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운환 아름다운컨벤션 대표가 지난 10월 25일 광주의 한 호텔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소중한
"처음엔 '저런 검사가 있어야 대한민국 바로 설 수 있겠다' 생각"
- 그래서 결국 홍준표의 103호 검사실에서 처음으로 대면했는데 인상이 어땠나?
"인상이 아주 나빴는데, 내 마음은 '저 친구하고 친하게 지내면 나쁠 건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하자면 자기 말 그대로 검사가 하기 어려운 일을 서슴없이 했다고 하니 우리는 정의가 있다고 생각할 거 아녀? 위에서 누른 디 무시하고 조사했다고 한께. 그것을 다 사실이라고 그때는 생각했제.
'저런 검사가 있어야 대한민국도 바로 설 수 있다. 건설폭력 사건도 이런 사람이나 된께 하는 거고, 수사해서 혼낼 사람들 혼내주고 경각심을 주는구나.' 박수쳐줬어. 물론 공개적으로 박수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속으로 그랬어. '홍준표에게 정의감이 있구나' 하고 홍준표를 긍정적으로 생각했제. 근데 그 (센) 자존심과 분위기가 내가 접근해서 친해질 분위기는 아니었어."
- 그러니까 검사실에서 처음 만난 인상은 그리 나쁘지 않았네.
"자기가 호의적으로 대했으니까. '오, 여 사장 어서 오소' 했으니까. 그리고 나한테 '친구하자'고 하대. 54년 갑장이고 하니."
- 그때 홍준표와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걸 알았나?
"내가 홍준표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거를 우리 기사도 몰랐어. 만약 얘기했다면 추석 때 선물 줘부러겄제. 그날에서야 한 아파트에 산다는 걸 알았어."
- 홍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기는 5층 4500만 원짜리 전세를 살았고, 당신은 15층 66평짜리 자가로 살았다고 했다. 이렇게 자기는 평범한 서민이고, 조폭 두목이던 당신은 호화롭게 살았다는 점을 대비시켰다.
"그때는 서울하고 달라서 아파트는 전세나 자가나 (금액 면에서) 그렇게 큰 차이 안 날 때여. 오히려 취득세 등 세금이 나오니까 자가를 원치 않기도 했어. 홍준표야 나중에 떠나야 할 사람이니까 자가를 사기가 쉽지 않았겠지. 내가 홍준표보다 11평이 더 컸어. 방 하나가 더 있는 것인데 그때 펜트하우스라는 개념이 없었어. 글고 제일 꼭대기층을 선호한 것도 아니여. 그때 다 추첨했어.
내가 11평 더 넓은 곳에서 자가로 살든 임대로 살든, 내가 더 좋은 곳에서 산다고 고깝게 여길 이유가 뭐가 있냐고. 그런 발상 자체가 문제여. '저 사람이 범죄자다' 단정하고. 그리고 자기 아들이 우리 아들하고 친하고 집에도 왔다고 하는데 그것도 다 거짓말이여. 그 아들이 우리 집에 와본 적도 없고, 우리 아들도 기억을 못해."
- 드라마틱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그러지 않았을까? 한 친구의 아버지는 검사고, 한 친구의 아버지는 조폭두목이라는 서사구조.
"드라마 <모래시계> 보면 최민수랑 검사랑 친구든마. 홍준표도 자기가 거기 나온 검사처럼 해놨잖아. 홍준표는 각본이나 써야제 검사 하다가 사람 여럿 잡아불고."
"홍준표는 소설가가 딱 어울리는 사람이여"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대구 수성구 호텔수성에서 열리는 ‘아시아포럼21’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 홍준표 자서전을 보면 당신을 처음 본 것을 이렇게 묘사했다. 자기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벤츠가 들어왔고, 덩치가 큰 사람이 차에서 내려서 차문을 열어주고 인사를 했다고. 그리고 나서 관리실에 문의해서 그 사람이 여운환이라는 것을 알았고, 다음날 검찰에 확인해보니 국제PJ파 두목으로 광주·전남을 평정했다고.
"그 아파트 구조가 베란다에서 차가 들어오고 나간 것을 볼 수 없어. 아파트 들어가는 입구는 뒷문이여. 근데 베란다는 반대편에 있어. 또 건장한 청년? 내 기억으로는 내가 기사에게도 문을 한 번도 못 열게 했어. 막 뛰어와서 열라고 하면 '창피하게 왜 그러냐?'고 핀잔을 줬어. 드라마 보면 부하가 깡패 두목의 차문을 열어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거를 보여줄라고 지어낸 거여. 아파트 구조를 누구보다 더 지가 잘 알 건데. 암튼 소설가가 딱 어울리는 사람이야."
