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내 정치적 포퓰리즘의 확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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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주(jmj9315)등록 2017.09.25 08:49
IMF, OECD 등의 국제기구와 유럽중앙은행, 영란은행 등의 관련국 중앙은행 및 美 연준은 경제 전망을 통해 영국의 EU 탈퇴가 당사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경고했고, 10인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도 공개서신에서 영국의 EU 잔류를 호소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 경제 기관 및 전문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16년 6월 23일 영국에서 실시된 국민투표에서는 직전 총선보다 높은 72%의 투표율 아래 52%를 득표한 EU 탈퇴가 승리하였고, 그 결과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게 되었다. 곧 이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승리, 이탈리아의 헌법 개정 국민투표에서 포퓰리즘 정당 M5S가 이끈 개정 반대 측의 승리 및 개혁파 마테오 렌치 총리의 사임 등에 따라서 세계적으로 포퓰리즘 확산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포퓰리즘에 대한 정치학적 정의는 다양하나, 현재 포퓰리즘으로 지목되는 EU 내 정당들의 핵심적 공통점은 '다수 대중 對 소수 엘리트 ‧ 외부인'의 대립구도를 상정하고, 자신들을 다수 대중의 대변자로, 기존 정당들을 소수 엘리트 혹은 외부세력의 대변자로 나타낸다는 점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식으로 정치인들이 차기 선거의 당선을 위해 대중적 인기에 영합(pander)하는 정책을 펴게 되는 것을 대의민주주의의 잠재적 위험 요소로 지적해왔고, IMF 역시 포퓰리즘을 2017년 세계경제 전망의 부정적 요인으로 꼽으며 그 위험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경제위기에 따른 대중의 불만 속에 지지세를 키우기 시작한 EU 내 포퓰리즘 정당들은 실업, 대규모 난민 유입, 테러 사태 등 현재 EU 및 자국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주요한 사회문제의 원인을 기존 체제와 기득권 세력에 돌리며 자신들을 대안으로 내세웠고, 이러한 방식을 통해 세력을 확장하여 현재 주요 회원국 및 EU 의회에서 상당한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EU 내 주요 포퓰리즘 정당 대부분은 주권 및 국경 강화와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 정당의 지지 기반은 세계화 및 경제 통합, 대규모 난민 유입 등에 대한 반감이 큰 것으로 알려진 노년층, 남성, 저학력, 종교인들이고, 이는 브렉시트 찬성투표 집단의 특성과 유사하다. 영국의 국민투표 이후 일부 정당은 자국의 EU 탈퇴를 공론화하고 있으며('Auxit', 'Frexit', 'Nexit' 등), 헝가리에서는 EU의 난민할당제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하며 EU 차원 의사결정의 정당성에 공식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등 현재의 EU 체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전통적인 경제적 '좌-우'구분 상 극좌(예: 그리스의 Golden Dawn, 그리스 의회 18석 및 EU 의회 3석 점유)에서 극우(예: 폴란드의 Congress of the New Right, 폴란드 하원 1석 및 EU 의회 2석 점유)까지 고르게 분포하는 특성을 보인다.

