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이 오락실 보호 대가라고?"

[인터뷰] 여운환,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를 쏘다 4부-②

검토 완료

구영식(ysku)글·사진소중한(extremes88)등록 2018.01.08 14:38

여운환 아름다운컨벤션 대표가 지난 10얼 25일 광주의 한 호텔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소중한


5월 18일에 난 1심 판결... "50만원이 오락실 보호 대가?"

- 1심 판결이 언제 났는지 기억하나?
"1992년 5월 18일."

- 묘하게 5월 18일이었다.
"그 전에 선고 날짜가 잡혔는데 미뤄졌다가 잡힌 거여. 검사장과 홍준표의 엄청난 로비에 법원이 선고를 연기했다고 소문이 났아. 형사사건 선고일이 연기되는 것이 쉽지 않거든. 그렇게 연기됐다가 잡힌 날짜가 5월 18일이여. 5.18 때문에 내 사건은 제대로 보도가 안 됐어. 형 받았다고만 났지."

- 1심 재판부는 국제PJ파 구성 혐의는 유죄이고, 범죄조직 수괴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범죄 조직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무려 5년을 선고했는데 1심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나?
"홍준표는 저를 엄청남 범죄단체의 두목으로 기소했지.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검찰에서 제시한 증거를 다 배척하고 무죄를 줬어. 근데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하지도 않았는데 법원이 직권으로 동일성이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한 거야.

판결문을 보면 국제PJ파가 1984년엔가 만들어졌대. 그때 국제PJ파가 축구시합을 할 때 50만 원을 지원한 적이 있고, 국제PJ파와 관련된 사건이 나면 두목 김길용에게 피하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는 거여. 이와 관련해서는 김길용의 부하인 박주화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는 진술 하나밖에 없었어.

법원은 최고 두목을 갑자기 호구로 전락시켰어. 이것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이여. 그러면서 내가 당시 운영하는 호텔 오락실을 보호받는 대가로 그렇게 지원한 것이 인정된다는 거여. 결국 자기 가게 보호받으려고 깡패들한테 월정금 내는 사람으로 전략시켰어.

1991년 초엔가 광주 국제관광호텔 오락실에 50% 대 50% 투자하기로 계약했어. 호텔 오락실은 내 경리 한 사람을 빼고는 다 호텔에서 운영했어. 그러니 내가 보호받을 필요도 없었다고. 특히 1984년부터 1986년도에 그랬다는 그 호텔은 6, 7년 뒤인 1991년도에 생겼다고. 국제관광호텔이 생길지 꿈에도 몰랐을 때 내가 국제PJ파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그런 짓을 했다고 엉터리 판결을 내려놨어."

- 1심 재판부는 행동대장 박주화의 진술을 증거로 채택한 것인가?
"그렇다. 나중에 증거로는 채택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결했어."

- 판결문만으로 보면 결국 오락실을 보호받는 대가로 50만 원만 지원해준 거네.
"그런 셈이여."

- 오락실 보호 대가라고 하기엔 너무 적은 돈이다.
"그 50만 원이란 돈은 누구 용돈이나 다름없는 거여. 내가 '증거도 하나 없이 어떻게 그런 판결을 하냐'고 그랬어."

"'조폭 인정하면 집유로 나오게 해주겠다'고 제안"

- 당시 1심 판결은 어찌 보면 노태우 정부가 추진했던 범죄와의 전쟁이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
"난 그때 검찰과 법원이 정말 따로따로(독립적으로) 업무를 하는 데인지 알았어. 그런데 알고 보니 초록은 동색이라고 검찰과 법원이 완전히 끼리끼리여. 내가 무죄를 선고받으면 당시 검사장과 홍준표는 반드시 책임져야 하는 분위기였어. 홍준표도 '당신이 무죄받으면 나도 무조건 옷벗어야 한다'고 그랬어. 교도소에 와서 홍준표가 나한테 한 말이여.

옷 벗으면 자기는 부산에라도 가서 변호사를 할 수 있지만, 검사장은 성격상 변호사도 못할 거라고도 했어. 난 아직도 생생해. 자기도 사활이 걸린 일이었던 거야. 그러니 검찰이 법원에 로비해서 '자금책 및 두목의 고문급 고문'이라는 이상한 명칭으로 판결나게 만들었던 거여."