- 책에서 "홍준표 검사와 나 사이에 오간 일들에 대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까발리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나는 그와 둘 만이 아는 일들에 대해서는 가급적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고 기술했는데 "그와 둘 만이 아는 일들"은 무엇인가?
"둘만이 아는 이야기라는 것은 홍준표가 나한테 막 했던 이야기여. 교도소 면회 와서 한 이야기. 내가 조폭 두목을 인정하면 바로 고등법원에서 석방시키겠다고 한 것, 나와 남충현 부장을 이간질 시킨 것 등 비하인드 스토리가 몇 가지 있어. 자기가 누구한테 용돈 받아서 썼는지도 알아. 그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
- 당신이 아는 사람에게 홍준표가 용돈을 받았다고?
"수사비로 받았다고 하더라고. 거절할 수 없었다고. 그런데 그런 것까지 얘기하면 본질이 흐려져서 그럴 마음은 없고."
- 당신이 프랑스에 출장 가 있을 때 홍준표가 당신을 범죄조직 수괴 혐의로 전국에 수배령을 내렸는데.
"만약 구속하려고 했다면 나를 못 나가게 해야 할 거 아녀? 자기 책에서 세 가지를 제안했다고 했잖아. 광주를 뜨든지, 조직원에게 칼을 맞아불든지, 사업을 접든지. 근데 내가 거절했다는 거잖아. 그렇다면 이미 자기가 나를 폭력배 두목으로 조사하고 있었다는 거 아녀. 그럼 못 나가게 해야지. 그런데 내가 나가게 하고 들어온 뒤에서는 책잡힐 거 같으니까 나중에 수배하고 사전구속영장 받고, 신문에 터뜨리고."
- 수배하기 며칠 전에 이미 홍준표를 만났지 않나?.
"10여 일 전에 만났제."
- 그때 분위기는 어땠나?
"아주 좋았제. 12시 넘어도 마누라가 항상 밥차려준다면서 늦게 같이 들어가자고 했어. 그런데 내가 약속 있다고 해서 나와 부렀지."
홍준표가 했다는 '세 가지 제안'의 진실
- 그럼 완전히 반전이네. 10여 일 전에는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는데 10여 일 후에 수배 때리고, 사전구속영장 청구하고.
"반전이고 뭐고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정도였어. 이해하려야 이해할 수가 없어. 자기 사무실에서 만났는데 그럼(구속할 거였으면) 왜 나를 부르나? 저녁 늦은 시간에. 자기 책에서 세 가지를 제안했다고 했는데 왜 나한테 제안하나? 폭력배 두목한테 말이여. 바로 구속해야지. 제안 중 한 가지를 받아들이면 선처한다는 거 아녀? 왜 폭력배 두목한테 그런 제안을 하냐고. 그 엄청난 범죄자한테. 검사가 그렇게 권한이 센가? 지가 요구한 말만 잘들으면 구속도 안하고 지 맘대로 선처해주게. 그것도 조폭두목을."
- 홍준표 자서전에 따르면, 구속하기 전 자신의 방으로 당신을 불러서 세 가지 조건을 걸었다고 주장했다. 1)광주 떠나라. 2)부하 조직원에게 칼을 맞아라. 3)자기한테 붙잡히라.
"너무나 황당무계한 거짓말이여. 자기가 나를 조사해서 어마어마한 폭력배로 단정했다면 왜 자기가 나한테 그런 제안을 하나? 왜 나를 봐주려고 하나? 그거는 완전히 직무유기지. 나를 곧바로 구속했어야지."
- 그때 프랑스에서 남충현 부장에게 전화했더니 남 부장은 거기서 좀더 있으라고 했다고 하던데.
"그랬지. 근디 내가 바로 그 다음날 들어와버렸어. 들어와서는 바로 홍준표한테 전화했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며칠 전 만났을 때는 안그랬던 사람이. 내가 뭔 죄가 있다고 폭력배 두목이라는 말이냐고. 이거 빨리 진실 규명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랬더니 '지금 그렇게 돼 버렸다. 좀 기다리라'고만 하더라. 그런데 바로 기자들한테 알려서 1면 기사를 쓰게 하고, 사전구속영장까지 청구했어."
