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BREXIT) 이후 영국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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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주(jmj9315)등록 2017.09.24 16:03
지난 6월 23일, 오랜 논의 끝에 이루어진 국민투표에서 영국은 EU(European Union; 유럽 연합)를 탈퇴하기로 결정이 났다. 그러나 실제 탈퇴에 수반되는 법적·경제적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계획이 구체적으로 세워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결국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를 나타내는 합성어)가 한낱 정치적 수단이자 리더십의 실패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편, 본격적으로 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된 이후 영국 내외의 정치·경제적 상황이 많이 변화하고 있는데, 본 에세이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한 번 살펴보고 향후 전망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먼저, 영국 내의 정치적 상황을 살펴보자면, 브렉시트를 지지했던 입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내각이 구성되어 본격적으로 브렉시트를 진행하기 위한 절차가 이루어지고 있다. 브렉시트에 대한 국민 투표의 결과가 발표된 직후, 재투표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와 청원이 잇따르기는 했으나, 정부는 이미 투표를 통해 도출된 결과에 대한 번복은 없다는 것을 확고히 했다. 이에 따라 잔류파의 대표 주자였던 데이비드 카메론 총리가 사임하고, 전 내무부 장관직을 역임한 테레사 메이가 신임 총리로 취임하면서 잔류파와 탈퇴파가 조화롭게 구성된 신임 내각이 형성되었다. 또한 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위해 'EU 탈퇴부'와 '국제통상부'가 신설되기도 했다.
영국이 공식적으로 EU 탈퇴 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해야 하는데, 이는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던 상황이기 때문에 아직 탈퇴 대상국에 대한 협상 개시 시점 및 탈퇴 이후 EU와의 관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태이다. 따라서 영국과 EU 회원국들 간의 협상 결과에 따라 세부적인 향후 방향이 결정될 예정이며, 영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해 보았을 때 탈퇴 협상을 완료하고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2년이 훨씬 넘는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영국 내에서도 EU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스코틀랜드는 영국과는 별개로 EU에 잔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스코틀랜드는 식품 및 주류생산이 수출의 주요품목을 구성하고 있으며, EU의 공동농업정책 및 기타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영국 내의 타 지역과 비교해 보았을 때, 브렉시트로 인한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브렉시트 국민 투표에서 스코틀랜드는 잔류 62%, 탈퇴 38%로 잔류에 대한 지지율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테레사 메이 총리는 취임 직후 스코틀랜드를 방문하여 스터전 수반과 회담을 갖고 영국의 EU 탈퇴 과정에 스코틀랜드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것을 약속하였다.

그런데 2014년 이후 급격한 오일 가격 하락 및 여전히 높은 영국시장에의 의존도를 감안해 보았을 때,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에 심각한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스코틀랜드의 일반 국민들이 독립을 요구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사료된다. 만약 스코틀랜드가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경우, 국민투표 결과 잔류에 대한 지지가 높았던 북아일랜드 역시 독립을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로 인해 정계에서는 이미 아일랜드 통일을 묻는 국민투표를 제안하기도 하였다.

앞서 언급한 영국 내의 정치적 변화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현재 브렉시트는 국민 투표 이후 완전히 확정된 사안으로 자리 잡았으며, 영국에서는 이를 정식으로 진행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선례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체계를 수립하는 과정에 있어 시간이 꽤나 지체될 것으로 보이며, 지역 별로 주민들의 정서를 완벽히 통합하는 데 실패한다면 분열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

다음으로, 브렉시트 확정 이후 영국 내의 경제적 상황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살펴보겠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발표된 2016년 2/4분기 주요경제지표(경제성장률 0.6%, 실업률 4.7%)는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민간 소비 및 기업 투자 역시 전기 대비 각각 0.9%,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브렉시트의 여파가 아직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며, 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장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 결정 직후 영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달러 대비 파운드화 환율이 폭락하였으며, 이후 한동안 약세를 유지하였으나, 9월 초부터 다소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섣불리 통화가치의 하락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영국의 주가지수 역시 브렉시트 투표 당일에는 6%가량 폭락했으나, 점차 회복세를 보여 현재는 투표 전의 수준을 상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주요한 수치들을 살펴보았을 때에는 브렉시트가 아직 영국 경제에 있어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나,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의 증가는 소비와 투자를 감소시켜 결국 영국의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금까지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영란은행은 기준금리를 기존의 0.5%에서 사상 최저치인 0.25%로 인하하는 결정을 발표하고, 이와 함께 경기부양 패키지를 제시하였으나, 영국의 EU 탈퇴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이러한 영란은행의 정책 상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영국은 현재 글로벌 금융위기가 타계되지 않은 상태에서 EU 탈퇴라는 불확실성을 떠안아 그 부담이 가중된 상태이며, 이에 따라 생산과 소비, 특히 투자 영역에서의 부진이 예상된다. 아직까지는 실물경제에 가해진 충격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영국 경제에 대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영국 국민들과 세계인들은 향후 영국의 경제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이제 영국의 EU 탈퇴에 대한 향후 전망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EU 회원국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나, EU와의 양자협상을 통해 FTA 혹은 공동 라운드를 체결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또한 영국의 주요 경제 연구 기관들이 내놓은 브렉시트의 장·단기 경제적 효과에 대한 전망에 따르면,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EU와의 협상에 의해 달라질 것으로 보이나, 거의 대부분이 부정적이며 협상이 완료되기 이전까지 특히 고용과 투자 부문에서의 피해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였다.

영국의 EU 탈퇴 조건 및 향후 관계 정립에 대한 EU 측의 입장은 오는 11월과 2017년 중 예정된 유럽 주요국들의 선거 결과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며, 이러한 영국과 EU 간 탈퇴 협상 진행 추이에 따라 영국의 대외무역관계에 대한 방향성 및 한·영 FTA 추진 여부 등이 결정될 전망이다. 따라서 한국 역시 브렉시트로 인한 영국 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지하고 작금의 사태에 대해 적절한 정치·경제·외교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세계 경제는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영국의 고전적 자유주의부터 미국의 연계된 자유주의를 거쳐 현재의 신자유주의까지 세계는 자유주의와 보호주의 사이에서 끝없는 줄다리기를 하며 그에 따라 정치·경제·외교적 사안들이 결정되었다. 항상 이론적으로는 모두 '자유'를 외치지만, 결국 금융위기의 그림자가 다가오면 다시 '보호'를 외치며 약속을 깨버리는 것이 지금까지의 반복되는 패턴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굴레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유'와 '보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고 세계 경제가 안정되는 그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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