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잭 도슨 역), 케이트 윈슬렛(로즈 드윗 부카더 역)
국내 :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 194분
▲ 2018년 <타이타닉>재개봉 포스터 개봉 20주년을 맞이해서 새롭게 관객을 찾아가는 <타이타닉> ⓒ (주)영화사오원
1998년 국내 개봉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며, 세월이 흘러도 식지 않는 워너비 로맨스를 꿈꾸게 해줬던, <타이타닉>이 2012년에 이어, 2018년 20주년을 맞아, 두 번째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아카데미상 11개 부문 석권, 영화 흥행 전 세계2위 등, 관련 기록과 수식 어구를 열거하기에도 끝이 없는 이 영화는, '영원으로 기억될 세기의 로맨스' '세상 끝까지 함께 할, 단 하나의 운명, 단 한 번의 사랑'이란 카피와 함께 예고편이 공개되면서, 뱃머리에 서서 '나는 세상의 왕이다(I am the king of the world)!'를 외쳤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앳된 젊은 시절 모습을 다시 대형 화면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타이타닉>은 1912년, 아일랜드에서 뉴욕으로 항해하던 당시 세계 최고의 초호화 크루즈 '타이타닉'호와 거기 승선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꿈의 배는 '가라앉을 수 없다'면서 안전기술을 자랑했지만, 빙산과 충돌하면서 무력하게 두 조각난 후, 북대서양 바닷물 속에 가라앉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후, 배와 함께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되는 보석 '대양의 심장'을 찾아 전력투구하는 탐사대. 그러나 이 탐사를 통해서 찾아낸 것은 그 다이아몬드가 아닌, 오랫동안 그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던 슬프면서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였다.
기울어진 가세를 어쩌지 못해, 어머니의 강압으로, 돈 많은 약혼자와 함께 미국으로 향하는, 상류층 로즈(케이트 윈슬렛 분)와, 부둣가 술집에서 도박하다가 타이타닉 삼등칸 티켓을 얻은 가난한 화가 잭, 어쩌면 너무 짧았기에 가능했던 뜨거운 사랑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 사랑에 현실적 비개연성을 부여하기에는,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고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사라지면서 남긴 잭의 마지막 부탁은, 너무 애달프다.
내가 받고 싶은...
최고의 선물은...
꼭 살아남는단 당신 약속이야
포기하지 말고
꼭 살아남아야 돼
한 줄기 희망조차 없어도
약속해, 로즈
그 약속 절대 잊으면 안 돼
잭과 했던 약속대로 로즈는 살아서 남았고, 적어도 잭으로 인해서 '진정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잭이 로즈의 목숨과 삶 모두를 구한 남자였다는 사실을, 이젠 할머니가 되어버린 로즈가 담담하게 고백한다.
원래 여자의 가슴은 비밀의 바다거든
하지만 이제 모두 잭 도슨을 알게 됐군
내 인생을 구한 남자가
바로 그 배에 탔었던 거지
난 잭의 사진 한 장 없어
내게 남은 건 아련한 기억뿐이지
엄청난 로맨스 신드롬을 남겼던 이 영화가 국내에서 최초 개봉되고 20년이 흘렀다. 영화는 스크린에 걸리는 순간 관객의 것인 만큼, 그 세월만큼의 새로운 관객과 관점이 영화와 만날 것이다.
1998년 <타이타닉> 최초 개봉 당시, 극장 스크린은 한 줄이 8.5 글자(띄어쓰기 한 개 포함)를 넘지 못하는 세로 자막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글자 수의 제한을 받지 않는 가로자막으로 편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또, <타이타닉>의 저주라는 말이 따라 다닐 정도로 아카데미 상복이 없었던 남녀 주인공도 한풀이를 했다. 케이트 윈슬렛은 2009년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2016년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으니 말이다.
대한민국은 어디에 있었으며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당시 우리는 IMF 구제 금융 직후, 치열하게 삶을 헤쳐 나갔으며, 첫 민주 정부를 맞아 환호했으나, 이후 역사의 소용돌이는 계속됐고,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었으며, 이는 촛불 혁명과 새 정부 출범으로 이어졌다.
타이타닉의 침몰 뒤에도, 빙산이라는 자연 재난적 요인 이전에 '최고' 와 '최대' 그리고 '1등'만을 상위 등급으로 분류하는 저급한 자본주의가 자리하고 있었다. 게다가 치졸한 인간의 이기심은 어떠한가.
구명보트에서 앉아 겨우 목숨은 구했지만, 죽어가는 사람들을 코앞에서 지켜보아야만 했던 사람들 중 한 명인 몰리(캐시 베이츠 분)는 이렇게 말한다.
이러다 죽는 건가
살 수 있을까...
그러나 누구도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
'세상 끝까지 함께 할, 단 하나의 운명, 단 한 번의 사랑'을 태운 <타이타닉>의 침몰은, 인간의 오만과 무책임이 빚어낸 참사였다는 아픈 성찰이어야 하며, 남은 자들의 삶의 무게를 재조명하는 질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달라진 세상, 새로운 시대를 희망하는 2018년, <타이타닉>은, 2월 1일 메가박스 단독 출항으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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