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 아니에요!" 식물책방 '오버그린파크'입니다

검토 완료

남창우(funnyplan)등록 2017.08.28 13:56
[오버그린파크 손예서 대표가 기고한 글입니다. 퍼니플랜 편집]
"어서오세요, 식물책방 '오버그린파크'입니다. 우리 책방엔 아직 간판이 없지만 식물들이 가게의 얼굴이 되어 줍니다. 문을 열면 작은 숲이 있습니다. 언제든지 찾아주세요, 당신의 비밀정원이 되어 드릴게요."

'오버그린파크'엔 간판이 없지만 식물들이 가게의 얼굴이 되어 줍니다. ⓒ 오버그린파크


어서오세요, 식물책방 '오버그린파크'의 손예서입니다.

불꺼진 가게 안의 모습 ⓒ 오버그린파크


우리 책방은 매일 오전 10시에 문을 엽니다. 문을 열면 작은 숲이 있습니다. 눅눅한 공기와 나무의 향기가 맞이합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달력을 뜯는 일이에요. 잘 시작해보자는 의미를 담아 시원하게 뜯습니다. 매일 다르게 디자인된 일력을 버리기엔 지나치게 예뻐서 작은 화분을 포장할 때 재활용합니다.

매일을 알려주는 공간 ⓒ 오버그린파크


어제 들어온 식물들을 가게 앞에 내놓습니다. 공기를 쐬는 것은 식물들에 있어 아주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병해충도 예방할 수 있고 화분 속 흙에 물이 오래 고이지 않도록 해줍니다. 물을 주는 일도 아주 중요한 업무에요. 항상 겉흙을 만져보고 물을 줍니다. 공중습도를 좋아하는 식물들은 따로 잎에 분무를 해줘야 합니다. 물을 뿌려주며 아픈 곳은 없는지 이상한 점은 없는지 살핍니다.

가게 앞에 있는 식물 덕분에 오버그린파크는 더욱 싱그러워집니다. ⓒ 오버그린파크


물을 줄 때는 조금씩 천천히 주는 것이 좋아요. ⓒ 오버그린파크


항상 온도와 습도를 신경쓰고 있어요. ⓒ 오버그린파크


책 관리는 비교적 수월합니다. 식물 때문에 흙먼지가 많아서 매일 책을 닦아주지 않으면 금세 헌책처럼 됩니다. 테이블 위, 책 위에 떨어진 먼지를 털고 닦습니다. 책의 배치도 종종 바꿔보기도 합니다. 정리하면서 어떤 책이 더 들어오면 좋을지 생각합니다.

안쪽 책장에는 시, 에세이, 소설 위주의 문학 서가이며 앞쪽 책상 위에는 자연/식물 관련 책과 독립출판물이 있습니다. ⓒ 오버그린파크


"꽃집 아니에요!"

"혹시 이 동네 사세요?"

손님이 계산하실 때 꼭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가게 주변은 한적하고 평범한 동네 골목이기 때문에 손님이 오시면 참 신기하고 반갑거든요. 대부분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고 찾아와주시는 동네 분들이 많습니다.

동네에 이런 공간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며 매우 좋아하십니다. 그런 말 들을 때 동네서점으로써 존재하는 보람을 느껴요. 가끔 먼 거리에서 대중교통으로 찾아오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여기 뭐 하는 곳이에요?"

지나가다 멈춰선 분들이 꼭 물어보십니다. 간판이 없다 보니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간판 없이 운영하려고 계획한 것은 아니고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이렇게 되었어요.

"아~ 꽃집!"

책과 식물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말씀드리면 대부분 이렇게 결론지으십니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고 가게 안도 구경시켜 드립니다. 저희 가게는 꽃다발은 없지만, 건강한 식물과 다양한 책이 있는 곳이랍니다!

<식물은 알고 있다>는 제가 식물에 대해 알고 싶은 분에게 추천하는 책이에요. 그리고, 함께 하면 좋은 반려식물 '보스턴 고사리'. ⓒ 오버그린파크


'식물은 알고 있다 + 보스턴 고사리' (반려식물 set)
구매하기 http://storefarm.naver.com/overgreenpark/products/2127307096

"어떻게 책과 식물을 같이 판매하게 됐어요?"

가게를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입니다. 아직 책과 식물을 함께 판매하는 곳이 없다 보니 방문하시는 분들이 신기해하십니다. 평소 식물과 함께 있을 때, 차분해지고 기분 좋아지는 평온함이 참 좋았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식물 가득한 공간에서 책을 읽는다면 정말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죠.

생각보다 일상 속에서 그런 휴식 공간이 잘 없잖아요. '그렇다면, 내가 만들어보자.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득 모아서'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죠. 어색할 것 같지만 어쩌면 생각보다 잘 어울립니다. 식물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다가 어느새 자랍니다.

새순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몬스테라'. ⓒ 오버그린파크


참 신기하고 기특하기도 하죠. 식물이 새잎을 내며 조금씩 성장합니다. 이처럼 오버그린파크도 천천히 자라나려고 합니다. 멋지고 엄청난 가게가 되기보단 왠지 모르게 편안한 마음이 드는 곳이 되고 싶습니다.

오버그린파크는 고요하고 느리게 가는 곳입니다. 눈치 보지 않고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마음에 위로와 휴식이 필요할 때 찾아주세요.

당신만의 비밀정원 가꾸는 정원지기,
오버그린파크 손예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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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식물이 있는 공간, 오버그린파크. 책과 식물을 함께 판매한다. 주로 동·식물/자연/환경 관련 서적과 시집, 에세이, 잡지, 독립출판물도 취급한다. 책방지기는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이 조용한 공원에서 책을 읽으며 마음의 위로를 얻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20길 14-1 (당산동1가) | Mon-Fri 10:00-18:00, Sat 14:00-18:00 (일요일 휴무, 기타 휴무 시 SNS 공지) | 02-2677-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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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동네서점 포스트에 게재된 글입니다. 구독하기 funnyplan.com/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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