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빙 빈센트 리빙 빈센트 #1

내 붓과 물감으로 반 고흐를 그린다 from 네덜란드

검토 완료

이진영(junocinema)등록 2017.12.21 15:42
<Loving Vincent Living Vincent> #1
<Loving Vincent Living Vincent> #1
내 붓과 물감으로 반 고흐를 그린다 from 네덜란드

러빙 빈센트, 반 고흐, 달과 6펜스, 고객, 방랑자, 여행객

두 달 일정으로 네덜란드 브레다로 날아왔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바쁘게 출국 준비를 하던 즈음, 영화 <러빙 빈센트>를 보았다. 전 세계 최초 유화 애니메이션으로, 107명 아티스트의 62,450점의 유화 프레임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지금도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실사로 느껴질 만큼의 세밀하고 정교한 애니메이션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불편하리만치 투박한 붓의 숨결이 살아있는 이 작품은, 새로운 차원의 영상 예술 작품을 감상하게 해줬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인생은, 격정적인 예술 세계, 특이한 색감, 의문으로 남은 그의 죽음, 자신의 귀를 자를 정도의 기괴한 성격, 37세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예술가 정도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튀어나온 반 고흐는, 내게 방랑, 방황, 그리고 여행을 말하고 있었다.

'여행이 축약형 인생'이듯, '인생은 다소 긴 여행'이기도 하다. 정확하게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계획을 세웠다고 해도 매순간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하는, 나름의 개방형 여행 방식과 많이 닮아있다. 빈센트 자신도 이렇게 말한다.

'내가 모험가가 된 것은 선택이 아닌 운명이다.(....I am not an adventurer by choice but by fate.' (1886년 빈센트 반 고흐가 영국 화가 호라스 리벤스(Horace M Livens)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이를 증명이나 하듯이 그는 37년 짧은 생애 동안 4개국네덜란드, 영국, 벨기에, 프랑스의 수 십 개 도시에서 고단한 삶과 작업을 이어갔다.

인간으로서 그리고 예술가로서 반 고흐 인생의 절대 변수가 되었던 폴 고갱. 원시적인 색채와 강렬한 이미지로 특이한 화풍을 만들었던 프랑스 인상파 화가인 그가 실제 모델이 된, 서머셋 모옴(William Somerset Maugham : 1874~1965)의 소설 '달과 6펜스'에서도, 미지의 세계와 인간의 방랑성이 언급된다.

어떤 사람은 자기에게 맞지 않는 장소에 태어나기도 한다. 어쩌다가 그들은 그런 상황에서 살아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어딘지도 모르면서 자신의 그 뿌리(고향/집)를 그리워하고 향수를 느끼며 살아간다. 그들은 정작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는 낯선 사람인 것이다. (번역 : 이진영)
I have an idea that some men are born out of their due place.
Accident has cast them amid certain surroundings, but they have always a nostalgia for a home they know not. They are strangers in their birthplace...

반 고흐와 고갱,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주식 중개인을 일하던 40대 평범한 가장이었으나 화가로 살아가기 위해서 모든 걸 버리고 떠난다)는 상당부분 서로 닮아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그들의 작품이 거래되는 21세기, 미술에 문외한이며, 자본주의 사탕발림에 중독되어 스마트폰이나 흔들어대는 평범한 한국인인 내가, 그들과 닮아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퍼즐을 이곳 브레다에서 풀어가기로 한다. 2년 전 여행에서, 그 호수에서 '그 친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오지 않았을, 네덜란드 남쪽의 작은 도시에서 말이다.

<Loving Vincent Living Vincent> 나의 버전을 그려내기 위해서 무엇부터 해야 할까? 빈센트 반 고흐가 어릴 때 분명 먹었을 핫 스폿(Hut spot(Peestamp) : 감자와 당근을 익힌 후 으깨고, 그 위에 고기/소시지 등을 얹어서 먹는다, 가난한 가정에서는 topping 없이 감자/당근만 먹기도 했다 - 친구 설명)(사진1)을 먹고, 이곳 브레다에서 영화 <러빙 빈센트>를 다시 봤다. (사진2) 100 여 년 전 벼룩시장에서 단돈 5센트에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이 거래됐다는 바로 이곳 브레다에서, 예술가들의 열정과 영화 기술로 부활한 반 고흐를 다시 만난 것이다.

그리고 떠난다... 반 고흐가 태어나서 11살까지 살았던 곳, 평생 가장 긴 시간을 머물렀던 그곳 쥔데르트로....

(To be continued : 빈센트 반 고흐 감성의 뿌리 쥔데르트를 찾아서)

덧붙이는 글 <드림 투게더> 및 개인 블로그에 송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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