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과열이 다주택 투기세력 때문이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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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환(commetbh)등록 2017.08.03 14:52
많은 사람들이 다주택 투기세력 때문에 주택시장에 이상과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마저 이러한 인식을 보이고 있다. 다주택 투기세력이 주택시장 이상과열에 일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근본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주택시장 이상과열의 근본원인은 지나치게 낮은 저금리 상황의 장기화와 이로 인한 과잉 유동성 탓이다. 5억원을 은행에 맡겨봐야 원천징수되는 세금을 떼고 나면 년간 이자금액은 500만원 ~ 550만원에 불과하다. 매월의 이자가 아니라 년간 이자이다. 이처럼 낮은 이자소득으로는 은퇴생활자들, 명퇴/조퇴 퇴직금으로 목돈을 받은 사람들이 노후생계를 꾸려갈 수 없다.

그렇다고 자영업 창업은 좀 나을까?

자영업 창업을 하면 3년 내 폐업할 확률이 50% 내외에 달한다고 한다.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요식업 등은 폐업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그나마 힘들게 자리를 잡아가노라면 AI, 구제역 파동 등으로 치킨집, 삼겹살집 등이 치명상을 입는다.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창업하면 이런 저런 명목으로 본사에서 죄다 뜯어가고 남는 것은 겨우 최저임금 수준의 본인 인건비 정도이다. 소매유통업을 할라치면 언제 대기업에서 인근에 대형마트를 세울지 몰라 그 선택도 쉽지 않다. 나아가 전자상거래 비중이 늘어가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이 설 자리들을 점점 더 잃고 있다.

그러니 울며 겨자먹기의 심정으로 돈을 더 빌려서 아파트/오피스텔 등을 사서 임대를 놓고자 한다. 이들이라고 지금 주택시장이 상투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왜 없겠는가. 단지 그것말고 다른 길은 더 위험해 보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많았던 것이다.

8.2 부동산대책으로 인해 이러한 분들이 서울/과천/세종에서 주택을 신규매수하는 것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이 분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은행 예금? 10억원이 있어도 은행이자로는 살 수 없다. 자영업 창업? 이미 많은 자영업이 포화상태이다. 다 아는 사실이니 이런 선택을 하는 분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많은 분들은 아직 규제 수준이 없거나 낮은 지역에서 임대소득을 올릴만한 부동산을 찾아나설 것이다. 이것은 풍선효과를 유발한다.

어떤 분들은 정기예금 이자보다는 높지만 주식보다는 덜 위험해 보이는 금융상품이나 펀드들을 찾아나설 것이다. 그중에는 부동산 임대소득을 주된 수익원으로 하는 리츠 등의 펀드들도 있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서울 강남 재건축단지의 일반분양 물량들을 리츠 등에서 통째로 매수하기 시작했다. 리츠 등의 활동은 서울 강남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재건축단지이건, 신규아파트단지이건, 다량의 물건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이라면 이들은 점점 더 촉수를 넓혀갈 것이다.

금융시장에 과잉유동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점점 더 많은 돈들이 리츠나 부동산신탁 등으로 몰릴 것이다. 정부가 억제하고자 하는 그 투기세력들의 자금 역시 점점 더 이곳으로 몰릴 것이고, 그야말로 큰 손들의 뭉칫돈과 소액투자자들의 자금 역시 이곳으로  몰릴 것이다.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그 속도는 더욱 더 빨라질 것이다. 그리하여 정부가 주장하는 그 다주택 투기세력의 빈공간을 리츠 등이 메우고도 넘칠 것이다. 그리하여 주택시장의 이상과열은 지속될 것이고, 사람들은 정부 규제를 피해 어떤 식으로든 이러한 이상과열에 숟가락을 올리고 싶어할 것이다.

이것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지나친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 상황을 해소하지 못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이다. 그러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시즌2로 폄훼될 것이고, 무능력한 정부로 평가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다주택 투기세력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다. 오히려 증상에 가까울 뿐이다. 근본원인을 치료하지 못하고 증상만 치료하고자 하면, 병을 고칠 수 없다. 일시적으로 완화되는 듯하다가도 재발하고 또 재발하며 악화되어 간다.

근본원인을 치료해야 한다. 지나친 저금리를 끝내고 시중의 과잉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 추경도 통과되었고, 최저임금도 인상되었고,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책도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니 여건은 충분히 조성하였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정부가 자영업,벤처기업,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해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면 된다. 이렇게 되면 과잉 유동성이 금융시장이나 부동산시장이 아니라 실물경제로 물꼬를 틀 것이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제 개인 블로그에 함께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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