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인가?

정자1동 111-1구역 주택 재개발에 반대하는 시민들

검토 완료

강봉춘(cusdamato)등록 2018.02.12 14:39

정자 주택재개발 111-1 구역에 사시는 박병구 할아버지. 반평생을 그 곳에서 살아오신 박병구씨는 재개발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두에게 반문했다. ⓒ 강봉춘


"그 돈 받고 지금 어디가서 살 수가 있는가 내가 되묻고 싶어. " 

떡방앗간을 하시는 박병구씨는, 지금 진행중인 정자지구 주택재개발에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오신 분들 중 하나다. 그는 도시재개발법이 정한 '재개발사업구역안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에 해당하는 정자 주택재개발111-1구역의 조합원이다.

"낙후된 곳 좋게 만든다는데 나도 당연히 찬성하지. 그런데 살고 있던 사람을 이렇게 내쫓고 좋은 곳을 만든다? 그건 아니야."

2006년 11월,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을 시작으로 시작된 정자 1동 일원의 주택재개발 사업은 2009년 4월에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어 그 해 10월, 조합이 설립되었다. 그리고 이듬해 2010년, 대지면적 138,582㎡ 에 2378세대의 아파트 단지 설계도가 발표되며 감정 평가에 따른 보상 이야기가 오고 갔다.

합리적 재개발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 현시가를 보상하라, 그렇지 않으면 죽어도 못나간다는 현수막이 정자지구 곳곳에 걸려있다. ⓒ 강봉춘


"우리가 재개발을 무작정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손해 안보겠다는 것도 아니야. 건설사에서 평당 500만원을 제안했어. 주변 시가는 평당 1천만원인데 700만원도 아니고 500만원을 받고 나가래."

"내가 바라는 거? 자기들은 20층 수익 가져가라고 해. 나는 아파트 딱 1층 만큼이면 충분하니께. 동네 좋게 만드는 게 재개발이라고 했으면 그 말을 지켜야제. 누구 좋다는 건지....... 그 보상금 가지고 어디 살 곳을 마련해보는 재주를 보여주던가."

지역 일간 신문에 보도된, 건설사가 부담해야 할 청산 비용을 가지고 산술 계산을 해봐도 평당 보상가 500만원은 나올 수가 없다고 박씨는 주장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이렇게 보상금에 대한 지적이 계속 나왔다. GS건설은 부동산 경기와 자금 조달을 핑계로 슬금슬금 실행을 지연했다.

해산동의서 제출로 우리 재산을 지키자! 지난 2016년 12월. 조합원 총회가 열린 동남보건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주민들. ⓒ 강봉춘


조합원들은 건설사를 재선정하거나, 감정평가업체를 바꿔 다시 감정가를 받아보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 움직였다. 그러나 주민들이 만족하는 안은 나오지 않았다. 조합 운영에 들어가는 돈들은 결국 조합원 주머니에서 나오고 있었고, 이렇게 시간이 지연될수록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커져 가는 꼴이 되었다. 정자 주택재개발은 이렇게 10년째 제자리였다.

재작년 2016년 12월, 동남보건대에서 열린 조합원 정기총회에서는 주민 50여 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재개발을 그만둬야 한다는 주민들은 총회에 입장하는 다른 조합원들을 붙잡고 설득했다. 재개발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이미 갈 곳이 정해져 있거나 조합원의 자녀들이 재개발을 지지하는 상황이었다. 또 실제 거주하지 않고 대지와 주택 소유권만 가지고 있는 조합원들도 있었다.

정자 111-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다시 추진되는 정자 재개발지구의 새조합 사무실. 파장로 107 동덕빌딩 2층 (정자동 541-2) ⓒ 강봉춘





그런데 작년 11월, 정자지구 재개발을 추진해온 조합장과 관련자가 횡령 혐의로 구속되어 1심 재판을 받았다. 그렇게 조합 해산 쪽에 무게가 실리나 싶었는데, 그 해 12월 정기 총회에서 새 조합장(조강호 님)을 선출하고, 80%를 넘은 재분양신청을 발판으로 다시 추진되었다.

장안구 파장로 107번지 2층에 새로운 조합사무실(031-268-3957)을 찾아가보니 은행과 대출건을 논의하고 조합원들과 만남을 이어가며 활기차게 추진하고 있었다. 사무장(홍종철 님)에게 어떻게 다시 추진될 수 있었냐고 묻자 큰 평 수를 줄이고 잘 나가는 작은 평 수를 늘려 설계 변경을 하고 적극적으로 대화하며 조율하고 있다고 이번에 결말 지을 수 있게 조합원들 모두가 도와 달라고 했다.

이전 조합장과 관련자들의 비리의 내용을 묻자 해체 용역 선정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들었다며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즉답을 피했다.

