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첫 진보교육감, '징검다리 교육감'으로 부활하다.

징검다리 교육감은 누가 읽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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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창(chang54)등록 2018.10.01 22:52
2010년 6월 2일, 꿈과 같은 일이 현실이 되었다. 서울 교육 행정을 관장하는 수장으로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것이다. 시민이 직접 투표를 통해서 교육감을 선출하기 이전에는 대통령이 교육감을 임명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임명권자의 요구에 자유로울 수 없는 교육감이었다. 지방자치가 실현되면서 서울시교육위원 15명이 선출하는 방식으로 교육감을 선출했으나 그 과정에서 온갖 협잡과 음모와 술수가 판을 쳤다. 그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바뀐 것이 학교운영위원장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선거였다. 그러나 그것 또한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 다음에는 운영위원 전체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으나 시민의 표심은 여전히 왜곡되었다. 결국 국민이 직접 교육감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민의가 제대로 반영된 교육감 선거가 자리를 잡았다. 그렇다고 그것이 완벽한 것은 아니었으나 이전의 선출 방식보다는 진일보한 선거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러면서 진보교육감 당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갔다. 그러한 꿈같은 일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 2010년의 6월 선거였다. 곽노현 교육감 후보의 당선이었다. 학교가 바뀌고 교육이 바뀌기를 기대하는 현장의 많은 교사는 '우리 교육감'이라는 말로 그 기쁨과 기대를 드러냈다. 나라고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첫 진보교육감은 4년 임기의 절반을 겨우 넘긴 상태에서 낙마를 하는 비운의 교육감이 되었다. 안타까운 일이었고, 아쉬움이 참 컸던 일이었다. 곽노현 교유감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억울한 일이었다.
 
『징검다리 교육감』 곽노현
그러면서 세월은 흘렀고 곽노현 전 교육감에 대한 소식도 내 기억 속에서 잊어지고 있었다. 멀리서 봤을 뿐 직접 대면하여 깊은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는 분이었다. 교육감 시절 '체벌 금지 선언'이 있었을 때 너무 서두른 것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인터넷신문에 기고했던 일이 있었다. 노무현 정권 때 해직되었던 후배 교사들의 복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답답함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것이 곽노현 전 교육감과 간접적으로 닿았던 인연의 전부였다. 그러다가 『징검다리 교육감』이라는 책을 만나면서 곽노현 전 교육감을 비로소 다시 알게 되었다. 4년 임기도 다 채우진 못 했음에도 왜 그가 명실상부한 진보교육감이었는가를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교육감으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솔직 담백하고 누구와도 쉽게 사귈 수 있는 친화력이 뛰어난 분이라는 것은 덤으로 알게 된 사실이었다.
 
곽노현 전 교육감이 직접 집필한 『징검다리 교육감』은 서울교육뿐만 아니라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를 천착하고 있다. 또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를 명쾌하게 진단하는데 끝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잠든 학교를 살아 꿈틀 거리는 학교로 바꾸기 위한 방안으로 문·예·체 교육. 학교에서 교육을 한다는 것은 교과 지식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학생들이 자주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적 역량을 발굴하기도 하고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발전시켜 세상과 당당하게 맞서며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육이고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그것은 바로 문·예·체 교육을 통해서 가능할 수 있다는 곽노현 교육감의 교육 방향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이 갔다. 『징검다리 교육감』에서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명실상부한 첫 진보교육감
뿐만 아니라 『징검다리 교육감』은 중학생 직업체험교육에 대한 접근 방식과 특성화 고등학교를 원래 취지에 맞게 운영하기 위한 방안을 매우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또 기존의 수학여행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해결방안으로 소규모 테마여행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지 방향만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수학여행지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자신의 구상을 직접 설계하고 추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했다. 어디 그뿐인가? 친환경무상급식과 장애학생 통합교육 그리고 인권존중사회를 향해 디딤돌을 놓기 위한 서울학생인권조례까지 『징검다리 교육감』에서는 진보교육감이 구상하는 서울교육의 청사진이 한 눈에 담아놓고 있다. 청사진을 구상한 것에 머물지 않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서울형 혁신학교'를 확대했고 그 혁신학교를 통해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 갔다. 이처럼 곽노현 전 교육감이 직접 집필한 『징검다리 교육감』은 불과 2년이 약간 넘는 재직 기간 동안 서울 교육의 변화를 일궈낸 경험을 솔직 담백하게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징검다리 교육감』은?
 
『징검다리 교육감』은 모두 4부로 나누어져 1부에서는 교육감에 당선된 직후 물려받은 서울교육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기술하고 있으며 2부에서는 앞에서 밝힌 공교육의 새 표준을 학교 현장에서 구체화하기 위한 교육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3부에서는 교사가 교육 활동에 전념하기 위한 교육행정의 방향을 정리하고 있다.
 
특히 곽노현 교육감은 교육감이 되기 전까지 학교 현장에 대해 백지상태에서 출발했다는 고백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일지라도 학교 현장을 파악하는 능력은 매우 탁월했음을 알 수가 있다. 학교 현장의 문제를 파악한 것에 그치지 않고 교육 행정의 수장으로서 해결하는 과정은 명쾌했다.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학교 간 중식지원비율을 수치로 파악하여 학교장에게 조언을 하는 것도 최고 관리자의 합리적 리더쉽의 덕목을 보여주고 있다. 교사의 교육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교원업무정상화 방안도 교육 수장으로서 교사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육감 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통과 참여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실천자로서의 면모를 통해 교육감에 대한 신뢰를 느낄 수가 있다. 이러한 것들이 곽노현 교육감을 미화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는 것은 교육감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좌절감과 실패담까지도 가감 없이 책의 내용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 곽노현 교육감의 교육 정책에 대한 발목잡기는 집요할 정도로 비열했다. 하필 그 시기 교육감이 된 것이 너무 아쉽게 느껴진다. 촛불 혁명 이후 들어선 지금의 다소 진보적인 정권하에서 교육감 직을 수행했더라면 서울 교육은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변화했을 것임을 책을 통해 확신하게 된다. 결국 4년의 임기도 채우지 못한 곽노현 교육감의 비운은 서울 교육의 비운이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감으로서는 불운했으나 교육감 이후의 삶은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분으로 거듭 태어난 것 같다. 교육 담론을 이끌기 위한 '징검다리 교육공동체'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초·중·고 교사들의 친근한 벗으로 그리고 교육동지로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 수 있겠는가? 『징검다리 교육감』에 그 답이 있다. 우리 교육을 생각하는 독자라면, 교사라면 또 학부모라면 꼭 읽어보시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체벌 없는 학교의 최대 수혜자
끝으로 고백해야 할 것은 곽노현 전 교육감의 '체벌 없는 학교'에 최대 수혜자는 바로 교사였다. 체벌을 한 후 그날 밤을 지새며 괴로워했던 것을 생각하면 적어도 그러한 괴로움에서 교사는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은 성숙한 민주사회로 가는 바른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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