이상을 벌기도 한다.
서버시스템의 판매에 있어, 이전보다 수 십배의 수익이 줄어 든 휴렛팩커드는 어떻게 생존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휴렛팩커드의 변화와 투자가 벤처신화를 불러온다

결론적으로 휴렛팩커드는 기술 기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와 변화로 생존하고 있다  
많은 분이 알고 있는 것처럼, 휴렛패커드는 계측기 회사로 처음 태어났다.  계측기의 핵심인 콘트롤 ROM을 취급 하다가, 직접 IT시스템(HP Server)과 스토리지를 만들었고, 계측기 회사를 분사시키고 IT를 주력 산업으로 삼게 되었다.  

2002년도에는 VAX라는 중형컴퓨터로 세계 2위의 IT 기업이던 디지털이퀴프먼트사와 합병한 PC 와 소형 서버의 강자 컴팩(Compaq)과 합병하였고, 이제는 UNIX 중형 서버보다는 컴팩사의 주력이던 Windows서버가 주력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휴렛팩커드의 역사는 기술투자와 이와 관련된 인수합병의 역사이다.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가 아닌 휴렛팩커드의 기술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술을 하나 하나 인수했다.  1958년부터 지금까지 150건의 기술과 기업을 인수했다고 한다.  2016년에만 삼성전자의 프린팅 기술을 10억5000만 달러에 인수 하는 등 2016년에만 10건을 인수했다.  물론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IOT나 플래시 기술을 이용한 빅데이타 업체 등의 최신 기술로 벤처기업에서 성공한 기업들에 대한 투자와 인수이다.

물론 이러한 투자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 때로는 무모한 투자로 주주로부터 소송에 휩싸이기도 하고 돈만 낭비하기 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가 벤처기업가들에게 흘러가게 되고, 오늘날의 실리콘밸리의 벤처신화는 이러한 휴렛팩커드와 IBM,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대기업들의 기술투자로부터 만들어 졌다.

실리콘밸리와 다른 국내 재벌기업

위의 휴렛팩커드 사례에서 보듯이, 실리콘벨리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나 기술을 가진 벤처 업체에 대해서는 높은 값을 주고 기술을 사가거나 기업을 인수하거나 합병한다.   그러하기에, 기술과 아이디어만 가지고도 백만장자가 될 수 있는 꿈을 꾸는 능력 있는 청년들이 실리콘밸리에 도전하게 된다.

반면에 국내의 재벌 기업들은 쓸만한 기술이나 아이디어가를 가진 벤처기업을 보면, 이들 기술에대하여 제값을 주고 사기보다는, 그 기술을 도용하거나 베끼고, 특허까지 도용하며, 재벌기업 자체적으로 그 분야에 직접 참여하려 한다.  

휴렛팩커드처럼 끊임없는 투자와 변화보다는, 휴대폰이나 메모리반도체의 수요증가에 따른 수익을 내부에 쌓아놓고, 이를 향유하며, 통제하고 대주주 몇 몇만이 공유하려 한다.

필자는 중소 벤처기업 CFO로 지내는 10여년 동안, 삼성전자, LG전자 관련 그룹사 들과 납품을 미끼로 적절한 개발비용 지불 없이 개발대행을 당한 경험, 특허 도용 사례로 인한 소송제기 와 승소, 이원화를 미끼로 하는 납품가 후려치기를 당한 직접 경험을 가지고 있고, 주위 기업들에서 이러한 불공정한 사례들을 많이 지켜보아 왔다.

물론 재벌기업의 경영진이,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기술도용이나 농락을 직접 지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새로운 개발 프로젝트에 3~4개 내부 팀에 경쟁을 시키게 되고, 경쟁적으로 개발에 참여한 직원들이, 자체 경쟁에 이기기 위하여, 비슷한 기술이나 경험을 가진 중소기업에게 정당한 개발 비용을 지불함이 없이, 납품을 미끼로 개발의뢰를 하고, 기술이나 특허를 도용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정부는 재벌의 벤처펀드 참여를 유도해야

결론적으로 국내에서 SW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실리콘밸리에 서처럼 대기업들이 기술력 있는 벤처기술그룹에 투자가 이루어지기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재벌 대기업들은 기술벤처기업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투자 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기술을 불법적으로 악용하는 횡포에 원인이 있다.

물론 정부가 많은 국가 예산으로 이들 중소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기는 하지만, 정부 지원금은 일시적으로 기술개발에 도움은 되지만, 최종 수요로는 연결되지 않는 임시적인 조치들이다.(물론 정부에서는 이의 해결을 위해 마중물 프로젝트를 만들고 지원하기는 하지만 이것도 최종 수요와 직접 연결되지는 못한다)

휴렛팩커드와 같은 실리콘밸리의 대기업들처럼, 우리나라의 재벌 그룹 기업들이 이들 기술에 대해, 제값을 주고 사고나 적극적인 M&A를 통해 변화를 시도하는 사회 체제와 기업제계가 갖추어야 SW산업이 살수 있고 중소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재벌그룹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가, 분기당 16조의 이익을 남긴 삼성전자와 4조의 이익을 남긴 하이닉스에 이들 이익의 1/10 정도라도 관련기술에 투자하는 벤처펀드를 만들어, 이들 기업과 연관된 기술에 대한 투자나 보상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의 SW 산업이 더욱 더 발전하리라는 예상이다. 

재벌개혁이 궁극적인 중소기업 발전을 이룰수 있다

물론 현재도 삼성 그룹내에 삼성벤처와 같은 투자회사가 있다.  그러나 이들 회사는 소규모로 삼성전자와는 별도로 움직이는 조직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은 대규모의 기술투자나 M&A도 없다.   이들 회사가 실리콘밸리처럼 밴처신화를 견인할 능력도 없다.

1996년에 매입한 이재용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48억이 지금은 삼성물산 지분 16.4%, 주가로 환산하면 4조 원이 넘는 재산으로 변신하였다. 

현대글로비스는 2001년 50억 자본금으로 시작하여 일감 몰아주기로 2016년에는 매출 15조원이상으로 성장하여, 현대글로비스만으로 정몽구 부자가 얻는 이익이 4~5조에 당한다고 한다.

이들 이익의 1/10만, 매년 관련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에 투자한다면, 우리나라 IT산업, 소프트웨어 산업, 자동차 관련사업, 그리고 중소기업들이, 미국의 실리콘벨리 이상의 벤처신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리콘벨리의 벤처신화!  재벌개혁 만 하면 우리도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HP와 지금은 합병된 Digital에서 20여년간 근무하며 금융컨설팅의 일을 하였습니다. HP 퇴직후 중소기업 CFO로 10여년을 일하며, 국내의 재벌그룹들이 IT산업과 중소기업의 성장을 방해 할뿐 아니라 실리콘벨리와 같은 벤처신화를 탄생할 수 없게 하는 주범이라는 경험을 하고, 새롭게 출범하는 문재인 정부의 중소기업정책에 바라는 바를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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