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무술년 신년시 '개 같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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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동(sangayu)등록 2017.12.25 18:01
  이제 무술년(戊戌年)이 다시 코 앞으로 왔다. 한 주만 지나면 우린 모두 무술년의 시간대에 서 있게 되리라. 무술년을 생각하면서 미국에 살고 있는(동포) 김은자 시인으로부터 신년을 상징하는 시 한 편을 받았다. 해의 의미에 깊숙이 육화되는 듯한 시를 읽으며 새해의 삶과 꿈과 의지를 곧추세워 본다.

* 개 같이 *  / 김은자

개 같은 일이 많았습니다
개 같은,
이라고 욕하며 돌아서
침을 캑,
뱉어 주고 나면
또 개 같은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새해에는
개 같은,
이라고 욕하지 않겠습니다

개같이만 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사람 앞에 꾸밀 줄 모르고
사랑 앞에 계산할 줄 모르고
정의 앞에 타협할 줄 모르고
체온은 사람의 것보다 따스해

남의 밥그릇을 욕심내지 않고
도적 앞에서는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 견공처럼
깜깜한 벽 앞에서도
희망을 물고 놓지 않겠습니다

썩은 냄새를 식별하고
낮은 소리에도 맑은 귀를 열어
개보다도 못한 인간,
이란 소리 듣지 않도록
충직하고 용감한 날들을 지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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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자 시인 미국 거주. 미주중앙일보 오피니언 '문화산책'을 연재 중이며 문학교실 '붉은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다. ⓒ 김은자

김은자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월간《시문학》지로 등단하였고 최근 출간한 『비대칭으로 말하기』(세종우수도서) 등 3권의 시집과 산문집 『슬픔은 발끝부터 물들어 온다』, 시선집 『청춘, 그 포스트모더니즘』 등의 저서가 있다. 미주중앙일보 신춘문예와 한국문학방송 신춘문예 당선, 재외동포문학상(시) 대상, 미주동포문학상, 윤동주문학상(해외동포)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미주중앙일보 오피니언 '문화산책'을 연재 중이며 문학교실 '붉은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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