- 홍준표는 계속 가속페 달을 밟았네.
"자기가 그렇게 하면 내가 프랑스에서 안 들어올 줄 알았다고 하대. 나를 구속 못시킬 것 같으니까 일급계 특진 걸고, 사전구속영장 치고, 신문에 터뜨리고."
- 이것이 일계급 특진까지 내걸 사안인가?
"특진한 사람은 그거 반납해야제. 엄한 놈 갖다고 조폭 두목으로 만들었슨께."
- 왜 홍준표는 당신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보나?
"홍준표는 돈키호테 기질이 있고, 튀는 사람이여. 자기가 봤을 땐 무지하게 잘 나가는 사람이고, 뭔가 일을 만들고 싶어하는, 상당히 욕심이 많은 사람 같아. 내가 66평 아파트에 산다고 하지, 벤츠230 타고 다니지, 자기 윗사람하고 가깝다고 하지, 근데 자기한테 인사는 안하지, 선물을 줬다가 가져가불지.
그리고 나서 만나자고 했는데 기분 언짢다고 전화를 끊어불지. 나를 정말 혼내주고 싶었을 거여. 자기가 공공연하게 나를 혼낸다고 자기 입으로 놀리고 다녔다고. '저 놈 한번 혼낸다'고. 검사의 권한을 이용하면 털어서 먼지 안난 사람 있겄어? 홍준표의 의도가 나를 혼내고 싶은 쪽으로 모아진 거야."
▲ 여운환 아름다운컨벤션 대표가 지난 10얼 25일 광주의 한 호텔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소중한
"사적인 감정에다 홍준표의 영웅심리까지 작용했다고 봐"
- 그럼 이 사건이 사적인 감정에서 비롯됐다?
"사적인 감정에다 홍준표의 영웅심리까지 작용했다고 봐. 자기는 무지하게 우월하다고 생각해. 광주 지역에서 검찰 왔다갔다 하는 사람은 다 건설사 사장들이었어. 그때는 열 몇 개 정도가 있었는데, 비리가 조금 있어도 다 해결하고 다닐 때여. 근데 홍준표가 그 사람들 수족들을 입찰비리로 다 쳐부렀잖아. 그때 홍준표는 평검사 이상으로 행세하고 살았어. 검사가 방송에 나와서 인터뷰하고 말이지. 그랬는데 홍준표 눈에 내가 거슬렸겠지. 근데 걸릴 것은 없고 하니 무리하게 사건을 만들었어.
- 홍준표가 노태우 정부의 '범죄와의 전쟁'에 편승한 측면도 있지 않나?
"완전히 편승했제. 그때는 조폭으로 몰아놓으믄 누구도 비호를 못할 때여. 비호를 하면 바로 비호세력이 돼버릴 때여. 그때 인천에서 깡패 하나가 뭐 했는디 여당 국회의원 서정화가 탄원서에 서명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받을 때 아녀?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으니. 거기에 편승해서 홍준표가 부장, 차장 다 제끼고 검사장에게 직보했어. 그래서 광주에서 붙은 홍준표 별명이 거꾸로 '홍준표 부장, 남충현 검사'였어. 이렇게 소문이 다 나부렀어."
- 남충현 부장이 당신과 가깝다고 하니까.
"자기 부장이 순하니까 그렇게 해분 거여. 근디 홍준표가 홍준표 지 같은 놈을 만났으면 그렇게 했겠나? 할라고 해도 못하지."
- 노태우 대통령이 선포한 범죄와의 전쟁이 조폭 세계에서는 어떤 의미였나?
"많은 사람들이 구속됐제. 웬만한 것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게 돼 버렸어."
- 서울에 은거하면서 문정수 광주지검장에게 편지를 썼는데 그때 편지를 썼던 이유가 뭔가?
"지금도 사건기록에 딱 붙어 있어. 내가 얼마 전에 사건기록 열람 복사를 신청했어. 내 사건기록은 검찰에 그대로 있어. 영구보존 사건이여. 판결문은 영구보존인데 사건기록은 10년이 지나면 폐기해. 근디 보안법 사건이나 간첩사건 등 보존가치가 있는 것은 영구보존한다고. 내 사건은 그대로 있어. 영구보존이 딱 찍혀진 채로.