- 항소심을 준비할 때 홍준표가 면회왔다고 하는데.
"그랬제."

- 그때 홍준표를 만난 곳은 교도소장실?
"맞어."

- 그때 홍준표가 "조폭 활동 인정하면 형도 감해주고 고법에서 집유로 나가게 해주겠다"라고 제안하지 않았나?
"그랬지. 내가 조폭활동을 했다는 것만 시인해주면 자기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나가게 해주겠다고 했어. 광주에 충장OB파라고 있었어. 충장OB파 두목이 박동욱이야. 그 박동욱도 홍준표가 일계급 특진을 걸었어. 나한테도 일계급 특진을 걸어서 날 구속했잖아. 하지만 나는 (조폭 두목 혐의에 관한 한) 다 무죄 받았잖아. 근데 박동욱는 홍준표 말을 잘 들었어. 홍준표 기분도 잘 맞추고. 수사에 잘 협조해준 거지. 두목이라고 신문에까지 보도됐는데 '간부'로 기소했어. 일계급 특진을 걸었던 사람을 '간부'라고 기소한 거야."

- 두목인데 일반 간부로 기소했다고?
"자기 기분 맞춰주니까. 일계급 특진을 걸었고, 신문에 두목으로 난 사람인데. 그래서 박동욱은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받았어. 홍준표는 자기 맘대로 해부렀어. 근디 나한테는 겁을 준 거여. '박동욱을 봐라. 내가 저렇게 하지 않냐? 나는 한다면 한다.'"

- 홍준표가 왜 그런 제안을 한 건가?
"자기가 광주를 떠나게 됐대. 서울로 간다는 거여. 서울로 가더라도 검사한테는 공소유지가 있잖아. 자기가 봐도 내가 무죄를 받을 거 같으니까 그런 거여. 사건은 그렇게 만들어놓고, 내 인생은 안중에도 없었어."

- 1심 재판부가 당신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것은 홍준표한테는 참 다행이었겠다. 하지만 법원이 '국제PJ파 두목'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꽤 당혹스러웠을 것 같다.
"아주 당혹스러워 했지. 지금 사회 분위기 같으면 홍준표는 책임을 면할 길이 없었어. 당혹스러우니까 몇 가지 만들어서 나한테 그런 걸 제안한 거지. 하지만 내가 일언지하에 거절했어."

여운환 아름다운컨벤션 대표가 지난 10월 25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차를 내리고 있다. ⓒ 소중한


"증거라고는 국제PJ파 행동대장의 진술밖에 없어"

- 홍준표의 제안을 왜 거절했나?
"너무나 부당한 일이서. 왜 아닌 일을 내가 인정해야 하나? 내가 누명을 썼는데. 재판만 받으면 내 누명이 벗겨질 거란 희망도 있었고. 법원과 검찰은 기관이 다르니까 법원이 공정하게 판단할 거라고 알았고. 나는 고등법원에서 다 밝혀질 줄 알았는데. 우리 변호사들 참 침울했지."

- 홍준표는 그때도 교도소장실에서 거만하게 행동했다고 하던데.
"거만한 정도가 아니었어. 교도소에 작업과장이 있었어. 검사가 그렇게 권력을 부릴 수 있는지 꿈에도 본 적도 없는데. 우리가 유흥업소나 한정식집, 요정에 가면 손뼉을 쳐서 종업원을 부르잖아. '짝짝짝.' 홍준표가 그 과장을 부를 때 그러더라니까. 과장이 들어오니까 물 두 컵 가져오라고 해. 그러더니 담배를 딱 내려놓더라고. 홍준표가 담배를 피우라는 시늉을 해서 나도 피웠제.

그리고 나서 그런 제안을 하니까 내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고 했어. '나를 위해 변론한 사람도 있는데 내가 갑자기 폭력배가 맞다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내가 모래바닥에 혀박고 죽으면 죽었지 못하겠습니다. 나에게 엄청난 누명 씌웠는데 당신 잘 될 거 같습니까? 나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내 담배를 꺼불더라고. 원래 교도소에서 담배 피우면 안 되잖아. 자기가 담배를 피우라고 해서 피웠는데 갑자기 꺼불더라고. 아주 생생해."