현재까지 이루어진 실증분석에 따르면, 세계화로 인한 제조업의 도태가 EU 회원국 내 포퓰리즘 확산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일례로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관한 실증분석에 의하면 대(對)중국 수입에 따른 제조업 일자리 감소가 EU 탈퇴 득표율을 높였으며, 개인단위 자료 분석 결과 對중국 수입 충격은 유권자의 反이민 정서도 유발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와 유사하게, 독일의 1987~2009년 자료를 이용한 연구에서는 수입이 지역 노동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극우정당 득표율 상승을 견인하였음이 증명되었다. 미국 대선 및 호주 총선 자료를 이용한 연구들도 유사한 효과를 발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이민 및 난민 유입 역시 EU 회원국 내 포퓰리즘 확산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규모 이민 및 난민 유입이 이루어진 1987~98년의 독일 자료를 활용한 연구에 따르면, 해당 지역 인구 중 이민자 비중의 증가는 反이민 포퓰리즘 정당의 해당 지역 득표율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대규모 난민 유입이 이루어진 1989~2001년의 덴마크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해당 지역의 인구 중에서 난민 비중의 증가가 反이민 포퓰리즘 정당의 해당지역 득표율을 증가시켰음을 보였다. 오스트리아의 1979~2002년 자료를 이용한 연구에 따르면 해당 지역 인구 중 이민자 비중의 증가는 反이민 포퓰리즘 정당의 해당지역 득표율을 높였는데, 특히 비숙련 및 저숙련 이민자의 영향이 두드러졌고, 고숙련 이민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민자의 인적자본 수준에 따른 이러한 영향 차이는, 고숙련 이민자가 원주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기는 반면 저숙련 이민자는 노동시장에서 원주민의 경쟁상대이고, 비숙련 이민자는 해당 지역의 생활환경을 악화시키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EU 주요 회원국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표적 포퓰리즘 정당들이 상당한 지지세를 누리고 있기는 하지만 집권까지는 어려울 전망이다. 예컨대 프랑스 대선(4. 23 1차 투표, 5. 7 결선)의 경우, 결선투표제와 다자구도의 특성상 포퓰리즘 정당 FN의 르펜 후보가 마크롱 후보와 2.69%p의 근소한 차이로 결선투표에 진출할 수 있었으나, 결선투표에서 마크롱이 66.06%를 득표하며 33.94%를 득표한 르펜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러나 포퓰리즘 정당의 높은 지지세를 의식한 주요 정당이 선거경쟁 과정에서 이들의 부호무역주의 및 反이민 주장을 일부 수용할 수 있고, 따라서 차기 행정부의 정책에도 부분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일례로, 네덜란드에서는 과거 부결된 바 있는 공공장소 부르카 착용 금지법안이 최근 PVV 주도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된 바 있다.

경제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보호무역주의 및 反이민 정책은 당사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실제로 주요 101개국의 1950~95년 무역패널을 분석한 실증연구에서는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교역량 감소가 해당국 및 교역 상대국의 소득감소를 초래할 개연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또한 OECD에 따르면 EU 회원국으로의 이민유입은 유입국의 노동시장, 재정, 경제성장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민 통제 강화는 이러한 긍정적 영향을 위축시킬 것이고, 특히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가 심각한 EU 회원국에 악영향이 클 것으로 나타났다. EU가 우리나라의 교역(2016년 기준 교역액 3위)과 세계경제(2014년 기준 GDP 1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우리는 상기한 주요 회원국의 중장기 성장세 둔화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EU 주요 회원국 내 대표적 포퓰리즘 정당들은 EU 차원의 무역 협정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서, 향후 對 EU 협정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한-EU FTA는 영국이 포함된 상태의 EU를 상정하고 있으므로 브렉시트 이후 한-EU FTA 재협상 및 한-영 FTA의 추진이 예상되는데, 현재와 같은 포퓰리즘 정당의 지지세 확산은 이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따라서 상기한 포퓰리즘 정당들의 부정적 입장에 대하여 적절한 대응책의 마련이 필요하다.

한편 유사 현상의 국내 발생 방지 및 자유무역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를 위해 국내에서도 자유무역의 경제적 피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책이 필요한 것으로 사료된다. 예컨대 국내에서도 한-칠레 FTA로 10년(2004~13년)간 농림어업 및 일부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으며, 한중일 FTA 발효 시 유사한 부정적 효과와 더불어 학력간 임금격차가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또한, 23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1995년의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한 실증분석에서는 종사 업종의 수입경쟁도가 높을수록 무역에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게 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상기한 대로 자유무역의 경제적 피해자들이 포퓰리즘 정당 지지로 돌아선다는 것을 여러 실증연구가 밝히고 있으며, 포퓰리즘의 국내 발생 방지와 자유무역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를 위해서는 자유무역의 경제적 피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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