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종도'가 홍준표 캐릭터
대한민국이 아는 홍준표는 가짜"

[인터뷰] 여운환,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를 쏘다 4부-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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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식(ysku)소중한(extremes88)등록 2018.01.08 14:38

여운환 아름다운컨벤션 대표가 지난 10얼 25일 광주의 한 호텔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소중한


지난 1995년 1월 9일부터 2월 16일까지 드라마 <모래시계>가 SBS에서 총 24부작으로 방영됐다. 1970년부터 1990년대까지의 격동기 한국 현대사를 강우석(서울중앙지검 검사, 박상원 분), 박태수(광주 박성범파의 중간보스, 최민수 분), 윤혜린(카지노 대부의 외동딸, 고현정 분) 등을 통해 묘사한 드라마였다. 평균 시청률이 50.8%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드라마를 보기 위해 일찍 귀가하는 현상까지 생겨서 모래시계를 '귀가시계'라고 부를 정도였다. 

드라마 <모래시계>와 함께 주가가 올라간 이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였다. 지난 1991년과 1992년 국제PJ파 사건 수사의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에 재입성한 홍 대표는 1993년 카지노 대부인 정덕진 형제와 '6공의 황태자' 박철언 의원 등(일명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한 주임검사였다. 이러한 경력으로 인해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홍 대표도 '모래시계 검사'로 불렸고, 이는 1996년 정치권 진출의 발판이 됐다. 여운환 아름다운컨벤션 대표가 출소할 무렵 홍 대표는 국회의원(민자당의 후신인 신한국당)이 돼 있었다.

여 대표는 "드라마 <모래시계>에 나온 강우석 검사의 캐릭터는 홍준표와는 전혀 맞지 않다"라며 "홍준표는 강우석 검사보다는 정성모가 연기한 종도와 똑같은 캐릭터"라고 꼬집었다. '종도'는 박태수의 친구이자 박성범파의 조직원으로 자기의 이익을 위해 친구와 두목을 배신하는 비열한 인물로 나온다.

여 대표는 "모래시계 검사라는 타이틀은 홍준표에게 무공훈장 몇 개와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홍준표의 영달에 도움을 줬다"라며 "하지만 모래시계 검사는 완전히 조작되고 날조된 영웅담일 뿐이고, 그렇게 조작되고 날조된 영웅담을 통해 여당·야당 대표, 경남도지사, 대선후보 등으로 승승장구했다"라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이 알고 있던 홍준표는 가짜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여 대표는 "홀가분하게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홍준표를 용서하는 게 이기는 거라 생각하기도 했고, 홍준표한테 진심 어린 사과라도 받을 수 있다면 나를 위해서라도 홍준표와 풀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라며 "하지만 이제는 늦었다, 홍준표를 용서하려야 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당대표의 검사 시절 모습. 이 이미지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 페이스북에 실린 것임을 밝힙니다. ⓒ 홍준표 페이스북


"한화갑이 옥중면회? 1m 앞에서도 본 적 없어"

- 국제PJ파사건으로 구속돼 있을 때 사람들 많이 찾아왔나?
"평소 친분이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지. 내가 국제PJ파 두목이라면 그쪽 사람들이 나를 면회하러 한 번은 왔을 거 아녀? 그런데 그쪽 사람들이 나를 면회온 일이 없어. 글고 국제PJ파 조직원들이 관련된 사건들도 있지 않았겠나? 그러면 많이 수감생활을 하고 있었을 텐데 그 사람들을 내가 면회해본 적도 없어. 그러니 내가 결백을 주장할 수 있는 거여. 그것만으로도 홍준표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일을 했는지 증명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

- 친하게 지낸 검사들이나 정치인들, 공직자들은 면회 안 왔나?
"그땐 조폭이라는 굴레가 씌워지면 옛날 어렸을 때 간첩으로 몰렸던 사람과 똑같은 처지여. 정말 면회 오고 싶은 사람들은 많았을 거여. 나를 격려하고 위로해주고 싶은 사람도 많았을 거여. 하지만 내가 빨간 줄이 그어지고 했으니 공무원들도 자기 미래에 지장이 있다고 생각할 거 아녀? 그래서 공직자라는 사람들은 나를 찾아올 수가 없어. 저도 가족을 만나야 제일 편하고. 다른 사람이 면회 오면 가족이 못하잖아. 근데 우리 가족들은 사업할 때 만났던 지인들한테 양보하지 않을 정도로 유별나게 면회를 많이 왔어. 정치인 두세 분, 우리 형 친구들 등이 면회를 왔어.

특히 지금은 돌아가신 조홍규 의원도 왔어. 그 형님은 우리 형하고 가까운 죽마고우였어. 어렸을 때부터 친형 같이 지낸 분이어서 와서 나를 격려해주고 내 억울한 마음을 달래주고. 국감장에서도 '내가 여운환을 잘 아는데 이런 짓하면 안된다'고 지적했어. 내가 얼마나 억울하다고 생각했으면 국감에서 지적했겄어. 그걸 보고 한 언론사 기자가 교도소로 찾아왔더라고. 어떤 사람인가 보고 싶어서. 국감장에서 국회의원이 그런 걸 말하기 어려운데 그렇게 말하니까."

- 한화갑 전 의원도 면회를 왔나?
"그거 때문에 한화갑 의원이 홍준표를 고소해서 내가 참고인으로 조사받은 적이 있어. 그것도 수감돼 있는 사람을 서울중앙지검까지 나를 압송해서 조사했다고. 지금까지 살면서 한화갑을 1m 앞에서도 본 적이 없어. 차를 한 잔 마셔본 적도 없고. 우린 한화갑 의원을 알지만 한화갑 의원은 우릴 몰라."

