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의 열매, 생각

생각과 말, 그리고 행동의 복잡 미묘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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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호(smug21)등록 2018.01.17 14:23
우리는 흔히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고 믿습니다.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통해서 그 믿음이 근거가 있다고 밝혀지기도 했죠. 그렇다면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까요? 그러니까 우리의 의식적, 무의식적행동이 우리의 생각과 태도, 그리고 나아가 성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어떨까요?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죠. 다양한 환경에서 어떠한 자리나지위가 요구하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이를 그에 맞는 자리에 앉히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지만 때로는 상황에 따라 그렇지 못한 경우에도 결국은 어떤지위에 오르게 되면 그 자리가 요구하는 역할을 그런대로 잘 수행해내더라는 말입니다. 아마도 오랜 관찰을통한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이 말은 심리학적으로도 타당한 말입니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모의 감옥 실험이 그 타당성을 입증해냈습니다. 1971년에짐바르도(Zimbardo)라는 학자가 실시한 일명 '스탠포드감옥 실험'이 바로 그것입니다.

짐바르도는 70명의 지원자 중 신체와 정신이 건강한 24명을 선발한 뒤 무작위로 각자에게 죄수와 교도관 가운데 하나의 역할을 맡게 합니다. 스탠포드 대학 한 건물의 지하실에 마련된 가짜 감옥에서 진행된 이 실험은 임의로 주어진 역할 수행이 얼마나개인의 방향감각상실(disorientation), 자아감상실(depersonalization),몰개성화(deindividualization)를 촉진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각자에게 역할에 맞는 복장과 소품이 지급되고 행동의 범위가 안내되고 나서 진행된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매우빠르게 자신의 역할에 익숙해졌습니다. 채 이틀이 지나지 않아 수감자 가운데 한 사람이 통제가 불가능할정도로 소리를 지르고 격노하는 등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 행동을 하기도 했고, 그러한 수감자들을 통제하던교도관들도 권위적인 행동을 넘어서 점차 폭력적으로 변해갔으며 심지어 일부는 가혹 행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계획보다 앞서 6일만에 중단된 이 실험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무엇일까요? 혹시 지금 나는 생각 없이 주위에서 요구하는 역할을 꼭두각시처럼 그저 성실히 수행하고 있지는않은지, 매일매일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나의 행동이 나의 생각과 태도,그리고 성격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 돌아보면 어떨까 합니다.

그런가 하면 조금 재미있는 실험도 있습니다. 독일의 심리학자 프리츠스트랙(Frits Strack)이 볼펜을 가지고 한 실험인데요. 그는한 집단에게 쭉 내민 입술로 볼펜을 물게 해서 마치 불만족스러운듯한 표정을 만들게 했고, 동시에 다른집단에게는 입을 활짝 벌려 볼펜을 이로 물게 해서 마치 웃는듯한 표정을 짓게 했습니다. 잠시 뒤 기분이어떠냐는 스트랙의 질문에 볼펜을 이로 물었던 참가자들이 상대집단의 참가자들에 비해 더 많이 기분이 좋다는 보고를 했습니다. 더불어 똑같은 내용의 만화책을 이 두 집단에게 읽게 했을 때도 웃는 표정을 지었던 참가들이 만화를 더 재미있다고답변하기도 했습니다. 펜을 이로 물었을 때 자연스레 웃을 때 쓰이는 안면 근육을 사용하게 되고, 이를 통해 혈류량의 변화가 일어나 뇌의 온도가 낮아지며 그 결과 유쾌한 기분을 경험하게 된다고 이 실험의 결과를설명하는 이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거라는 얘기죠.

위에서 살펴본 실험들을 바탕으로 한번쯤 다시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생각은말과 행동의 씨앗이 되기도 하고, 동시에 말과 행동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좋은 생각을 통해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을 더 많이 하고 더 행복해지자는 말은 쉽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나의 생각을 바꾸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음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때 어려움에 굴복하고 주저앉아 있지만 말고 우리가 늘 쓰는 말과 매일 하는 행동을 조금씩 바꿔나간다면 우리는우리를 더욱 행복하게 할 수 있습니다. 사회가 나에게 준 역할을 그저 묵묵히 수행하는 하루를 반복하기보다는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행동 하나하나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고 스스로를 격려하고 칭찬하며 때로는 억지로라도 웃음을 지으려 노력한다면행복은 우리에게 한 걸음 더 다가올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 함께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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