정자 111-1구역에 걸린 현수막 현금청산 정당보상 설명회 시간과 장소를 공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 강봉춘


박병구씨는 이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찬성하는 사람들 수가 많긴 하지. 하지만 대지 소유 면적으로 따지면 찬성 반대가 5:5 정도 나올 거야. 재분양율이 80%가 넘은 건 여기 조합원 한 사람이 소유 주택수에 따라 신청을 하기 때문에 그래. 한 사람이 두 번 세 번 하는 거지. 내가 지금 총회에 가지 않어. 꼼수 쓰면서까지그걸 꼭 해야하는 이유가 대체 뭔가?"

총회에서 세입자들의 보상금 지급에 관한 사항도 결정되었는데, 기한을 넘겨 신청할 경우 지급을 하지 않는다는 등의 문제적 조항도 그대로 의결되었다고 했다. 이의 제기를 해도 진중하게 다뤄지지 않는 총회 분위기도 총회 참석을 하지 않는 조합원들이 늘어가는 이유라고 했다.

"자기 입장만 생각해서 결정하면 안되지. 여기 세입자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이렇게 있는데, 그런 게 회의에서 얘기가 돼야지. 내가 볼 땐 그 사람들(참석한 조합원)도 꼼꼼히 알고 가는 거 같지는 않어."

재개발 반대를 주장하던 주민들은 '재개발 반대'라는 말을 '합리적 재개발 추진'이라 바꾸고 작년 12월과 1월, 꽹가리와 북을 들고 정자 지구를 한바퀴 돌았다. 가만히 앉아 당하지 말자고, 재개발에 지금 이대로 참여하면 결국 손해본다고 외쳤다.

1968년부터 정자동에서 살아오신 김무성 할아버지 김무성씨는 여기라고 용산참사가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며 재개발 진행 상황을 강하게 성토했다. ⓒ 강봉춘


합리적 재개발을 주장해온 정자지구의 또 다른 주민, 김무성씨는 약간 격양된 어조로 상황을 토로했다. 

"여기라고 용산참사 나지 말란 법 있어? 참 이게 아주 사람을 괴롭혀. 아니 그럼 500만원 받고 쫓겨나는 거보다 600만원이라도 받고 나가는 게 낫지. 가만히 내모는 걸 당하고 있자고? 나는 자꾸 싸워보자 이거야." 

김무성씨는 재개발이 안되는 게 더 좋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감정 평가를 빨리하는 게 좋네, 늦게 하는 게 좋네...... 나는 솔직히 그런 건 잘 모르겠어. 다만 이 땅에서 겨우 겨우 살고 있던 사람들 나가라고 해서 거지 만드는 건 막아야 한다, 난 그래. 찬성하는 사람들에게도 이거 도움 안된다고 봐. 아파트 지어져도 결국 조합원들만 손해 보는 거....."

2010년 작성된 수원 주택재개발추진현황지도. 수원시청 홈페이지에 게시된 2010년 수원 주택재개발추진현황지도. ⓒ 수원시청


수원시 도시 재개발과에 정자동 재개발 지역에서 벌어지는 주민 갈등에 대해 대책이 있는지 물었다. 재개발은 주민들 합의로 조합을 만들어 추진하는 사업이라, 수원시는, 인가 권한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인가의 경우도 구성 요건만 맞춰지면 확인 도장 찍어주는 절차법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며 현행법 상의 한계를 애둘러 전했다. 다만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니 민원 제기를 꾸준히 하면 그것을 근거로 시가 권고를 할 수는 있다고 했다.

혹시 참사가 일어났을 때 수원시의 책임은 없겠냐는 질문에, 그렇게까지 되도록 관련자들이 지켜보고만 있진 않을 것이라며 수원시의 다른 재개발 구역이 해산된 사례를 들려주었다. 그러며 정자 지구의 조합원들이 해산동의서를 제출하는 절차를 밟을 것을 조언했다.


정자동 일원에 걸린 현수막 평생 지켜온 내 재산을 현실 평가해야 한다며 이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주장을 담은 현수막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 강봉춘





도시 재생을 연구하는 조규만 박사(협동조합 마을발전소 소장)는 가난한 이웃이야말로 재개발 이익의 합법적 제물이라며 지금까지의 재개발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조규만 소장은 있는 법조차 현장에서 약자를 위해 집행되지 않고 있으며, 실 거주자가 아닌 소유자가 중심으로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 시장의 독이 되고 있는 투기 세력을 막을 규제 장치와, 거주자 중심의 개발이 이뤄질 수 있게 법을 고쳐 나가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정자 지구의 경우 마을 가꾸기 형태로 위기를 관리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 곳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자주택재개발지구는 현재 3월 말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을 예정이며 감정 평가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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