- 홍준표는 한화갑 전 의원이 옥중면회를 가서 '여 동지, 조금만 참고 지내소'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는데.
"새빨간 거짓말이여. 그때에는 그 사람들 정권이었으니까 밝힐라고 했으면 밝혀졌을 거여. 홍준표가 얼마나 인간적으로 나쁜 사람이냐? 자기가 나를 조폭 두목이라고 기소했는데 무죄받아서 내가 조폭이 아니라는 거를 다 알잖아. 그런데 끝까지 자기가 나를 조폭 두목으로 만들어놔야 이야깃거리가 되고 다른 사람들을 나와 연관시켜서 흠을 낼 수 있는 거 아녀?

그런 도구로 날 쓴 거여. 지금 같으면 고소·고발을 수없이 당했을 것인데 30년 전에는 암울했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무소불위 권력을 가진 사람들 때문에 일어났슨께. 내가 생각할 땐 분명히 만행인데 양심에도 거리낌이 없어."

여운환 아름다운컨벤션 대표가 지난 10얼 26일 자신이 운영하는 아름다운컨벤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소중한


"내가 구명활동을 했다면 무슨 결과가 나왔어야지"

- 그때 이름있는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가 면회를 가면 바로 '비호세력'으로 몰리는 분위기 아니었나?
"(홍준표가) 언론에 바로 내불어. 다 큰일 하는 사람들인데 구설수에 휘말이면 얼마나 거시기 하겄나? 내가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내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생활했어. 내가 어떻게든 건강 잃지 않고 가족에게 돌아가야겠다, 우리 어머니를 생각하며 더 이상 불효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수형생활해서 빨리 모범수가 됐다고. 모범수가 됐지만 단 하루도 빨리 가석방되진 않았어. 법무부 교정국의 규정이 있어서 조폭 등과 연루된 사람은 가석방 심사조차 신청할 수 없게 되었어."

- 국제PJ파사건이 터진 후에 구명활동은 벌이지 않았나?
"내가 구명활동을 했다면 무슨 결과라도 나왔어야지. 오히려 더 험한 꼴만 당했잖아. 홍준표는 자서전에서 내가 구명활동을 한 것처럼 썼던데 그것도 완전히 날조야. 구명활동을 한다면 영향을 미칠 만한 사람에게 하는 거 아니오? 그렇게 구명활동을 했다면 조금이라도 영향이 있을 거 아녀? 누가, 어떻게, 무얼 부탁이라도 했다던지. 암튼 소설처럼 날조한 거여."

- 홍준표는 국제PJ파사건 수사 과정에서 정치인과 고위관료 등의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것도 일방적으로 날조된 이야기여. 자기가 압력을 받았다면 누구한테 어떤 압력을 받았는지 말 안할 사람이여? 당연히 말할 사람이라고. 그때도 뉴스메이커여서 언론플레이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그럼 누가 압력을 넣었다고 말 한마디라고 해야 할 거 아녀? 그런 것이 칼 사건 등처럼 실체도 없는 거를 만들어서 활용하고."

- 홍준표는 국회의원 서너 명과 유명인사들이 사활을 건 로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런 일이 진짜 있다면 그 사람이 그것을 입에 담고 있을 사람이여? 기자에게 이름을 까고 자료도 줄 사람인디. 자기가 한 말은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데 지금 하는 행태를 봐봐."

- 당신에게 비호세력이 있었나?
"비호를 받은 세력도 없고, 비호를 꿈에도 생각해본 일이 없어."

- 남충현 부장은 결국 사표를 냈다.
"나와 관계없이 인천지검 특수부장인가 강력부장인가 하다가 집안문제가 있어서 그만둔 걸로 알아. 그때 비호세력으로 거론됐던 유재인 부장이나 송주환 부장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 일부 검사들은 대검 감찰부의 감찰을 받았다.
"홍준표가 코너에 몰리니까 느닷없이 (비호세력을) 언론플레이했지. 이름이 거론되니 대검에서 확인해보지 않았겠나? 조사 차원은 아니고. 이런 홍준표의 행태를 굉장히 못마땅하게 생각한 최인주 과장은 홍준표를  비난하는 유서를 써놓고 자살해버리지 않았나?"

- 사업하면서 검사도 만나고, 판사도 만나고, 지역 기관장들도 두루두루 만나 친분을 쌓았는데 그렇게 친분을 맺은 인사들이 결국은 '비호세력'이 되는 것 아닌가?
"검사는 앞에서 언급했던 총 세 사람 정도였다. 내가 알고 지낸 검사들은 사실대로 써서 문정수 지검장에게 편지로 보내지 않았나? '그분들 중에는 광주에서 근무도 안한 분들이 있는데 내가 그들의 비호를 어떻게 받았겠냐?'는 억울한 심경에서 '공정한 수사를 받을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고 문정수 지검장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지검장이 그 편지를 홍준표에게 줘서 언론플레이를 해분 거여. 그래서 제 사건기록에는 이 편지가 들어 있어.

그 편지를 보면 어떤 취지에서, 어떤 심정에서, 왜 썼는지 알 수 있어. 내가 크게 손해볼 일을 왜 자처해서 하겠나? 내가 그 사람들 거명해서 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고, 내가 얻을 것도 전혀 없는데 내가 왜 그런 것을 하겠나? 그러니 비호세력도 완전히 홍준표가 만들어낸 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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