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까기 많이 했으니 바둑을 두자.

문재인 지지자와 반대자 사이의 극단적 갈등을 경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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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1234yz)등록 2018.01.15 09:16
아는 사람 중에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사드를 반대하는 분이 있다. 그분이 자기 게시판에 '사드는 반대한다.'는 포스팅을 한번 썼더니, 문재인을 극혐하는 분들이 '봐라! 문재인이 그런 놈이쟎느냐' '이제 좀 정신 차렸냐'는 댓글을 무더기로 달았다고 한다. 그 후로 그는 사드에 대한 포스팅을 일절 안했단다. 내가 아는 '문재인을 지지하지만 사드를 반대하는 이들'의 대부분이 그러한 과정을 거쳐 침묵하고 있다.
사드 투쟁의 문제는 여론을 어떻게 끌어 올 것인가에 대한 문제와 연관이 되어 있다. 그렇기에 문재인 대통령을 혐오하는 이들의 격한 언사가 오히려 사드 반대 여론을 잠식해 가는 문제에 대해서 심도 깊게 고민해야 한다.
사드 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책 관련한 모든 문제가 이에 해당된다. 극단적인 문재인 지지자들을 제외하면 '문재인을 지지는 하지만 문재인의 잘 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가진 이들'이 많다. 그리고 그런 이들의 양심의 목소리를 높이게 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가 올바로 나아가게 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이다.
그런데 '문재인의 극단적인 반대자'들이 그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힘도 없는 상황에서 페북 안에서 목소리만 극단적으로 높이니 빚어지는 부조리이다. 이런 얘기 하면 '문재인 지지하자는 얘기냐' '왜 문재인을 욕하지 못하게 하는거냐?'는 소리 할 분들이 있겠지만, 이 말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인간 상호관계의 역학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까지를 살펴서 미적분 풀 때의 유동적 과정에 대한 이해와 면밀함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미적분은커녕, 곱하기 나누기 수준도... 더하기 빼기 수준도 안되는 극단적인 '흑백 논리'로 '문재인을 비롯해서 문재인을 지지하는 놈들은 다 개돼지다'는 식의 감정의 배설이 시도 때도 없이 쏟아낸다. 결국 그들은 자신의 열정을 쏟아내면 쏟아 낼수록 자신들이 원하는 것과 정 반대의 세상이 만들어지는 환경을 만들어 낸다.
이 말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지 말라는 말도 아니고 (문재인 대통령 반대자들에게)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두둔하라고 강요하는 말도 아니다. 문재인이 잘 못하면 비판하는 것이 마땅 하고, 문재인 지지자들 중에서 문재인 비판 자체를 못하게 하는 극단적인 파쇼들은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을 지지하지만 양심의 소리를 내려고 하는 이들의 입을 막는 분위기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왜 그런 이들이 써내는 양심적 고해성사 글에 '봐라! 문재인이 그런 놈이쟎느냐' '이제 좀 정신 차렸냐'는 댓글을 달아 초를 치냔 말이다. 그보다는 '맞다. 문재인 정부가 잘 움직이도록 독려해야 한다.' '문재인 지지자들이 양심을 가지고 앞장서야 한다.' '용기있는 모습이다. 문재인 지지자들이 그렇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댓글을 달아줘야 하지 않는가. 이는 내용상으로는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작용상으로는 극단적인 차이를 준다. 약간의 감정 절제와 상황숙고가 아군의 수를 늘릴 수 있다는 말이다.
내가 볼 때 현재의 문재인 극단적인 지지자와 문재인 극단적 반대자들의 싸움은 서로 죽자고 부등켜 안고 강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흑백논리로 세상을 보면 간결하고, 감정 배설하는데 좋고, 생각할 것 없이 상대를 비난만 해서 편하고, 자기만 정의로운 것 같은 우월감을 얻을 수 있어 좋겠지만, 함께 망하자고 하는 일이다.
한 발 물러나서 보자. 힘도 없으면서 '어떻게 해야 상대를 밀어 낼 수 있을지' 아무런 실천력이 담보되지 않은 관념의 자위행위 그만 두고, '왜 저들은 저렇게 움직이고 있고, 그들 사이에 어떤 역학이 작용하고 있으며, 어떻게 해야 정체된 소화불량을 해소하고, 어긋나는 갈등의 틈을 벌려, 우리가 한발 더 나설 수 있는지'를 고민하자.
여태껏 알까기 충분히 했으니 바둑을 좀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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