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대체복무제 도입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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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동(sangayu)등록 2018.06.29 11:05
헌법재판소가 지난 6월 28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만들라는 결정을 내렸다. 대체복무 조항이 없는 현행 병역법이 헌법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병역법은 2019년 말까지 고쳐져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현행 병역법(5조)에서 대체복무 조항이 따로 없어 해당 병역들이 모두 군사훈련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양심과 충돌을 일으킨다는 것이고 이 때문에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이제 대체복무제 도입은 확정된 것이나 다름 없고 시행까지 시간만 조금 남았을 뿐이다.

그런데 일이 여기서 끝일까?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자유를 위해 대체복무제가 시행된다면 국방은 제대로 돌아갈까? 경우의 수를 한번 짚어본다.

첫째, '양심의 자유'란 대체 무엇을 두고, 어떤 기준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인가? 지금까지는 그것이 일반적으로 특정 종교를 믿는 신자 중 병역거부자에게 붙여진 수식어이다. 그렇다면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만 그런 대체복무제를 향유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할까? 기독교나 불교 등 다른 종교의 신자가 '양심'을 앞세우고 병역을 거부한다면, 그래서 징역살이를 해야 한다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까? 뿐 아니라 꼭 종교를 가진 사람만 '양심'을 인정받아 대체복무를 할 수 있고 일반인(종교가 없는)은 대체복무를 할 수 없다면 그 역시 일반인의 '양심'은 왜 무시되어야 하는지 그 역시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를 원하는 사람이 수백 명 정도라고 할 때, 병역법 개정 후에는 그 수가 한 해에 몇 천 명이 될지 몇 만 명이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위에 언급한 형평성 문제에 대한 헌법소원 절차를 거친 후 모든 종교 신자 또는 일반인까지 '양심'의 자유를 인정 받아 병역을 앞둔 모든 청년들이 대체복무를 원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될 때 과연 국방을 위한 병역 수가 정상적으로 유지 가능할까?

셋째, 입영대상자의 대체복무제 요구보다 더 '뜨거운 감자'는 예비군의 소집과 훈련  문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양심'에 따른 집총거부 명목으로 이 역시 헌법소원 단계로 갈 수 있는 일이지 않겠는가. 현재도 예비군들이 이런저런 사유로 소집 위반 발생이 적지 않다. 그로 인해 법정에 서거나 벌금 등 상응하는 조치를 당함은 물론이다. 일단 현역복무를 하였으면 무조건 예비군 복무도 끝까지 마쳐야만 하는걸까? 이젠 병역법도 곧 달라지게 되어 있고 살다보면 종교도 신념도 '양심'도 달라질 수 있는 일일텐데 말이다. 전시 또는 국가 비상사태 상황에선 현역 못지 않은 국방력이 예비군이다. 따라서 이번 대체복무제 도입은 예비군에게까지 미칠 파장도 예상해야 할 일이다. 

넷째, 한국은 아직 휴전 중인 전시 국가이고 주변 강대국들과 늘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 휴전 이후 지금까지는 평화 상태를 유지해왔고 남북간 화해 모드에 있다고는 하나 그 상황이 확실하고 영구적인 것은 아닐 수 있으며 국제 상황에 따라 언제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만일 급작스럽게 전쟁이라도 발발한다면 수많은 전사자가 발생하고 병역 보충이 필요할 것인데 입영(또는 징집) 대상자는 물론 예비군들까지 '양심'에 따른 집총을 거부한다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될까?

다섯째, 대체복무제는 현역복무보다 기간이 길게 설정될 것이란 예상은 누구나 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대체복무 업무도 이른바 '험한 일' 분야에 한할 것이라고 누구나 예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체복무자가 많아지고 시행이 정착되다보면 현역복무와의 '차별성'을 놓고 또 다툼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대다수의 국민은 정서적으로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설마 병역법에 대체복무가 허용되겠는가 하고, 그것은 상식밖의 일이라고 생각해왔을 터이지만 결국 이렇게 되지 않았는가. 앞으로 그런 '차별성' 문제에 대해서도 말이 없으란 법은 없겠다. 게다가 대체복무자들의 업무(예상되는 '험한 일')에 대해서도 대체복무자들끼리도 서로 형평의 문제(누군 쉬운 일 시키고 누군 험한 일만 시키느냐, 또는 금수저·은수저·흙수정 타령 등)를 놓고 시끄러워질 수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는 편한 보직(?)을 주니 그거 특혜 아니냐, 그런 일은 이미 군대(병사)와 경찰(의경)에서도 발생하여 사회문제가 된 전례가 많지 않은가.

여섯째, 대체복무는 성격상 그것이 병역법(개정 후)에 따른 병역 '면제'를 위한 하나의 수단(판정 또는 근거)일 뿐이지 '군역(軍役, 병영 내에서의 역할)'이 아닌 것으로, 사실상 '병역'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느냐는 논란도 있을 수 있겠다. 군인으로서 가장 기초 훈련인 논산훈련소 등에서의 훈련이나 내무생활을 단 하루도 받지 않을 것이고 병원이나 기타 공공단체에서 의무적으로 봉사를 한다고는 하나 시작부터 끝까지 민간복을 입고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라면(만일 그런 전제라면) 그것을 어찌 군역이나 병역으로 볼 수 있겠는가? 군대 영역과는 모든 것이 완전 별개가 아닌가, 따라서 대체복무를 완료한 사람을 현역 만기제대를 한 사람처럼 '병역'을 마쳤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논리가 그것이며 '병역'이란 말 대신에 '민역'이라는 말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이상과 같이,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향후 발생 또는 논란이 예상되는 몇 가지 문제점을 짚어 보았다. 그러나 충분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국방의 문제이다. 시간이 갈수록 군대(국방력 등)나 사회(특히 국민의 국방 인식과 정서 등)나 엄청난 변화가 예견된다. 백년대계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의 장래를 바라볼 때 더욱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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