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간 네덜란드 일요일 아침을 여는 라디오 프로그램 얼리 버드(Early Birds)>

- 네덜란드, 자연 생태계와 문화를 지키기 위해, 일요일 이른 아침마다 새들의 노래를 방송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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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junocinema)등록 2018.01.16 10:45
암스테르담에서 남동쪽으로 차로 15분 정도 달린 후, 시골길로 약간 빠지면 푸른 자연의 풍광이 끝없이 펼쳐지는 '나르더미르(Naardermeer)'에 도착한다.

'나르더미르(Naardermeer)' 시민 단체 '자연 기념물'이 소유, 관리하는 생태계 보존 지구 ⓒ 이진영


하이킹 안내문 생태계 보존을 위해서 표시된 트레일을 따라서만 하이킹을 할 수 있다 ⓒ 이진영


그런데 이곳의 탐방 안내 센터는 매주 일요일이면 이른 아침부터 매우 분주하다. 네덜란드 공영 라디오 제1방송(NPO Radio#1)을 통해서 7시부터 10시까지 3시간 동안 생방송되는 '브뤼헤 보겔스(Vroege vogels=Early birds)'의 이동 스튜디오로 변신하는 것이다.
창밖으로는 생태계의 보고(寶庫) 습지가 보이는 식당 한쪽, 임시 스튜디오 테이블에는 특수 마이크 세 개가 놓여 있고, 왼쪽으로 '브뤼헤 보겔스(Vroege vogels=Early birds)' 프로그램 로고가 세워져 있다. (https://vroegevogels.bnnvara.nl/) 특수 장비 덕으로 방음 칸막이 장치 없이 일반 방청객들도 함께 할 수 있다.

'얼리 버드' 임시 스튜디오 이곳에서 생방송이 진행된다 ⓒ 이진영


생방송 중 두 명의 엔지니어가 소리 없이 바쁘게 움직인다 ⓒ 이진영


진행자 메노 벤트벨트(Menno Bentveld)는 자연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놓고, 게스트를 이 스튜디오에 직접 초대하거나, 전화 연결을 하거나, 혹은 미리 녹음하는 형식으로 청취자를 찾아간다.

1월 14일 게스트 중 일부를 소개하자면 먼저 중국에서 관찰한 조류 움직임, 산업 발전과 기후 변화가 중국에 미친 영향 등에 관해 얘기한 루벤 테어루(Ruben Terlou : 사진작가)를 들 수 있다. 2억 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나비 화석 발견에 대해서 얘기를 나눈 티모 반 엘디크(Timo van Eldijk : 위트레흐트 대학 연구원), 그리고 같은 종으로 알려졌던 해양생물이 DNA 연구 결과 별개의 종이라는 것이 밝혀졌다는 정보 등을 전한 피터 반 브라트(Peter van Bragt : 해양생물학자)도 이날의 게스트였다. 자연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한 감독도 자리를 함께 했다. 게스트 별로 약 10~15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는데, 자연에 대한 다채로운 주제에 대해서 대본 없이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2007년부터 이 방송을 맡아온 진행자 메노 벤트벨트는 어릴 때 아버지와 숲속 하이킹을 할 때마다 자연과 새들이 너무 좋아서 삼림관리인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이렇게 매주 일요일 아침 숲속에서 '자연'의 이야기를 전하게 되었으니, 그 꿈이 상당 부분 이뤄진 셈이다. '벽(The Wall)'이라는 분단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 차, 한국을 방문한 인연도 있다.

35년을 한결같이, 동일 콘셉트의 프로그램이 굳건하게 자리 잡게 된 데에는, 이 장소를 제공하고 있는 시민단체 '자연기념물(Natuurmonumenten=Nature Monument)' (https://www.natuurmonumenten.nl/?gclid=Cj0KCQiAnOzSBRDGARIsAL-mUB0idWZ41R61kihCOB5sHHDREMLj9AdRVQ2TW_ZKCkbZ2n6KXxlMhrUaAjj4EALw_wcB)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1912년 당시 암스테르담 시는, 이곳을 쓰레기 처리장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시민 자연보호 단체가 이 정책에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이곳을 국내 최대 규모의 자연 보호 구역으로 보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연간 회비 최소 27유로 50센트만 내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고, 수많은 자원봉사 활동가들이 함께 하면서, 355개 지역을 보호 구역으로 소유, 관리하고 있다. 자연 뿐 아니라 역사적 의미가 깊은 성, 풍차 등 문화재 보호 사업도 함께 진행한다.

이렇게 유의미한 자연 지구를 시민 단체가 소유, 관리할 수 있다면, 한국의 북한산 케이블카 설치 문제처럼 '성장 개발 논리'와 '자연 보존'의 가치가 충돌하는 사건은 거의 없을 것 같다. 35년 간 전 국민이 일요일 아침을 '얼리 버드(Early Birds)' 프로그램으로 시작하게 해준 공영방송, 이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자연, 생물, 환경 분야 전문가들, 그리고 '자본 효용과 성장주도적' 몰가치에 대항해서 적극적으로 싸워온 시민들, 이 모두가 이 나라의 자연 지킴이이다.

(도움주신 분 : 피터 반 브라트(Peter van Bragt : 해양생물학자))
(끝)

덧붙이는 글 <드림 투게더> 및 개인 블로그 송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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