- 항소심에선 5년에서 4년으로 감형됐고, 대법원 상고가 기각돼서 혐의가 확정됐다.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심은 어떻게 생각하나?
"난 항소심에 진실이 밝혀줄 줄 알았어. 홍준표 때문에 열심히 대응하다 보니 법전도 몇십 차례 찾아서 볼 정도였고. 법전을 사서 보니 1심 때보다 법률 상식이 훨씬 좋아졌지. 그거 다 홍준표 덕이여. 1심은 너무 엉터리 재판이었어 항소심에 기대를 걸었제. 1심 재판장이 '여운환은 깡패가 아니라고 합디다' 그래.

광주의 여론을 들었는지 모르지만. 나하고 잘 아는 송주환 부장이 자기 전주고 선배라고 하면서 '주환이형'이라고 표현했대. 이게 우리 변호사가 해준 이야기여. '주환이형이 여운환은 깡패가 아니라고 했다고.' 재판장이 그랬다는 거여. 그래서 우리 변호사도 '이제 다 밝혀졌다'고 그랬어.

근데 선고를 연기하대. 우리 변호사가 '다 밝혀졌다'고 해서 나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디. 변호사가 두 분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분이 박도영 변호사여. 판사 출신인데 이거 바로 위헌신청하라는 거여. 박철언이 위헌신청해서 위헌 판결이 난 법률조항이라고. 내가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더니 빠르면 3개월, 늦으면 6개월이래. 근데 그거 신청하면 재판이 중단된대. 그래서 내가 거절했어. 나중에 보니 박도영 변호사가 실력이 있긴 있었더라고. 타박한 게 미안할 정도로.

1심에서 한 것처럼 고등법원에서도 다 기각했어. 1심하고 똑같아. 내가 피터지게 억울하다고 주장했어. 근데 뭔 정상을 참작해준다고 1년씩이나 깎아주나? '왜 깎아주냐'고 했어. 이 재판 자체가 너무나 잘못됐어. 재판부는 검사가 묻는 것만 재판해. 이것이 죄형법정주의고 불고불리의 법칙이래. 나는 검사가 구성원으로 묻지 않았다는 거야. 나에게 국제PJ파 간부라고 물어본 적이 없다는 거야. 오직 엄청난 범죄단체 수괴로만 나에게 물었지. 수괴라고 하면서 느닷없이 월정금이나 바치는 사람으로 재판했어. 증거라고는 박주화의 진술 하나인데."

최후진술 "15년을 구형받아도 두렵지 않다"

- 1년을 감형한 이유가 뭐였나?
"정상 참작을 해준다고 하더라고."

- 정상 참작은 반성하거나 피해자와 합의했을 때 해주는 것인데.
"그런 거 전혀 없었지. 난 반성하지도 않았응께."

- 1심에서 범죄단체 연루만으로 5년을 선고한 것이 적당한 양형인지 의문이다. 사람을 찔렀거나 죽였다면 형량이 무거울 수 있는데 단순히 연루됐다는 이유로 5년, 4년을 선고한 것은 지나쳐 보인다.
"국제PJ파와 연루된 것 하나도 없었어. 조직원들 면회갔다는 사실도 하나 못 밝혔잖아. 내가 정말 사소한 일로 한번이라도 입건된 적이 있다면 그것을 감안해 형을 가중해서 줄 수는 있지. 근데 나는 그런 거 하나 없었다고.

홍준표는 나에게 15년을 구형했어. 내가 최후진술하면서 홍준표에게 뭐라 한지 아나? '15년을 구형받아도 하나도 두렵지 않습니다.' 15년 준다는 얘기를 구속시킬 때부터 얘기했으니까. 자기하고 타협하자고. 타협하지 않으면 15년을 준다고. 이렇게 하도 많이 들어서 막상 이렇게 구형받아도 무섭지 않고 긴장되지 않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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