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삶 vs. 더 낳는 삶

'얼마나 더'가 아닌 '어떻게 더'를 생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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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호(smug21)등록 2018.01.17 14:23
2011년에 세계 인구는드디어 70억명을 넘어 섰습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 지구상에'사람'이라는 동물이 이리도 많이 살게 되었을까요? 혹자는 쉽게 오래 전부터 적어도 수십억 명은 살고있었을 거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런데 지금부터 650년전의 세계 인구는 지금의 1/20 수준이었고, 200년 전만해도 현재 세계 인구의 1/7만이 이 지구에 살고 있었을 뿐입니다. 놀랍지않습니까? 문명의 역사를 약 5천년이라고 잡는다면 10억명이 넘는 인간들이 이 지구 위에 살아온 시간은 그 중의 1/25밖에되지 않습니다.

1999년에 60억명이던 세계 인구에 10억명이 더해지기까지는 고작 12년이 걸렸을 뿐입니다. 세계 인구가 30억명을 넘어선 때가 1959년이니까 그 수가 두 배로 증가하는데도 겨우 40년이면 충분했습니다. 저 멀리 산업혁명에 뿌리를둔 어마어마한 생산력 증대가 지난 세기 중후반에 위와 같은 폭발적인 인구증가를 불러왔던 것입니다. 지금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놀라운 수준의 의학과 생명공학의 발달은 인간에게 100세 시대라는 달콤쌉싸름한선물을 안겨주었고 앞으로의 인구증가 속도는 지난 세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지 모릅니다.

흔히 우리나라를초저출산국이라 말합니다. 초저출산국이란 여성 한 명이 평생 1.3명이하의 아이를 낳는 나라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지금까지 줄곧 초저출산국으로 분류되어 왔습니다. 정부에서는 온갖 대책을 쏟아내며 출산율을 끌어올리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는 이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는 것으로는 큰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서인지몰라도 최근 들어서는 인구감소로부터 유래될 수 있는 여러 위험과 불안 요인들을 공익광고 등의 형태로 국민들의 의식 속에 심으려는 모습도 보여서조금은 불편하기까지 합니다.

인구감소와 관련해서자주 등장하는 표현 가운데 하나가 '생산가능 인구'입니다. 특히 기업과 정부에서 많이 쓰는 용어죠. 우리가 현재 자본과 산업, 그리고 생산과 소비 중심의 물질 세상에살고 있음을 문득 깨닫게 하는 말입니다. 아무튼 우리나라의 생산가능 인구는 2016년 3,700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60년에는 2.200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더불어 통계청에 따르면 2031년부터는 한국의 총인구가 줄어들기시작할 것이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여성 1명이 평균 2.1명을출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제발 아이를 낳아달라며 호소하는 이야기에 큰 힘을 실어주고있는 통계치가 바로 이것들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의 미래가 없을 것처럼 말하면서 말이죠. 그렇다면 총 인구나 생산가능 인구가 많은 나라의 국민들은 밝은 미래를 보장받고 있을까요?

국가별 인구수순위를 살펴보면 중국,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순입니다. 이들나라들은 최소 2억명이 넘는 인구를 가지고 있고 당연히 생산가능 인구도 우리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나라의 모습이 이들 나라 중에 있을까요? 이들나라의 국민들은 자국의 어마어마한 생산가능 인구 덕분에 미래를 밝게 예상하고 있을까요? 국가를 거대한공장으로만 본다면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요즘은 국내총생산(GDP)이나국민총생산(GNP)으로 세계 여러 나라들을 줄 세우기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조금 다른 각도로 국가와국민들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기도 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국가별 행복지수입니다.

2015년 유엔 산하자문기구인 '지속 가능한 발전 해법 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별행복지수 순위는 덴마크, 노르웨이, 스위스, 네덜란드, 스웨덴, 캐나다, 핀란드 순입니다. 모두 우리나라보다 인구수가 적은 나라들입니다. 그렇다면 인구 대국들의 행복지수는 어떨까요? 미국은 17위, 브라질 24위, 인도네시아 74위, 중국 84위, 그리고 인도 117위가그 현실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41위입니다.

21세기는 글로벌시대입니다. 지금 인류는 그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전 세계를 무대로 서로 자유롭게 왕래하고교류하며 하나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개별 국가 단위의 인구수를 기준으로공동체의 소멸을 말하는 건 지극히 단순한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는 8초당 1명씩 신생아가 탄생하고 있습니다. 그 신생아 100명 중 97명은절대빈곤국가에서 태어납니다. 더불어 이 지구상에는 하루에 2달러로연명하는 절대빈곤층도 무려 10억명에 달합니다. 우리는 그들이태어나 사는 땅에서 안락한 휴가를 보내며 온갖 환경을 파괴할 권리는 있지만 그들을 공동체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그들과 함께 살아갈 길을 모색해야하는 의무는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은 그저 남일 뿐이고 내 피부색을 닮은 아이만이 우리의후손이라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세계 각지의 선조들로부터 다양한 피를 이어받은후손입니다.

인구문제는 환경과자원의 문제를 함께 고려할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있습니다. 거주 공간이나 섭취할 식량의 문제는 둘째치더라도 그저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만이라도 제대로 공급하려면 현재의 전 세계 인구는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최근에이웃 나라 수도에서는 인간의 욕심 때문에 발생한 대기 오염이 너무도 심각해서 일체 휴교령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숨조차 마음 놓고 쉴 수 없는 세상이 온 것입니다. 국민이 원하는 한 국가는 소멸되지 않습니다. 그저 그 국가를 구성하는 구성원이 조금 달라질 뿐이고 달라진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삶의 목표와 방향이 조금씩수정될 뿐입니다. 우리가 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고통에 눈을 감고 편협하고 이기적인 생각으로 정체불명의'순수한 혈통'과 '유구한 전통 문화'만을 고집할 때 우리가 살아갈 이 지구는 우리에게 찬란한 미래만을 약속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흔히 우리나라를'사람이 자원인 나라'라고 말합니다. 개개인의 성장을 도모하고 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겠다는 취지는반겨 마땅합니다. 하지만 혹시 그 말 안에 '국가'라는 사람이 만들어낸 무형의 개념을 위해 소중한 한사람 한 사람이 수단이 되어버릴지 모르는 뜻이 숨어있지 않은지 우리는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합니다. 국가는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결코 국민이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 함께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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