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일본의 선거

총체적인 무관심 속에 치뤄진 선거, 자민당의 압승은 너무도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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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택(ityeo)등록 2017.10.25 10:42
지난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0.19~10.22) 일본 오사카와 교토로 여행을 다녀왔다. 한국에서도 일부 뉴스에서 일본에 선거가 있다는 뉴스를 접했지만 그리 큰 관심은 없었다. 그런데 오사카에 도착한 첫날 오사카 시내의 중심이랄 수 있는 도톤보리에서 선거유세를 하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해 일본의 선거는 우리와는 아주 많이 달랐다. 개인적인 소회를 몇자 적어보려 한다. 다만 나는 3박4일. 그것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일본을 간 것이고, 내가 잠시 머문 지역은 오사카와 교토의 일부 지역이기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라는 점을 다시한번 말씀 드린다.

장면 1)
일본어를 못알아 듣기 때문에 후보자가 무슨소리를 하는지를 알 수는 없었다. 놀라운것은 그 후보의 정당이 어디이며, 이름은 무엇인지에 대한 어떠한 표시도 없었다. 그리고 굉장히 평범한 목소리로 마이크를 들고 하는 연설을 하는데 그 연설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국의 선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율동을 하는 자원봉사단, 성능좋은 마이크로 또렷이 혹은, 시끄럽게까지 들리는 연설에 익숙했던 내게는 참 신기해보였다. 그 후보의 주변에는 검은양복을 입고 안전을 담당한 사람 다섯명이 있었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는 유세를 너무도 차분한 목소리로 해대는 후보의 모습은 지금도 기억이 남는다.

장면 2)
우리나라의 경우 선거철만 되면 지역마다 후보의 이름과 사진이 붙은 플랭카드들로 가득하다. 후보자의 벽보는 비닐로 코팅이 되어서 곳곳에 붙어있으며, 지하철 입구에는 각당의 후보, 자원봉사자 들이 작은 명함을 나눠주거나 인사를 하곤 한다. 길거리의 모습만 봐도 선거철임을 알 수 있는게 우리나라의 선거풍경이다. 그러나 내가 있었던 오사카, 교토에는 우선 플랭카드가 전혀 없었다. 길거리에 아주 작은 크기의 후보자 벽보가 있었는데 정확히는 모르지만 굉장히 작은 크기였다. 나는 4일내내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어떤 지하철역 입구에서도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가 없었다. 우리처럼 트럭을 개조하여 후보자의 공약이나 정당의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도 없었다. 아주 작은 트럭 하나가 거리를 지나면서 스피커로 말을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냥 지나가는 차량의 하나일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선거를 하고 있다는 모습이 전혀 없었다.

장면 3)
투숙했던 오사카 호텔에서 나오는 10개 가량의 TV채널에서 선거관련 보도는 기자의 리포팅 없이 앵커의 간단한 몇마디로 3분 가량만 방송되었다. 선거관련 보도와 프로야구 클라이막스 시리즈 관련 보도의 길이가 거의 같았다. TV광고로 아베가 출연한 자민당 광고가 있었지만 다른 정당의 TV광고는 볼 수 없었다. 특정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들의 면면은 적어도 내가 본 TV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단지 당 대표들의 유세모습만 기계적으로 비춰졌을 뿐이었다.

장면 4)
일본은 선거를 일요일에 한다. 그런데 선거 하루전 TV뉴스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뉴스에서 아베의 상대로 언급되었던 고이케 도쿄도지사가 프랑스 파리로 갔다. 일본도 사전투표제도가 있다고 하니 투표는 했겠지만 적어도 야당의 대표가 선거 하루전에 해외로 나간다? 나는 이런 경우를 처음 봤다.

장면 5)
니혼게이자이신문을 사서 보았는데 마침 각 정당의 주요정책에 대한 입장을 비교해놓았다.자민당이 추진하는 주요 정책으로는 2019년 10월 소비세 10% 인상, 아베노믹스 유지, 헌법 9조의 개정, 안전보장관련법 승인, 북한에 대한 압력 유지, 원자력 발전 추진 등이었다. 그런데 자민당과 반대되는 입장을 보이는 정당은 사민당 그리고 공산당 뿐이었다. 고이케가 이끄는 희망당이 자민당과 다른 점은 소비세 인상 반대일 뿐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일요일 NHK위성방송으로 일본의 개표결과를 보았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자민당의 압승이었다.

나는 아주 짧은 기간동안에 일부 지역을 잠깐 다녀왔기에 나의 경험으로 일본 선거 결과를 해석하는 것은 지극히 비논리적이다. 그리고 나는 일본의 선거법을 모른다. 그러나 내가 본 일본의 선거는 총체적인 무관심속에 치뤄진 선거였다. 자민당 이외에는 정당의 존재가 무의미 해 보이기까지 했다. 자민당 압승은 너무도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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