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원은 어쩌다 애물단지가 되었나

구의원 무용론이 아닌 지역사회' 봉사'라는 이름의' 동원'을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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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gmlehd092)등록 2018.03.27 18:13
지방선거 준비가 한창이다. 내가 속한 정의당 서울시당의 구의원 예비후보들도 하루하루 미세먼지를 뚫고 주민들을 만나기 바쁘다.

구의원 후보들은 그야말로 발로 뛰기 때문에 주민들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얼마 전 서울시 선거구획정과 관련한 기사를 접하며 많은 주민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구의원 필요없다, 없애라'이거나 '아까운 세금으로 월급주지 말고 봉사직'으로 해야 한다는 말 말이다.

오랫동안 지방자치가 말 그대로 부정부패의 온상이거나 양당의 독점으로 고이고 썩은 물이라는데 내 주변지인들은 별 이견이 없다. 그래서 선거구획정을 제대로 하는 것이 소수정당의 진출과 더불어 구정을 개혁하는데 이바지 한다는 신념으로 싸우고 또 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의문은 하나 있다. 왜 사람들은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보다는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을까?

지역사회 젠더화된 노동 '구의원과 봉사'

구의원이 하는 일은 사실 굉장히 실생활과 밀접한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지방분권 개헌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예산은 중앙집권적인 체제 하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구의원이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은 많지 않고 그나마 그 예산의 대부분은 구민들의 복지사업에 쓰인다. 그 복지사업이라는 것이 노인, 여성,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거나 골목 구석구석의 편의를 증진하는 데 주로 쓰인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봉사'를 가장한 '동원'을 통해 지역에 주로 상주하는 여성들의 노동에 의해 이루어져왔다. 통장(지금은 여성들이 꽤 진출해 있다)은 남자가 하지만 새마을부녀회, 녹색어머니회 등으로 불리는 지역여성조직들은 봉사라는 이름으로 취약계층을 돌보고 골목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소소한 민원들을 연결하는 전달자 역할을 해왔다.

지방자치를 대표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거나, 지방의원들이었지만 사실상 무급으로 이루어지는 주민들, 특히 여성들의 노동에 기대어 지방자치가 굴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런 노동은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자부심과 칭찬을 먹고 자랐을지 몰라도 한편으로는 구의원 무용론을 생산해온 기반이 되어 온 것은 아닐까?
구청장에 대한 무용론은 별로 없지만 구의원에 대한 무용론이 득세하는 것은 한편으로 강력한 권한을 지닌 지역사회를 먹여 살리고 책임지는 가부장의 모습이 투여영된 것이다.

나는 '구의원 무용론'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청렴하고 깨끗한 구의원, 일잘하는 구의원이 다수 등장하는 것만으로는 문제의 반 밖에 해결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은 이미 파산하였고, 지역사회의 고령화는 급격히 증가하지만 더 이상 '봉사'라는 명목의 '동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을 지방자치는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해결책을 도모해야 한다.

우선 지방분권시대를 맞아 지방자치제도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권한을 지방의회를 일정부분 이양하면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갖추어야 한다. 강력한 대통령제가 빚어왔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개헌 논의가 이루어지는 시점에서 지방자치단체 또한 '분권'을 적극적으로 도모해야 한다.

두 번째로 지역사회 내 '무급'으로 평가절하되어 왔던 다양한 노동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보상이 잇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녹색어머니회의 매일 아침 등하굣길 도우미 활동을 정당한 사회적 일자리로 전환하거나 현재 노원구에서 실시되는 봉사활동에 대한 지역화폐 지급 등의 사례를 통해 전면적으로 지역사회의 노동을 재평가하고 사회적일자리 사업으로 전환하는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세 번째 통장과 주민자치위원회 등에 여성대표성을 확보하여 풀뿌리에서부터 여성정치참여, 성평등한 자치를 도모해야 한다.

이런 고민들이 지방자치에 반영될 때 구의원 무용론은 점진적으로 사라질 것이고 더불어 젠더화된 노동에 대한 새로운 가치평가와 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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