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 선수에겐 명예와 가치를, 팬은 흥미와 권리를

[주장] K리그 올스타전을 진정한 All Star Game으로!

검토 완료

김다니엘(dan0526)등록 2018.02.06 20:02
나는 지극히 평범한 한 사람의 축구 팬에 불과하다. 아주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축구를 주제로 미디어에 몇 차례 글을 써본 적이 있다는 것 정도. 하지만 축구나 스포츠 비즈니스에 대해 특별히 전문적인 공부를 해본 적은 없어 이러한 칼럼을 쓰는 것이 수월하지는 않다. 그러므로 앞으로 늘어놓을 얘기들이 현 시점의 한국 프로축구 시장에서 현실화 될 가능성이 있을 지는 사실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애정과 관심에서 비롯된 생각들이기에 팬으로서 그것을 정리,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글을 시작한다.

이 내용들 중 일부는 한국 프로축구연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실행이 가능한 것, 구단 등 K리그를 구성하는 일원들과 협의가 필요한 것, 어쩌면 일고의 가치가 없을 정도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 있을 듯하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머릿속을 떠다니던 생각들, 여러 나라에서 축구와 프로 스포츠를 즐기며 보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한다.

2017 K리그 올스타전, 굳이 베트남까지 가야 했을까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017 K리그 올스타전 ⓒ 한국프로축구연맹


먼저 올스타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언젠가부터 K리그 선수들도, 팬들도 이 이벤트 매치를 그리 특별히 여기지는 않게 된 것처럼 보이나, 합리적으로 재정비해 잘 운영해나간다면 제법 상품성 있는 경기로 그 가치를 되살릴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K리그 올스타전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았다. 축구 열기가 높은 동남아시아를 통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K리그의 브랜드 가치를 확대한다는 대의 만큼은 높게 평가할 수 있지만, 뜻이 좋다고 해서 그에 따른 일련의 모든 행위들을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올스타전이라는 특별한 이벤트를 이루는 여러 가지 요소들 중 가장 중요한 객체인 '선수'와 '팬'이 배려 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K리그 올스타 선정에서 팬들은 배제된 채, 연맹과 일부 감독들의 의사만이 반영되었기에 진정한 의미의 '올스타'라기보다는 급조된 'K리그 선발팀'에 가까웠다.

하지만 올스타 선발 과정보다 더 아쉬움이 들었던 건 개최지를 선정함에 있어서도 역시 팬들과 선수들이 적절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7 K리그 올스타전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게 되면서 한국 축구 팬들은 TV를 통해서만 이 경기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올스타 선수들을 직접 보고 싶은 팬들의 마음은 조금도 존중받지 못한 것이다. 한국-베트남 수교 25년이라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기는 했지만, 전국의 K리그 팬을 등지고서까지 베트남행 비행기를 타야 했을까 싶다. 게다가 경기가 먼 타국에서 열린 탓에 올스타 팀 합류에 난색을 표한 선수와 소속 클럽이 있었다는 얘기도 들릴 정도였다. '올스타'라는 마땅히 영예로워야 할 타이틀의 가치가 크게 퇴색된 느낌마저 들었다.

올해 그리고 앞으로의 K리그 올스타전은 달라져야 할 것이다. K리그 올스타전이 품격과 가치, 흥미와 의미를 모두 갖춘 특별한 경기로 자리잡길 희망한다. 유럽 등 해외 축구를 더 선호하는 팬들 중에서는 올스타전 개최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거나 경기를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유럽 리그에서 올스타전을 열지 않는다고 우리까지 그러한 방식을 따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 프로스포츠는 유럽보다는 미국, 일본의 시스템에서 더 많은 영향을 받아온 만큼 해외의 여러 올스타전을 벤치마킹하여 K리그 활성화에 적절히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론 K리그도 유럽의 리그들처럼 매 경기 관중들이 꽉꽉 들어차는 날이 온다면 그때 가서 올스타전 개최 여부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지 모르겠다.)

K리그1, K리그2 올스타전 따로 따로 제대로 열자

각기 다른 매력과 개성이 있는 전국 곳곳의 경기장에서 K리그 올스타전이 개최되기를 희망한다. ⓒ 김다니엘


K리그가 1부리그 K리그1(클래식)과 2부리그 K리그2(챌린지)로 나뉘어 운영되는 만큼, 올스타전 역시 두 리그가 개별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싶다. 프로야구는 2군 리그도 '퓨처스'라는 이름으로 올스타전을 여는데, 왜 K리그2는 고유의 올스타전을 가질 수 없는가? 전북, 제주, 수원, 울산, 서울, 강원, 서울, 포항, 대구, 인천, 전남, 상주, 경남 12개 클럽은 따로 6 대 6의 올스타전을 갖고, 광주, 부산, 아산, 성남, 부천, 수원FC, 안양, 서울이랜드, 안산, 대전 등 10개 클럽은 따로 5 대 5의 올스타 게임을 갖는 것이다. 토요일에 K리그2의 올스타전이 열리고, 일요일에 K리그1의 올스타전이 열리는 방식도 좋고, 토요일 오후 3시에 K리그2의 올스타전이 열리고, 저녁 7시에 K리그1의 올스타전이 열리는 방식도 좋겠다.

