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목서, 최상급의 관상수

서열의식에 길들여진 편견을 수정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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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광석(kshong25)등록 2017.11.17 12:07
동목서, 최상급의 관상수
서열의식에 길들여진 편견을 수정하며 

금은 천년이 가도 색이 변하지 않으며 중량도 줄지 않은 금속이다.
그리고 수요에 비해 채굴되는 양도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금은 사물의 가치척도 기능을 했고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가치저장수단이 되었다. 
때문에 그런 이유들로 인해 유사 이래 금은 권력과 부의 기반이었다. 
그렇다보니 그런 금은 많은 보통 사람들의 의식에도 선망의 상징으로 남았다고 본다.
나 역시 그런 보통 사람들에서 예외는 아니었던가 싶다.
실제로 사물에 '금'이라는 접두사만 붙어도 더 관심과 호감을 가진 경우가 많았고 가치를 자의적으로 예단했던 적도 많았기 때문이다.

금목서와 은목서의 꽃향기가 좋다는 말은 들었으나 키울 공간도 없었고 기회도 없었는데, 10년 전 나무시장을 찾았다가 비로소 금목서(金木犀)를 만났다. 
그리고 금목서라는 이름이라면 향기도 좋을 것이라는 단순한 소견 때문에 다른 나무보다 먼저 챙겼다.
동목서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던 나에게 수목원 주인은 동목서라면서 권했는데, 금목서와 은목서가 있으면 동목서도 있어야만 될 것 같아 구색 맞추기 하는 마음으로 한 주만 골라 담았다.
그리고 나무를 심으면서도 금이 주는 상징성에 갇힌 나는 금목서를 중심에 두고 자리를 살폈다. 
금목서는 볕이 잘 들고 사람들에게 잘 보이는 가장 명당을 잡아주었고, 은목서는 집 뒤안 울타리에 주로 심었으며 동목서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조금 비껴난 곳의 소나무 곁에 심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무의 성장은 금(金)메달 은(銀)메달 동(銅)메달의 서열 순서가 아니었다.
이름만으로 판단하여 향기도 뛰어나고 수형도 아름다울 것이라는 여겼던 금목서와 은목서는 동목서에 비해 자라는 속도도 느렸고 균형 잡힌 수형을 보여주지 않았다.
놀라게 했던 사실은 구색 맞추기로 끼워 들여온 동목서의 성장이었다.
뒤늦게 인터넷에서 동목서에 관한 내용을 찾았으나 사전적인 설명은 물론 동목서를 소개한 블로그의 글도 많지 않았다.
알고보니 동목서는 본 이름이 아니고 실제 이름은 구골나무였다.

구골나무 동목서로 알려졌지만 본 이름은 구골나무이다. ⓒ 홍광석


구골나무는 원산지가 대만과 일본으로 학명은 osmanthus heterophylla였다.
대개의 나무들처럼 물 빠짐이 좋고 거름기가 많은 토양에서 잘 자라며, 나뭇가지의 분지성(分枝性)이 좋으며 밖에 속을 들여다볼 수 없을 정도로 잎도 무성하다. 그리고 나무 스스로 둥그런 수형을 유지한다.
잎은 길이가 약 4cm 폭이 약 2cm의 타원형이며 끝 부분이 각이 지면서 뾰쪽하여 가시처럼 느껴진다.
잎의 전면은 짙은 녹색이며 윤기가 있으나 뒷면은 옅은 녹색에 윤기가 없다.
꽃은 서리 내리고 얼음이 어는 11월 중순부터 12월 초순까지 거의 20일 가량 피고 진다.
꽃의 크기는 거의 하얀 싸락눈 수준으로 꽃은 지난해 나온 가지의 잎 겨드랑에 앙징스러운 무더기를 이룬다.   
꽃잎은 쌀알 정도의 크기에 네 장 혹은 다섯 장으로 꽃 속에는 노란 꽃술이 있다.
꽃의 향기는 거부감 없는 은근한 향수의 향과 비슷하며 나무가 크고 꽃이 많이 피기 때문에 꽃의 향기가 멀리 퍼진다.
일설에 꽃은 피지만 열매가 없는 까닭은 구골나무와 은목서의 교잡종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실제는 암수 딴 그루이기 때문에 열매를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아 그런 설이 나왔지 않은가 싶다.
다만 동목서는 금, 은, 동(銅)메달의 동(銅)이 아닌 겨울에 꽃을 피우는 동(冬)목서라고 한다는데 정확한지는 알 수 없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겨울에 꽃이 핀다고 하여 동백(冬柏)이라고 하듯 초겨울에 피는 구골나무를 동목서(冬木犀)라고 불러도 정감이 클 것 같다.

구골나무 꽃 가지 하나만 꺾어 꽂아두면 온 방안이 향기로 가득해진다. 화장품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도 호감이 가는 향기라고 생각한다. ⓒ 홍광석


금목서와 은목서는 남부 지역에서 이름값을 하는 귀한 관상수다. 
금목서(金木犀)는 물푸레나무과에 속하고 원산지는 중국이며 나무 높이는 3, 4mfh 자라며 암수딴그루이다. 개화기는 10월인데 꽃은 붉은 빛이 도는 노란색이며 잎의 겨드랑이에 피고 향기가 강하다.
은목서는 그냥 목서라고도 하는데 금목서에 비해 잎의 가장자리에 가시가 많으며 꽃은 흰색으로 피는 점만 다르다.
금목서나 은목서는 물론 동목서라고 알려진 구골나무 역시 따뜻한 남부지방에 자라는 나무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비록 그 나무들의 성장 속도는 차이가 있지만 그러나 사철 푸르며 수형이 아름답고 향기가 매혹적이라는 점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최상급의 관상수라고 생각한다.

지난 봄, 나무 시장에 갔다가 동목서의 가격을 물었더니 노인은 동목서의 묘목 가격이 금목서나 은목서의 묘목 가격을 뛰어 넘는다고 했다.
아름다운 수형과 은근한 향기 때문에 가치를 인정받아 몸값이 올랐는지도 모르겠다. 
잠시, 겨울의 문 앞에서 꽃이 피는 동목서의 친구가 되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실체도 제대로 모르면서 동목서라는 이름만 듣고 서열에 길들여진 편견과 맹목적인 확신으로 사물을 판단했던 내 의식이 문제였음을 되돌아본다. 2017.11.16.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겨레 블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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