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사건, 유니클로 이월상품 가격표 논란…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그 해결방안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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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주(jmj9315)등록 2017.09.25 08:47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란, 불투명하고 비대칭적인 정보로 인해 계약의 당사자 가운데 한 사람의 행동이 감추어진(hidden) 상황에서 그가 상대 계약자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취하여 피해를 주는 것을 말한다. 최근에는 그 의미가 더욱 확장되어 제도적 허점을 이용하여 자신의 책임을 소홀히 하거나 집단 이기주의를 나타내는 행위, 본인의 권한이나 지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는 경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곳에서 도덕적 해이의 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데, 특히 그 중에서도 대기업들의 사례를 자주 접하곤 한다. 그들은 자사의 시장 지배력과 권력을 믿고 일명 '갑질'을 하거나, 더 큰 이익을 위해 소비자들에게 해가 되는 방식으로 생산을 하곤 하는데, 그것이 언론에 드러나 대중들에게 알려졌을 때에는 브랜드 이미지에 크나큰 손실을 입고 엄청난 타격을 받곤 하였다. 대표적으로 도덕적 해이가 발각되어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되었던 기업들에는 옥시, 폭스바겐, 홈플러스, 유니클로, 남양유업 등이 있다.

첫 번째로 살펴볼 사례는 바로 2016년 봄, 우리들의 가슴을 분노로 뜨겁게 달구었던 '옥시 사건'이다. 옥시(Oxy Reckitt Benckiser)는 손세정제 '데톨', 표백제 '옥시크린', 제습제 '물 먹는 하마' 등의 상품으로 유명한 생활용품 제조 회사이다. 다양한 자회사를 산하에 두고 있는 옥시는 가습기살균제도 판매하고 있었는데, 2011년부터 옥시를 포함한 몇몇의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사망)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피해자들은 지속적으로 기업에 문제 제기를 하였으나 옥시는 이를 무시했고, 법원에서는 기업에 과징금 부과 및 판매 중단 선고만을 내려 피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구제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결국 외롭고 힘든 투쟁 끝에 민·형사 소송이 진행되면서 이러한 옥시의 만행이 알려져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되었는데, 옥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사과문을 발표하였으나 진정성 없는 그들의 모습에 소비자들은 등을 돌리고 마침내 '옥시 불매 운동'까지 진행하게 되었다.

다음 사례는 유니클로(UNIQLO)의 '이월상품 가격표 논란'이다. 유니클로는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SPA 브랜드이다. 그런데 2015년 10월, 코리안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에서 세일 품목으로 둔갑시킨 재고 이월 상품을 예년에 비해 오히려 높은 가격에 판매한 "비싼 할인"이 발각된 후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유니클로는 기존의 가격표에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으로 제품의 가격을 조작한 후 그것이 할인가인 것처럼 홍보를 하였으나, 실제로는 가격이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더 비싸게 팔렸던 것이다. 이에 대해 유니클로 측은 "제조원가, 환율 등의 요소를 통해 제품의 가격을 결정한다"며, "동일 품목에 동일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라고 답변하였는데, 그들의 이월상품 가격표 논란과 그에 대한 황당한 대응, 이와 더불어 불거진 친일 기업 논란에 소비자들은 유니클로 불매 캠페인을 벌이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실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그들은 설립 목적에 따라 이윤 극대화를 위해 어떻게든 생산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하며, 최대한 많이, 최대한 비싼 가격으로 그것을 판매하려 한다. 그러나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이 있듯이, 이렇게 기업이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어딘가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에는 상품을 공급하는 기업이 다양하고 그 수가 많으며, 대부분의 분야에 대기업들이 진출해 있기 때문에,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더더욱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가거나 하위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방향으로 상품이 생산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시장지배력이 강한 기업일수록 도덕적 해이를 쉽게 저지르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그렇게 해도 사업에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해당 업종에서 그들이 지니는 막강한 권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소비자들이 쉽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기업의 부적절한 행위가 드러나기 쉽다. 이제 영원한 비밀은 없고, 그 소식이 퍼져나가는 속도는 훨씬 빨라졌다. 따라서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발각되었을 때 나타나는 브랜드 이미지의 손상은 예전보다 더 심해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소비자들의 주체 의식이 높아졌다는 것 역시 중요한 변수이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시장이 다양화되거나 소비자층이 넓게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소비자들 간의 단합이 어려운 환경이었기 때문에 불매 운동이 원활하게 진행되거나 큰 효력을 갖기가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앞서 살펴본 사례들처럼 잘못을 저질러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기업의 경우 소비자들이 불매 운동을 일으키는 것이 훨씬 본격화 되었다. 또한, 그러한 운동이 실질적인 수치상으로 기업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타격을 가하게 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따라서 브랜드 이미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요즘, 수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고 유지해야 하고, 그러므로 기업들은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도덕적 해이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만 한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CSR 경영기법의 목적 및 논리와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이다. 특히 도덕적 해이를 저지르지 않는 것은 사회에 대한 기업의 직접적 책임이자 의무이므로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다.

기업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크게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우선, 개인적 차원으로는 소비자들만이 가지는 힘을 활용할 수 있다. 현재의 시장경제체제에서 우리는 1원 1표의 원칙에 따라 상품의 구매를 통해 기업을 심판하고 의견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권리를 충분히 파악하고 기업의 사회적 태도 혹은 행실을 반영하여 소비 패턴에 반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앞서 살펴본 사례들처럼 불량한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에 참여하거나, 착한 기업의 상품을 적극적으로 구입하는 등 각자 가능한 방법으로 동참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사회적 차원으로는 언론과 국가 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언론에서는 본래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명확히 밝힘으로써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해 악의적인 보도를 하거나 정치적 수단으로 남용되는 것은 방지하여 중립적이고 사실적인 정보만을 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단순히 조회수를 목적으로 한 자극적이고 과장된 보도 역시 지양해야 할 것이다.

국가 기관에서는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직간접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제도 및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특정 그룹에 대하여 그들의 행동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도덕적 해이를 일삼고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방식으로 생산 활동을 하는 기업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및 벌금제도를 더욱 철저히 수립하고, 상습적으로 도덕적 해이를 일으키는 기업들에 대해서 공식적인 리스트를 작성하여 소비자들에게 공개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에 있어 부정적 인센티브를 주는 매서운 채찍을 사용해야 한다. 반대로 청렴하고 깨끗하게 소비자들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인증을 부여하여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 형성에 도움을 주고, 보조금 지급 및 감세 등의 혜택과 포상을 주어서 확실한 당근을 주어야 한다.

이렇듯 개인적 측면, 사회적 측면에서의 해결방안을 강구하고 그것을 실천하여 소비자들의 힘과 국가기관의 권력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결국 시장논리에 따라 기업들은 스스로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고 사회적 기여를 늘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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