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친구의 '금지된 사랑'

[같지만 다른 중국 생활 관찰기] 전세계인이 모인 북경 속 다양한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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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호(joon1407)등록 2018.01.09 09:40
요즘 '중국'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예전엔 '메이드 인 차이나' '짝퉁'이라는 단어가 많이 생각났겠지만, 최근 중국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차기 최고강대국 후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린다. 이런 뉴스에 나올 법한 이야기는 다소 거창하고, 앞으로 1학기 동안 북경에서 생활하며 경험한 즐거운 에피소드와 성장하는 중국 속 사람들의 사는 모습, 더 나아가 사회, 문화적으로 한국과 중국이 각자 가진 사회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글을 써보려고 한다. - 기자 말

"나는 꼭 한국인 남자친구를 사귈 거야!!"

친하게 지내는 말레이시아 친구의 바람이다. 말레이시아에 다양한 한국 문화가 전파되었기 때문에 많은 말레이시아 친구들이 한국 음악, 드라마를 즐긴다. 자연스럽게 한국인에 대한 호감 또한 올라갔고, 정작 아이돌은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환영받을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는 히잡이 자유라고는 말하지만, 아직은 보수적인 시선 때문에 대부분 여성이 착용한다. 하지만 친구는 자신의 선택으로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 대서관에서 근무하시는 부모님을 따라 이탈리아, 중국 등의 나라에서 어려서부터 다양한 문화를 접했고, 그런 영향 때문인지 다른 문화에 대해 동경이나 호기심이 상당하다. 여러 언어에 두루 능통하고 사교적인 성격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 '인맥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무슬림 신자에게 연애라는 것은 쉽지 않은 여정이다. 남녀의 관계나 일상생활에 타 종교보다 비교적 많은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친구는 중국에서 다른 국적의 사람들과 연애를 했지만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한다. 나에게도 연애 상담을 요청했지만, 문화라는 거대한 벽 앞에 마주한 순간에서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없었고, 주변 무슬림 학생들 중에서도 내 친구의 생각을 지지해주는 이는 거의 없었다. 모두 그만두고 생각을 바꾸라고 설득할 뿐이었다.

부모님의 직업 때문에 1, 2년 안으로 한국에서 생활하게 되는 친구의 '한국 남자친구' 로망은 여전하다. 종교라는 문화 차이로 실패를 겪고 좌절했지만, 언젠가는 분명 종교적 차이를 극복할 좋은 사람을 만날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파키스탄 남자들의 애로사항

교실에서 결혼이나 연애에 대한 수업만 진행됐다 하면, 같은 반 파키스탄 남자애들은 유치원에서 서로 자신이 발표하겠다고 싸우는 아이들처럼 격한 반응을 보이며 흥분하고 시끄러워져서 한동안은 여자를 심하게 밝히는 이상한 친구들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그럴만한 이유와 다양한 고민이 존재했다.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남성과 여성 사이에 폐쇄적인 벽이 존재하기 때문에 파키스탄 남성들은 실질적으로 여성과 대화를 할 기회도 현저히 적고 당연히 여성에 대해 잘 모른다. 여성에 대한 호기심만 왕성할 뿐 대화를 하는 것조차 수줍어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같은 반 잉글랜드 프랑스 여성 친구들에게 용기를 내서 말을 걸어보지만, 정작 수줍다는 이유로 나를 앞에 내세워 말을 걸 때도 많고, 일명 '노잼(no 재미)'이라고 불리는 질문으로 여성으로부터 외면받는 안쓰러운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결국, 그들의 연애 도전기는 학기가 끝난 지금 한 명도 애인이 없는 '새드 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침대 기차를 타고 산시성 여행을 갈 때 주변 침대가 모두 파키스탄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자기 전 한동안 대화를 나눴다. 파키스탄에서 결혼이라는 제도는 환영을 받고 결정이 됐을 땐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지만, 연애한다고 했을 땐 집안에서의 눈치와 사회적 제약으로 많은 문제가 따른다고 말했다. 가끔 그런 제약을 피해 자유로운 연애를 꿈꾸며 중국으로 유학을 온 친구들도 존재했다.

물론 '일부다처제'라는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부정적인 관점으로 보는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에 파키스탄 남성들이 여성에게 다가가는 행동마저 부정적으로 비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문화적 차이 이전에 남성으로서 호감이 가는 여성과의 연애를 원할 때도 고민이 많은 무슬림 친구들을 보며 문화라는 것이 굉장히 복합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뤄질 수 없는 슬픈 사랑

JTBC <비정상회담>에서 알베르토 몬디가 북경 유학 중에 만난 한국인 여성이 현재 부인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북경 유학이 끝났을 땐,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눈물 나는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었다. 그가 작별 인사를 했던 대학이 현재 내가 공부하는 대학의 옆 학교이기 때문에 이별 장면은 내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그려졌다.

전 세계 유학생들이 모여드는 북경에서 이런 이별 이야기는 자주 발생한다. 가끔은 국적이 다르기 때문에 가기 전까지 만난 후 깔끔하게 헤어지고 서로의 길을 존중해주는 '쿨'한 커플도 보이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이미 깊어진 사랑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고민이 깊은 친구들도 종종 보인다.

친하게 지냈던 인도네시아 친구의 애인은 중국계 코스타리카 사람이었고, 복합적인 이유로 올해 코스타리카에 완전히 돌아가기로 결정이 났다. 12월 인도네시아 친구를 만났을 때 결국 물리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이별한 상태였다. 사랑은 여전했지만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친구는 굉장히 괴로워했고, 현재 남은 건 남자친구가 사줬던 빨간 목도리를 매일 하고 다니는 친구의 모습뿐이다.

많이 안쓰러웠지만 한창 힘들어할 때 함께 소주를 마시며 친구의 슬픈 연애 이야기를 들어주는데 친구가 소주가 오늘따라 달다고 하는 말에는 웃음이 터졌다. 힘든 상황에서 외국인마저 단맛을 느끼게 하는 소주의 '위대함'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다양한 이유로 여러 연인이 만나고 헤어진다. 혹은 종교적 이유로 연애조차 쉽지 않은 친구들도 존재한다. 만남과 이별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애정이 남았음에도 문화적 이유를 비롯한 여러 물리적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멀어져가는 연인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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