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고문 등 국가폭력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박시환 전 대법관의 대법원장 지명을 반대한다.

검토 완료

박은성(dwbha18)등록 2017.08.17 18:29
[성명서]

고문 등 국가폭력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박시환 전 대법관의 대법원장 지명을 반대한다.

차기 대법원장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박시환 전 대법관이 거론되고 있다. 박시환 전 대법관은 차기 대법원장으로서 '사법개혁'을 이끌어갈 적임자로 여겨지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박시환 전 대법관은 국제사법자협회에서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기록된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이 현재 겪고 있는 '배상금 반환과 이자 고문'을 자행한 장본인이다.

박시환 전 대법관은 2011년 1월 대법원 주심판사로서 과거사 사건의 위자료 산정 시점을 통상적인 '불법행위가 끝난 시점'에서 '예외적'으로 '최종 변론 종결시점'으로 바꾼 판결을 하였다. 그 이유는 '장시간'의 세월이 흘러 '상당한' 통화 가치의 변동으로 과잉 배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 판결로 인해 인혁당 피해자와 가족들은 가지급 받은 손해배상금의 상당부분을 도로 돌려줘야 하는 처지가 되었고, '가해자'인 국정원은 인혁당 피해자와 가족 77명에 대해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걸었다. 국정원은 가지급받은 491억여 원 중 대법원이 인정한 280억 원을 제외한 금액뿐 아니라, 심지어 대법원 판결 이후부터 현재까지 갚지 않은 기간에 대한 이자를 포함해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법원은 국정원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2011년 1월 이후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수많은 국가폭력피해자들과 가족들의 손해배상금이 이 판결을 기준으로 대폭 삭감되었다. 불행했던 과거사에서 국가로부터 가혹한 피해를 받았던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박시환 전 대법관의 판결로 인해 또다시 극심한 2차 피해를 겪으면서 이 국가에 과연 정의가 존재하는지를 묻고 있다.

박시환 전 대법관의 2011년 판결은 절차상 위법한 판결이었다.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대법원 판례 변경은 전원합의부에서 해야 하는데 3명의 판사만 참여한 소부에서 과거 국가폭력피해자들에게만 '예외적'인 판결을 하였다. 그리고 판결 내용에서 근거로 든 '장시간'의 세월이 흘러 '상당한' 통화가치의 변동으로 인한 '과잉 배상'이란 박시환 전 대법관의 판단은 30년 동안 피해자와 가족들이 받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외면한 것이다. 인혁당 피해자와 고문으로 조작된 수많은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등 국가폭력피해자들의 고통은 다시 거론할 필요도 없고, 그 가족들이 가해기관의 조사과정에서 받은 육체적인 고통과 '연좌제' 등을 통해 받은 경제적인 고통, 사회적 차별과 냉대 속에서 받은 정신적 후유증을 무시한 판결은 당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과잉 충성'하는 정치적 판결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가장 심각한 것은 '최종 변론 종결시점'으로 위자료 산정 시점의 변경이 '장기간' 고통을 받은 과거 국가폭력피해자들과 그 가족에게만 '예외적'으로 적용했다는 점이다. 이는 명백히 기본권의 가치에 차등을 두는 평등의 원칙과 법치국가의 원리의 근본을 흔드는 판단으로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따라서 국가범죄의 재발을 막고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워야 할 사법부가 국가가 과거의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한 당연한 손해배상을 '예외적'으로 축소한 판결을 한 것은 국가범죄와 사법부의 잘못에 대한 책임회피이며 고문 등 국가폭력피해자들의 당연한 민법상의 권리를 막고 다시 과거의 고통을 되살리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박시환 전 대법관은 법에 따른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울 차기 대법원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이 기회에 대법원장 추천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 대법원장은 현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추천한 인물들에 대해 대통령이 지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국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법에 따른 정의와 인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대법원장을 선출하기 위해서는 변호사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을 대표할 수 있는 인사들과 시민사회단체, 학자 등으로 '국민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대법원장 후보들을 추천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관행을 벗어나 새로운 대법원장 선출 방식으로 추대된 정의롭고 인권중심적인 대법원장만이 사법부 적폐를 청산하고 진정한 사법개혁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법부는 박시환 전 대법관의 2011년 위자료 산정 시점에 대한 판례를 다시 전원합의부에서 논의해서 정의와 인권에 합당한 판결을 해야 한다. 그리고 박시환 전 대법관은 당시 판례에 대한 소명과 그동안 국가폭력 피해자들과 가족들에게 가한 극심한 고통에 대해 사죄를 해야 한다.

고문 등 국가폭력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박시환 전 대법관의 대법원장 지명에 반대하고, 법에 따른 정의와 인권을 가장 중요시하는 차기 대법원장 지명을 기대한다. 취임 첫 날, 공정한 과정과 정의로운 결과를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는 법에 따른 정의와 인권을 지키는 대법원장만이 지금 산적해 있는 '사법개혁'을 완수하고 정의를 실현하게 할 적임자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2017년 8월 17일

인권의학연구소·김근태기념치유센터"숨",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재일한국인양심수동우회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