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마티치의 심정은 어떨까

또 다시 겪는 팀 분열 속 꿋꿋한 활약, 상처받는 성실한 선수들과 팬들

검토 완료

신준호(joon1407)등록 2018.10.01 09:45
조세 무리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감독이 올드 트래포드에서 암울한 결말을 맞이하기까지 몇 발짝 남지 않은 듯하다.

2017-2018 시즌 무리뉴는 맨유에서 첼시 감독 시절과 비슷한 흐름의 사건을 또다시 겪고 있다. 2015-2016 시즌 첼시에서 겪었던 팀 분열 문제는 축구 팬들 사이에서 굉장히 유명하다. 첼시 선수들의 태업 논란에서 시작한 각종 구설수의 칼날의 끝은 결국 무리뉴 경질로 마무리됐다.

언론마다 주어진 정보 속에서 각자의 의견을 내세우며 열심히 논쟁하고 있지만, 당사자가 아닌 그 누구도 100% 진실은 알 수 없다. 심지어 첼시에서 벌어졌던 '태업' 논란조차 여전히 논쟁거리로 남아 있다. 이 기사는 단지 이 시점에서 '한 사람'의 심정이 문득 궁금한 마음에 쓰게 되었다.

지난 9월 29일 열린 웨스트햄전에서도 묵묵히 제 몫을 다하며 뛰었던 네마냐 마티치다.

첼시에서 태업 논란의 중심이었던 마티치... 맨유 이적하면서 재평가

과거 첼시에서 벌어졌던 일과 현재 맨유에 생긴 사건의 '용의자'가 무리뉴 감독과 몇몇 선수들이라면, 두 사건을 함께 묶어 가장 확실한 증인이자 '목격자'를 꼽으라면 마티치가 가장 적합할 것이다.

2015-2016 시즌 사우샘프턴전 당시 첼시는 한창 태업 논란으로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었다. 좋지 않은 팀 분위기 속에서, 후반전 시작과 함께 무리뉴 감독은 마티치를 교체 투입했다. 하지만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마티치를 무리뉴 감독은 다시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축구에서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경기를 마친 후, 언론은 교체에 대해 집중 조명하며 마티치가 태업의 중심이었다고 추측했다. 물론 마티치는 입을 굳게 다물었고, 언론은 더욱 첼시 선수들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사건은 마티치가 무리뉴 감독이 부임한 맨유로 이적한 뒤 상황을 설명하면서 마무리되었다. 마티치는 사우샘프턴전을 회상하며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다시 교체를 당한 것은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곧 납득할 수 있었고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무리뉴 감독이 "마티치는 프로 의식을 갖춘 훌륭한 선수다"라고 말하면서, 마티치에 대한 언론과 대중의 평가는 180도 뒤바뀌었다. 태업 논란에서 가장 부당한 대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입을 굳게 다물고 프로로서 축구에만 집중했던 것이다.

무리뉴 감독의 경기력은 답답하다

마티치의 성실함을 내세우면서 무리뉴 감독을 감싸려는 생각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무리뉴 감독의 전술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애초에 첼시에서도 문제의 시발점은 무리뉴 감독의 답답한 전술에 대한 선수들의 불만이었고, 현재 맨유에서도 마찬가지다.
  
30일 새벽 1시 30분에 열린 첼시와 리버풀의 경기를 본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경기가 새벽 3시가 넘는 시간이 돼서야 끝났지만, 경기를 다 본 사람이 승자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두 팀을 비롯한 강팀들은 후반전 팀이 경기에서 밀리고 있어도 같은 빌드업 체계를 유지한다. 공격수를 더 투입하는 것은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측면이면 측면, 중앙 연계 플레이면 연계, 팀 고유의 플레이 스타일은 유지한다. 선수들의 역량이 밀리기 때문에 롱볼 후 힘으로 풀어나가는 EPL 중하위권 팀들 또한 경기 끝까지 고유의 스타일을 유지한다. 

물론 무리뉴 감독의 전술에도 이유는 있다. EPL의 세계 정상급 수비수들이 '직접 부딪쳐 보면 차원이 다른 피지컬을 가진 선수'라고 부르는 것이 루카쿠와 펠라이니다. 피지컬이 강한 선수를 선호하는 무리뉴 감독에게 괴물 같은 선수가 두 명이나 있는 것은 후반전 롱볼 축구에 대한 이유다.

하지만 그러한 전략을 통해 승리라는 결과를 끌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리뉴 감독에게 '전술의 유연성 부족'과 '전술은 펠라이니'라는 비난의 화살은 당연히 피할 수 없다. 훌륭한 선수들이 많은 팀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의문과 답답함이 생기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상처받는 것은 성실한 선수들과 팬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말라고 배운다. 현재 구설에 오른 선수들의 사소한 말과 행동으로 인해 진정으로 상처받는 것은 무리뉴 감독이 아니다. 아무 죄 없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팀에서 자긍심을 가지며 뛰고 있는 성실한 선수들과 그들을 보러 오는 팬들이다.

현재 구설에 오른 선수들이 실제로 팀 내에서는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SNS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툭툭 내뱉는 부정적 뉘앙스는 무리뉴 감독 개인뿐만 아니라 조준점 없이 여기저기 기관총을 마구 난사하고 있다.

그들은 프로다. 경기를 뛸 때마다 7만 5천여 명의 올드 트래포드를 가득 메운 팬들이 경기를 보러 온다. 감독의 전술이 좋지 않은 것이 선수들이 열심히 뛰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 용서해줄 수 있는 이유는 되지 않는다. 먼 한국 땅에 있는 축구 팬들의 눈에도 어딘가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열정이 덜 느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이다.

감독, 선수 그 누구든 상관없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팀의 '레드'라고 불리는 자긍심의 뿌리를 흔들지 않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신준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blog.naver.com/joonho146)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