아니면 두 리그가 만나는 K리그 통합 올스타전을 열어 K리그1(클래식) 올스타 대 K리그2(챌린지) 올스타의 진검 승부를 펼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리그1 올스타는 리그2 올스타에 질 수 없다는 자존심을 걸고 경기에 임하고, 리그2 올스타는 내가 소속된 팀이 현재 2부리그에 있지만 내 실력만큼은 1부 리그 선수들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으로 경쟁할 수 있다. 물론 올스타 선발에는 온·오프라인 투표 등으로 팬들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선수들도 팬들의 선택을 기쁘고 감사하게 받아들일 것이고, 클럽들도 왜 우리 팀만 올스타전에 많은 선수를 보내줘야 하느냐고 불만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얼마나 많은 올스타를 배출했는지를 영광으로 생각하고 팀의 가치를 높이는 데 적극 활용할 것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차기 올스타전 개최지를 선정해놓고 미리 미리 홍보 중인 미국 프로스포츠 ⓒ MLB/NBA/MLS


각 시즌의 올스타전 개최지는 연맹이 희망 구단으로부터 유치 의사를 받아 종합적인 평가를 내려 선정하는 방법이 있겠다. 그렇다면 2018년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19년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20년에는 포항 스틸야드 등에서 K리그 올스타전이 열릴 수도 있다. 물론 구단들의 생각은 어떠할지 모르겠다. 올스타전 개최로 얻는 메리트가 그리 크지 않을 거라고 예상해 번거롭고 귀찮은 일로 여길지, 홈 팬덤의 확대 및 연고지역의 축구 붐 조성을 위해 올스타전을 마케팅의 도구로써 개최해보고 싶다는 의견이 있을지 말이다.

연맹에 올스타전 유치 의사를 밝혀오는 구단이 없다면, 연맹이 나서 기준을 설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지난 시즌 유료관중 동원 최하위 팀에게 올스타전 개최라는 혜택을 주어 각 지역의 축구 열기를 신장시키는 기회로 활용하는 동시에 재정적인 도움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시즌 K리그클래식에서 가장 적은 관중을 동원한 상주 상무가 상주시민운동장 2018 K리그1 올스타전을, K리그챌린지에서 가장 적은 관중을 동원한 서울 이랜드가 잠실종합운동장 2018 K리그2의 올스타전을 개최하는 것이다. 올스타전의 입장 수익은 연맹과 구단이 일정한 비율로 나눌 수도 있겠고, 입장 수익은 올스타전의 주체인 연맹이 갖고, 그를 제외하고 현장에서 발생한 MD, F&B 등의 부가 수익은 오롯이 개최 구단이 거둘 수 있도록 보전해주는 것이다.

안산 시민들의 아픔을 함께해 더욱 뜻깊었던 2015 K리그 올스타전 ⓒ 한국프로축구연맹


미국 프로야구(MLB)나 프로농구(NBA)는 각 구단으로부터 유치 희망 의사를 받아 종합적인 점수를 매겨 올스타전 개최지를 선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마디로 공개 입찰 방식인 것이다. 몇년 전부터 MLB사무국은 올스타전 개최지 선정에 있어 기존에 올스타전을 치른 적이 없었던 신축 경기장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혹은 수해나 지진 등 자연재해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에 올스타전 유치라는 어드밴티지를 부여해 경제적인 지원을 하는 경우도 있다. 10년 전인 2008년, NBA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폐허가 된 뉴올리언스 지역의 경제적, 사회적 재건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해당 도시를 올스타전 개최지로 결정한 적이 있다. (비슷한 사례로 세월호 사고로 아픔을 겪은 안산에서 열린 2015 K리그 올스타전도 매우 의미 있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도시, 경기장, 팀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올스타전 개최지를 선정하는 방식은 KBO에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매해 각기 다른 지역에서 개최되었다. 2013년 포항, 2014년 광주, 2015 수원, 2016 서울 고척, 2017 대구 등 경기장을 신축하거나 기 존에 올스타전을 개최한 적이 없었던 지역에서 경기를 가졌다. 이런 방식은 K리그도 충분히 도입할 수 있는 것이고,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올해는 월드컵이 열리는 해인 만큼 K리그 일정도 빠듯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여 올스타전이 열릴 수 있을 지, 열린다면 어떤 도시에서 개최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2018년을 기점으로 K리그 올스타전에 획기적인 발전이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