당시 문정수 검사장이 홍준표의 꼬드김을 당해서 나에게 편견 갖고 홍준표를 방어해주고 있었어. 그래서 문 검사장에게 편지를 썼지. '나는 한번도 부동산 경매 등으로 재산을 불린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나를 이렇게 모략하는데 검사만 바꿔주시면 내일이라도 자수해서 들어가겠습니다.' 내가 살아온 과정은 물론 재산목록까지 쓰면서 '이것이 거짓말이면 어떤 처벌도 감수하겠다'고 했어.
문 검사장과 홍준표는 완전히 한 배를 타부렀어. 근데 하도 옆에 있는 사람들이 홍준표의 얘기가 사실과 다르다고 하니까 문 검사장도 '이렇게 여론이 양쪽으로 갈린 건 검사장 하면서 처음이다'라고 하더라."
- 그 편지에서 다섯 사람을 거론하지 않았나?
"남충현 부장, 유재인 부장, 송주환 부장, 최인주 과장 네 사람이었다. 다 검찰청에 있던 사람들이여. 당시 홍준표가 검찰청에 나를 비호하는 세력이 있는 것처럼 얘기했어. 남충현 부장은 과거에 군검찰관으로 모셨던 유재인 부장과 부산에서 근무하다가 1981년에 광주로 발령받았고, 유재인 부장은 정읍으로 발령받았어. 내가 유재인 부장을 굉장히 따르고 해서 남충현 부장을 소개해줘서 알게 됐어.
남충현 부장이 2개월 만에 집을 얻어서 부산에서 광주로 이사를 했어. 내가 광주 중흥동에서 대진장 모텔을 했는데 남충현 부장이 집을 얻기 전까지 거기에서 출퇴근했다고. 그런 인연이 있는 분이야. 송주환 부장은 유재인 부장의 검찰관 후임이었어. 최인주 과장은 저하고 같은 학부형이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최인주 과장 아들이 제 아들과 제일 친한 친구여.
그래서 내가 편지에서 썼어. '이 사람들이 뭔 비호를 합니까? 그리고 저는 비호할 일이 없습니다. 저는 입건 한번 안된 사람입니다. 지금 이렇게 부당한 수사를 받고 있는데 진실을 밝히려면 검사를 바꿔줘야 합니다. 바꿔 주시면 내일이라도 자수하겠습니다.'"
"누구라도 비호했다면 증거를 하나라도 내놔야지..."
- 그 편지에서 청와대 비서관도 언급하지 않았나?
"여관구 치안비서관이여. 그 분이 우리 문중 사람이여. 근데 광주로 발령받아서 경찰청 국장을 했어. 경찰청 국장으로 있다가 청와대로 갔어. 광주에 온 지 1년 만에 청와대에 간 거여. 나하고는 고향도 달라. 그런 사람이 날 비호할 일이 어디 있어? 비호을 누구라도 했다면 증거를 하나라도 내놔야지."
- 홍준표가 보기에는 당신이 그런 친분관계를 이용해서 비호받았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홍준표가 남충현 부장을 검찰의 비호세력으로 얘기했잖아. 그래서 내가 남충현 부장을 해명해주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등장시킨 거여. 수사기관에 있는 사람 중에 아는 사람이 이게 다라고 편지를 보낸 거지."
- 편지에서 선의로 언급했는데 결국 '조폭 비호세력'이 돼 버렸다.
"홍준표가 만들었어. 나를 나쁘게 만들라고. 결국 모든 것이 다 아니라고 밝혀졌잖아."
- 홍준표 집에 쌍둥이칼을 보냈다는 것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나?
"그것이 검찰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어. 그래서 우리 변호사가 이야기하더라고. '자네가 홍준표한테 뭔 칼을 보냈는가?' '형님 뭔 칼이에요?' 그 변호사도 나한테 그 칼을 받았어. 쌍둥이 레이저칼. '뭔 식칼을 보냈다고 하던디.' '아니 형님 내가 뭔 또라이도 아니고.' 그러니까 우리 변호사가 노발대발 해부렀제. 그 변호사가 검사장한테 얘기했어. '여운환은 제 친구 동생인데 저도 칼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말해서 진실이 드러나부렀어. 그러니 두 번 다시 말을 못 꺼내더라고."
- 홍준표가 사건을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언론플레이한 거네.
"완전 언론플레이제. 글고는 정작 검찰 조사에서나 법정에서나 그 칼 이야기는 한마디도 언급을 안해. 사실이라면 제일 큰 건이었을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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